[Opinion] 나영석PD의 예능, 일상 혹은 판타지 [문화 전반]

글 입력 2017.03.2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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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5일, tvN의 새로운 예능 <윤식당>이 방영했다. 발리 인근의 섬 길리에서 한식당을 연 배우 윤여정, 이서진, 정유미, 신구의 생활상을 그린 예능이다. 그리고 이 예능의 PD는 그 유명한 나영석 PD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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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_나무위키


지난 2016년 1월, 인기리에 방송되었던 <응답하라 1988>의 배우들을 푸켓에서 납치했던 나영석PD. 그런 그를 보며 납치된 희생양, 배우 박보검은 “연예인을 보는 것만 같았다”라고 했다. 그렇다. 나영석은 연예인의 연예인이다. 이런 말 하기도 식상하지만, 그가 제작하는 예능은 다 떴다. 그의 보금자리였던 KBS에서 TvN으로 이적한 후 제작한 <꽃보다 할배>시리즈, 이어 제작한 <꽃보다 누나>와 <꽃보다 청춘>시리즈들 모두 인기리에 방영되었다. 뿐만 아니다. 농촌과 어촌에서 밥을 짓고 생활하는 <삼시세끼>시리즈 또한 인기리에 방영되었다. 과거 1박 2일 출연 멤버들을 모아서 한 <신서유기>와 실제 부부 구혜선과 안재현을 주인공으로 한 리얼 버라이어티예능 <신혼일기>는 그만큼은 아니었지만 시청자들의 관심은 충분히 끌었다.

왜였을까? 그의 예능은 왜 시청자들을 그리도 자극했을까. 작년에 전공 수업을 하면서 그의 예능을 분석할 기회가 있었다. 우리가 분석한 그의 예능은 너무나 단순했다. 리얼버라이어티라는 형식적 틀, 그리고 ‘여행’, ‘음식’, ‘사람’이라는 콘텐츠가 있었다. 사실 이러한 분석은 그의 예능에 대해서 과거부터 이어져 오던 분석적 틀이다. 그만큼 뻔하지만, 이것만큼 그를 잘 설명해주는 키워드도 없다.


 
<꽃보다> 시리즈 –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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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_ 나무위키


나영석PD가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시리즈를 통해서 시청자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여행’이라는 키워드이다. 맨 처음 그들이 떠났던 ‘파리’를 시작으로,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만, 그리스, 그리고 누나 배우들과 떠났던 터키와 크로아티아, 그리고 20~40대의 청춘들과 떠났던 나미비아, 라오스, 아이슬란드, 페루. 이미 유명했던 관광지인 파리, 바르셀로나, 대만을 제외하면, ‘여행 좀 하는 사람’들만 찾아가던, 여행의 불모지였던 나미비아, 라오스, 아이슬란드, 그리고 남아메리카의 페루는 나영석이 발굴하여 대중에게 알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세아니아와 북미를 제외한 거의 모든 대륙을 누린 나영석 PD는 시청자들에게 여행이란 키워드를 제공했다.


 
<삼시세끼> 시리즈 –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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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 시리즈 또한 특별하다. 소위말해 ‘쿡방’, ‘먹방’이라는 것들이 인기를 몰던 때에, 같은 이름표를 달았지만 내용은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다른 쿡방, 먹방들은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값비싼 재료들을 이용하여 요리를 하거나, 혹은 시중에서 ‘구매’할 수 있는 재료들을 이용하여 요리를 하여 완성된 결과물을 먹는다. 그러나 나영석PD의 삼시세끼 시리즈는 다르다. 시중에서 ‘구매’할 수 있는 재료들을 이용하긴 힘들고 – 그것들을 이용, 혹은 구매하려면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직접 재배한 채소, 직접 잡은 어획물들 등으로 밥을 해먹어야 한다. 일어나자마자 아침으로 뭐 먹을지를 고민해야 하고, 아침을 먹자마자 설거지를 하며 점심을 뭐 먹을지를 고민해야 하고, 점심을 먹고 나면 저녁으로 뭐 먹을지를 고민해야 하는 리얼- 삼시세끼이다.


 
현실? 혹은 판타지?


여행과 음식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끊임없이 프로그램을 만들던 나PD가 이번에는 두 요소를 합쳐서 ‘윤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혹자는 말한다. “나영석PD는 일상적인 요소를 가지고 끊임없이 변주해낼 줄 아는 사람”이라고. 물론 맞는 말이다. 여행과 음식과 사람은 사람이 살면서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그런 요소들이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동시에 ‘판타지’이기도 하다. 나영석은 삼시세끼 정선편 기자간담회에서 ‘삼시세끼는 나의 판타지’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씁쓸하기도 하다. 여행과 음식과 사람이라는, 일상적인 요소들은, 어느새 우리가 꿈꿔야하는 비 일상적인 요소가 되어버린 것 일까. 노동을 하고 돈을 벌고 그러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우리의 음식을 직접 해먹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하게 되었고 버는 족족 간편하게 사먹는 것으로 대신해야했다. 빠르게 먹고 일을 해야 했고 여행과 요리를 제외한 ‘일’상에 매몰되어야한다. 간단하게 중국, 일본, 혹은 제주도를 비롯한 국내여행을 가더라도 그 이외의 유럽,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지로 가려면 큰 마음을 먹어야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평화롭게 시골 – 혹은 어촌 -에서 동물들과, 사람들과, 요리 궁리만 하며 살아가는 모습과, 모든 것은 훌훌 털어내고 납치를 당해서라도 여행을 가는 것은 그야말로 판타지다.

하지만 그의 작품이 판타지를 다룬다고 해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일상과의 괴리는 분명히 있다. (특히, 이번 윤식당이 보여주는 외국에서 한식당 개업하기는 사실상 진짜 판타지라 생각한다) 그러나 오히려 그의 작품은,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있는 것만 같다. TV속 배우들이 여행을 가고, 음식을 해먹사람 냄새 나는 곳에서 서로 부대끼며 사는 것이 판타지처럼만 보이냐고. 아니라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할 수 있고, 당신이 없을 거라 단정하는, 진짜 사람냄새 나는 일상은 오히려 이런 것이 아니냐고 우리에게 암시해주고 있는 듯 하다.


[김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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