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출판저널 - 저널의 기능에 충실한 월간지

글 입력 2017.03.20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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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저널 책표지.jpg
 

리뷰를 시작하기 앞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건강한 코스 요리를 먹은 기분이다. 에피타이저는 물론이거니와 메인요리와 디저트까지 출판저널 속에 담긴 재료들은 독자의 지적호기심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도서관에서 댄스파티를?
먼저 에피타이저 격에 해당하는 에세이와 트렌드, 메이킹 스토리 부문을 살펴보자. 이 중 두 가지가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첫 번째는 에세이 속에 등장하는 네덜란드의 DOK도서관이다. 영화와 음악, 게임, 대낮에 벌어지는 댄스파티에 이르기까지. DOK도서관과 이용객들의 일상을 관찰한 에세이는 해외 도서관이 종합 문화컨텐츠의 장으로서 어떤 식으로 책과 사람의 경계를 허무는지를 보여주었다. 변화란 항상 과거와의 단절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 용광로였던 건물을 도서관으로 재창조했으며 소프트웨어적인 내실 또한 탄탄한 DOK도서관의 사례는 그야말로 바람직한 롤모델이다. 이정수 서울도서관장의 말처럼 멋지게, 많이 짓자며 하드웨어에 치중하는 우리의 현실과 비교되어 첫 판부터 나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었다.


알아야 할 건 많고 시간은 늘 부족하신가요?
두 번째로 나의 눈길을 끌었던 부문은 메이킹 스토리 부문에 담긴 퍼블리 박소령 대표의 인터뷰였다. 신생 스타트업 회사인 퍼블리는 공공성을 지닌 콘텐츠를 선 트레일러로 독자들에게 먼저 공개한다. 그 뒤 펀딩을 받고 취재를 해 디지털 리포트 형식으로 다시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퍼블리가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 프랑크푸르트 북페어에 관한 인터뷰는 나를 포함해 시간도, 돈도 부족하지만 해외의 정보가 목마른 이들에게는 무척이나 솔깃할 대목이었다. 무료콘텐츠가 유료콘텐츠로 전환되는 과도기 상태인 현재, 특정 독자의 니즈를 파악해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경쟁력임을 퍼블릭의 사례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후진적 출판유통체계와 송인서적
메인에 해당하는 부문을 꼽으라면 단연코 송인서적 부도 사태를 다룬 스페셜 부문이라 할 수 있다. 책을 읽고 소비하지만 출판계엔 그닥 관심이 없던 한 사람으로, 나 또한 송인서적의 부도가 도서정가제로 인해 벌어진 판매 하락이 원인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출판저널을 통해 마주한 근본적 원인은 출판계에 만연한 전근대적 출판유통시스템 때문이었다. 4차 산업혁명을 떠들고 있는 세상에 책이 얼마나 팔렸는지 어느 서점에 몇 부가 깔렸는지조차 모르는 출판사와 도매상이 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게다가 송인서적은 대형 서점엔 현금을 결제하고 1인 출판사와 중소서점 등 소규모 거래상엔 어음을 남발하는 주먹구구식 행정으로 연명해왔다. 이러한 행태가 관행처럼 굳어버린 것이 현실이니 결국 대형출판사와 대형서점, 도매상 등 출판계 누구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또한 누군가는 끊임없이 이익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 출판계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출판유통의 선진화라는 해답이 정해져있지만 과연 그 여정이 순탄할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무엇보다 송인서적 사태를 둘러싼 출판계의 뼈아픈 자기반성과 비판이 담긴 글들을 보며 한국식 서열문화, 갑을문화의 병폐가 생각보다 깊을뿐더러 우리 일상 곳곳에 만연해있다는 느낌을 떨치기 어려웠다.


디저트에 해당하는 EDITOR’S NOTE에서는 출판저널이 선정한 이달의 책을 선보인다. 서점의 베스트셀러를 차지한 학습지, 자기계발서, 특색 없는 소설들에 질린 독자라면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코너가 아닐 수 없다. 최근 들어 독자들의 관심이 급상승한 페미니즘 도서에 관한 내용도 있었는데 페미니즘 오피니언을 쓰는 나로서는 눈이 번쩍 뜨이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메갈리아는 왜곡된 페미니즘을 추구하므로 제대로 된 페미니즘을 표방하는 이들을 위해 책을 추천한다는 대목이었다.


진짜 페미 가짜 페미 따로 있나? 성녀와 창녀, 개념녀와 김치녀의 이분법으로 페미니즘마저 분류하는 것은 남성들이 여성들을 지배해 온 분할통치의 프레임이 여전히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건 약간의 서러움이 섞인 나의 푸념일 뿐이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잡지를 덮은 뒤에 정의내린 출판저널은 다양성이라는 언론의 순기능을 가진 매체라는 점이다. 담담하게, 때로는 자성의 목소리로 출판계의 명과 암을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자칫 다수에 묻히기 쉬운 소수의 목소리도 놓치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책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 출판계 전반에 걸친 이야기가 궁금한 이들에게 출판저널은 그 갈증을 해소시킬 무언가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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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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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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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나연_우사인
    • 저도 왜곡된 페미니즘 추구한다 부분이 되게 걸렸었어요.. 그게 과연 왜곡된걸까, 과연 '올바른' 페미니즘이 존재하긴 하는건지, 그건 그냥 PC하라는 압박 아닌지. 그런 것들이요.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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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지은
    • 2017.03.20 22:5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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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나연_우사인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실은 저 부분을 쓸까말까 잠깐 고민했었거든요. 하지만 프로불편러나 페미나치처럼 보일지라도 꼭 짚고 넘어가고 싶었습니다. 저들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페미니즘과 여성혐오가 수면 위로 등장할 수 있었을까요? 된장녀, 무개념녀, 성괴, 김치녀와 같은 언어를 비롯해 '옷을 저렇게 입으니 성폭행을 당하지' 와 같은 폭력으로 여성을 후려치던 지난 10년과 메갈의 등장 이후 소라넷 폐지, 미러렁, 성범죄 공론화 등 최근 2년간의 변화를 비교해본다면, 왜곡된 페미니즘이란 단어로 메갈리아를 정의하는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제가 어린편은 아닌지라 전후의 변화가 더욱 크게 다가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하. 부족하고 짧은 식견으로 쓴 부분임에도 공감해주신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저도 나연님의 글 잘 읽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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