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창간 30주년 월간 < 출판저널 > 3월호 Vol. 494

글 입력 2017.03.1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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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무엇을 지칭하는지 뻔히 알면서도 개인적으로 나와 밀접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 분야다.

월간 출판저널도 마찬가지다. 처음 보았을 때 출판 분야에서도 저널이 나오는구나 하는 정도의 감상만 있었을 뿐 무슨 콘텐츠를 다룰 지 그다지 감이 오지 않았고 궁금하지도 않았다. 전공분야 학술지를 읽기도 바빴던 시절에 나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는 것 같은 분야의 저널을 읽기에, 나는 너무도 바빴다. 아니, 바쁘다고 여겼던 것 같다.
솔직히 말하자면 출판 분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인가 하는 생각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정말로 바보같은 생각이었다. 당장에 학문을 공부하기 위해서도 출판은 필수적으로 연계될 수밖에 없을 뿐더러, 공부를 업으로 삼지 않더라도 출판은 인생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번 아트인사이트(www.artinsight.co.kr)의 출판저널 3월호 리뷰 초대에 응했다. 전공의 틀에 갇혀서 다른 분야를 등한시하는 과오를 더 이상 범하지 않고 인식의 지평을 조금이라도 더 넓히고 싶었기 때문이다.





CONTENTS

Essay

Trend   출판 플랫폼

Making story   출판 기획
Special    ‘출판, 산업과 문화 사이에서’
Column   제4차 산업혁명과 노동의 미래, 출판인들이 꼭 알아야할 경제 상식 등
Criticism   책 생태계 망치는 국가 기관, 갑질이 악의 유산처럼 퍼진다
Report    2017 콘텐츠산업 전망 등

Editor's Note
Review    출간 동향

New Book    페미니즘, 4차 산업혁명, 정치사회 등

Information    출판계 인물 동정 및 소식

Epilogue    문화산업의 근간이 왜 출판일까? 등





도입부에 있는 가벼운 에세이는 출판저널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 부담스럽지 않은 콘텐츠로 구성되어 있었다. 특히 큐레이션 서점 북스포즈(Books Pause)의 내용은 새삼 책방 이음과 풀무질을 생각나게 하는 곳이어서 더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전공서적이나 베스트셀러를 볼 수 있는 그런 대형서점이 아니라 동네에 있는 인문사회분야 서점에서 시집을 두루 읽어보고 마음에 드는 시집을 사서 나오던 옛날 기억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책 바깥에서 가볍게 쓴 '봄은 소통이다' 에세이 역시 부담 없이 읽기에 괜찮았다. 비문이 있어서 조금 당황했지만 봄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그 기조에는 깊이 공감했다.

그렇다고 출판저널이 가볍고 부담없는 소재들만 다루는 것은 아니었다. 네덜란드의 책문화와 더불어 해외의 출판동향 역시 다루었다. 이달의 도서들 중 선별하여 소개하는 코너, 출판계 소식을 알 수 있는 코너 역시 있어 출판 분야에 직접적으로 종사하는 사람들과 이 분야에 대해 직접적인 경험이 없는 일반 독자들을 포괄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들이 두루 담겨 있었다.



유독 재미있게 본 대목은 TREND, MAKING STORY, SPECIAL 코너였다. TREND는 장르문학 중에서도 특히 '웹소설' 시장이 꽤 커진 상황에서 민음사의 장르문학 전문브랜드 '황금가지'가 취하는 스탠스를 보여주었다. 황금가지가 출판하는 판타지 소설을 오랫동안 보지 못한 이후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했었는데 웹소설과 구분되는 '온라인 소설'이라는 별도의 먹거리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웹소설에도 퀄리티 있는 작품들이 종종 있기는 하지만 클리셰적이고 소위 '잘 팔릴 법한' 소재들 위주로 나오는 작품들 위주로 시장이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보다 마니아적인 소재, 퀄리티 있는 내용을 쓸 수 있는 작가들이 웹소설 시장을 꺼려한다는 것에 포착하여 이 니치를 공략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직까지는 조아라나 리디, 문피아, 카카오페이지 등을 넘어설 만큼의 플랫폼으로 자리잡지는 못했지만 추후가 어떨지 굉장히 기대된다. 타겟팅이 명확한 만큼 해당 독자층을 확실히 포섭하기만 하면 안정적인 수익구조가 창출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MAKING STORY에서는 PUBLY를 소개하고 있었다. 출판기획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Making story 코너에 걸맞는 스타트업 회사였다. 지적 콘텐츠를 유료화함으로써 지적 생태계를 추구한다는 것이었다. 가치 있는 정보를 정제하여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퍼블리는 비슷한 아이디어를 어딘가에서 본 것 같으면서도 신선한 느낌이었다. 종이책을 만드는 출판을 하지 않지만 디지털 리포트를 제작하는 퍼블리는 분명 출판기획 회사다. B2C적인 출판을 하는 셈이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마치 위포트나 에듀스 등에서 취업준비생들에게 산업분석, 회사 직무 분석 등의 자료를 선별하여 유료로 제공하는 리포트와 비슷한 개념이다. 그러나 퍼블리는 일방향적인 콘텐츠 제작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들이 직접 콘텐츠를 가지고 오는 것도 기획하므로 양방향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며 그 주제의 폭이 훨씬 넓다는 점이 다르다. 이래서 새롭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새롭다는 느낌을 받은 것 같다.

SPECIAL은 '출판, 산업과 문화 사이에서'라는 주제로 일련의 글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출판이 산업으로 남을 것인가, 문화로 보다 새롭게 자리매김할 것인가에 대하여 통렬하게 자아를 성찰한 글들이었다. 출판은 옛날처럼 특수성이 있는 전문분야로서의 배타성을 가지는 것만으로는 이젠 시장성을 확보할 수도 없을 뿐더러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기도 힘들어졌다. 방만한 경영이 용인되는 시절도 지났다. 두 번이나 부도가 난 송인서적 사태를 두고 출판계는 각성하지 않을 수 없는 고비에 직면했다. 그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도움은 제공하지 못하면서 출판계를 휘두르는 국가 기관의 행태 역시 시정되어야 할 판이다. 콘텐츠 산업이 성장하고 다각화되어 가는 시점에, 출판계는 곳곳에 산적해 있는 이 모든 어려움들을 어떻게 극복해나갈런지.



생각보다 출판분야의 문제가 심각해서 저널을 다 읽고 나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책을 덮는 순간 이 분야에 대한 생각도 덮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출판은 정말 단순히 산업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적 자본인 동시에 한 시대와 한 사회의 문화이기 때문에, 더욱 걱정이 됐다. 그러나 끊임없이 성찰하고 대안을 고민하는 출판저널을 보며 조금은 희망이 느껴지기도 한다. 문제의 극복은 결국 분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기에.

책 한 권에 담긴 땀과 한숨 그 모든 서사를 덧그려볼 수 있는 기회였다. 다양한 콘텐츠가 끊임없이 개발되고 쏟아져 나오는 이 바람 잘 날 없는 시대에, 출판은 어떻게 사람들의 일상에 다시금 자리매김할지, 앞으로도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럴 때 이따금 월간 출판저널을 찾아보면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며.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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