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겐 아직도 제주는 '그런' 곳이다. 그러나-

글 입력 2017.03.20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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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아직도
제주는 '그런' 곳이다.
그러나-


나무발전소-제주 표지 평면.jpg


책 ‘제주는 그런 곳이 아니야’를 읽으면서 일관적으로 느껴졌던 것이 있습니다. 저자는 제주에 지금처럼 사람이 몰리고, 또 그로 인해 개발되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제주에 여행자들이 몰리며 ‘관광지’로서 소비되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바람과는 상반되는 두 가지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한 가지는 빠른 시일 내에 제주도에 가야겠다는 것이었고, 또 한 가지는 제주도를 갈 때 꼭 이 책을 챙겨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저자가 설명하는 제주도는 결코 ‘여행지’, ‘관광지’가 아니었습니다. 제주도는 ‘관광지’가 아니라고 말하는데 제주도로 여행을 가고 싶어졌다니. 청개구리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만 실제로 한 장 한 장 책을 읽어내려 갈수록, 제주도에 얼른 가 보고 싶다는 마음에 엉덩이가 들썩일 정도였습니다. 다만 단 한 가지, 제가 저자의 바람대로 생각하게 된 것이 있다면. 제가 가고싶은 것은 ‘휴양지’로서의 제주가 아니었습니다. 

자연이 만들어낸 제주. 날 것 그대로의 자연과, 그를 최대한 해치지 않고 공존하고자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인 제주. 사람이 살았고 또 살고 있는. 사람 냄새가 나는 제주였죠. 저자가 사랑한, 그리고 지켜내고 싶어 하는 ‘이런’ 제주 말입니다.

저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수학여행으로 어디가 어딘지도 모른 채 다녀온 것 빼고는 제주도를 가본 저이 없습니다. 그런 제게도 익숙한 것들이 있죠. 한라산, 월정리 해변, 올레, 돌하르방 등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한라산, 돌하르방은 어릴 적부터 알고 있던 것이고, 올레나 월정리 해변은 SNS를 통해서 쉽게 접할 수 있었죠. 

그것들을 한 번도 제대로 느껴본 적이 없으면서 저는 어느 정도 그것들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수도 없이 많은 방송에서, 책에서, SNS에서 쉽게 접해왔었으니까요. 하지만 ‘제주는 그런 곳이 아니야’에서 말하는 그런 것들은, 제가 알고 있던 것과는 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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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은 백록담이 다인 산이 아니었습니다. ‘이 섬에 들어와서부터는 어디나 한라산이니, 가다가 서 보아도 한라산이요, 한바퀴 돌아보아도 또 거기가 한라산이요, 힘껏 벗어나려고 숨어보려고 굴속으로 들어가 보아도 한라산인데’ 라고 말했던 노산 이은상의 말처럼. 한라산은 그저 ‘제주도에 있는 산’이 아니었습니다. 제주 전체가 한라산이었고, 한라산이 제주였죠.

돌하르방 또한 그저 ‘기념품’, 제주 ‘상징물’ 따위가 아니었습니다. 제주의 수많은 마을들을 지켜온 장승이었고 최고의 미술품이었죠. 굳이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각 지역마다 생김이 다른 것을 보면 돌하르방이 얼마나 지역민들의 마음을 잘 대표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돌하르방 하나하나에 그 지역민들이 무탈하게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죠.

굉장히 평면적으로, 단편적으로 제 안에 자리 잡고 있던 이미지들이 서서히 입체적으로 돼가는 듯 했습니다. ‘머나먼 어느 곳의 어느 것’이 아니라, 자연이 만든 제주의, 사람이 만든 어느 것으로요.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관광’의 의미로서 알게 됐던 것들에 대해서 더 두드러졌습니다.

제주 올레는 그저 제주에서 걷기 좋은 도보여행코스가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거주공간이자, 담이었고, 다른이와 공유하는 광장이자 사유공간이었습니다. 담하나 없고, 문을 잠그지도 않는 제주도 풍습이 발달할 수 있던 건 ‘올레’가 존재했기 때문이었죠.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올레’를 부흥시켰지만, 쇠락시켰습니다. 사람들이 몰려들고 제주가 개발되기 시작하며 원래의 ‘올레’들은 파괴되고 말았으니까요. 

최근 들어 SNS에 자주 뜨는, 제주 관광지 ‘월정리 해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색 카페들이 많고, 흡사 그리스에 온 듯한 기분까지 느끼게 한다는 ‘월정리 해변’은 제주도 대표 관광지지만, 이미 제주도가 아니죠. 월정리는 제주도 최대 사구가 발달했던 곳이나 현재는 그를 찾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제주도’ 본연의 것은 거진 사라지고 인위적인 것들로 조성됐습니다. 그 모습은 ‘관광’, 혹은 ‘발전’의 이름을 띤 개발의 위험성을 알려주죠. 

개발은 제주도를 발전하게 했지만, 또 쇠락하게 헀던 것입니다. 더욱 많은 관광객이 찾을 수 있도록, 더 좋은 ‘관광지’가 되도록 했지만. 그와 함께 제주도가 ‘제주도’일 수가 없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개발 된 모습을 ‘제주도’라고 여기니, 저자가 ‘제주는 그런곳이 아니야’라고 분통을 터뜨릴만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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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통해서 제가 몰랐던, 혹은 알려고하지 않았던 제주도의 여러 모습들을 알아가며 저는 단 한번도 ‘제대로’ 밟아보지 못한 제주도임에도 애정이 샘솟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앞서 말했듯, 빠른 시일 내로 꼭 제주를 방문하겠다 다짐하게 했죠.

어쩌면 저는 저자가 달가워하지 않는 ‘관광객’ 중 한명이 될지도 모릅니다. 제주도를 ‘그런’ 곳으로 알고있던, 또 아직까지도 ‘그런’ 곳으로 알고 있는 저는 분명 제주도에 ‘놀러’ 갈 것이니까요. 이 모든 것을 알고있음에도 저는 돌 하르방 모양 기념품을 살 것이며, 또 제주 올렛길을 걸을 것입니다. 월정리 해변에 가서 커피 한잔을 할지도 모르죠. ‘관광지’에 온 듯 ‘인증샷’‘이랍시고 찍어서 SNS에 올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자에게, 또 저에게 희망을 주고 싶은 것은 그 여정을 통해 제게도 제주가 ‘이런’ 곳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입니다. 저자의 책은 방송과 SNS에서 접하지 못했던 제주의 모습을 일깨워 줬습니다. 분명 제가 지금까지 알고있던 제주와는 다른 모습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이 알려준 제주는, 역시나 제가 직접 겪어본 제주가 아니기에 ‘그런’ 제주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게도 제주가 ‘이런’ 곳이 되기 위해선 저자가 알려준 것들을 바탕으로 제가 제주도를 직접 느껴봐야겠죠.

제가 월정리 해변을 거닐더라도, 올레길을 걷더라도. 저자가 알려준 제주가 있는 이상 제게 그 모습들은 ‘제주의 전부’가 될 수 없습니다. 책을 읽은 이상 저는 제주도의 본질을 탐구하지 않을 수 없게 됐죠. 그저 ‘관광지’로서만은 대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아직은 몰랐던 제주의 모습을 알았을 뿐, 제게 제주는 ‘그런’ 곳입니다. 다행인 점은, 이는 단지 제주를 다녀오지 않았기 때문이란 것입니다. 제주를 수도 없이 다녀오고서도 제주를 ‘그런’ 곳으로 알고있는 이들과는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하루 빨리 제주도를 방문해 ‘이런’ 제주를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언젠가 먼 여정을 함께할 여행가방에 또, 항상 떠날 채비가 된 마음 속 여행가방에 ‘제주는 그런 곳이 아니야’를 조용히 담아봅니다. 이 책을 매개로 제게 제주가 온전히 담길 수 있길 바라는 소망까지도 함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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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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