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은 진정으로 어린왕자를 알고있나요? [문학]

글 입력 2017.03.1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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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그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어린왕자’라고 말할 것입니다. 사실 이 책은 너무나도 유명한 고전이라고 생각되어 한 번도 이 책에 대한 감상을 글로 써 본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많이 읽고, 많이 생각했던 책이기에 오늘 이렇게 애정을 담아 글로 써보려고 합니다.
 
  살면서 다소 충격적이었던 것 중에 하나는 꽤 많은 사람들이 어린 왕자를 읽어보지 않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가장 유명한 구절 중에 하나인 책 속 여우의 말인 '네가 4시에 나한테 찾아온다고 하면 나는 3시부터 벌써 기쁘기 시작할 거야.' 이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정작 여우가 전달하고자 했던 그 핵심을 아는 사람은 극히 적다는 것이 그 예입니다. 이 여우의 대사에 대한 이야기는 뒤에 이어서 하고 우선 책의 화자 ‘나’에 대해서 말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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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화자는 어릴 적 어른들이 ‘코끼리를 집어삼킨 보아 구렁이’의 그림을 알아보지 못해서 화가라는 꿈을 포기하고 비행기 조종사가 됩니다. 하지만 그가 단순히 자신의 그림이 다른 사람에 의해 인정받지 못해서 슬퍼했던 걸까요? 아닙니다. 화자는 자신에게 소중한 가치가 상대방에 의해 이해되고, 존중 받지 못했기 때문에 슬퍼했을 것입니다. 이에 대한 미련이 남은 그는 항상 그림을 지니고 다니며 사람들에게 보여주지만 그 반응들에는 별 다를 것이 없습니다.

  이러한 그는 처음 만난 어린 왕자의 뜬금없는 ‘양’ 을 그려달라는 부탁을 순순히 들어줍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어린 왕자의 양 그림의 수정 요청에 그는 여느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어쩔 수 없이 나이가 들었’는지 대충 상자 하나만을 그려줍니다. 안이 보이지 않는 상자이지만 양을 상상하며 좋아하는 어린 왕자는 처음으로 그의 그림을 이해하고 존중한 인물이 됩니다. 그래서 화자가 어린 왕자에게 애정을 가지게 되고, 그에 대한 기록을 남기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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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자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하고, 가장 중요한 어린 왕자를 살펴봅시다. 어린 왕자는 원한다면 하루에도 43번이나 해지는 광경을 볼 수 있는 자신의 작은 별을 떠나 다른 별을 여행하게 됩니다. 만난 이들 중의 대부분은 책의 ‘나’가 질려버린 어른들의 모습과 참으로 닮아있습니다. 쓸데없는 명령만 하는 임금님, 잘난 체를 하는 사람, 술을 마시는 것이 부끄럽기 때문에 술을 마시는 사람, 별을 위해 하는 것은 없지만 그저 소유만 하고 싶어하는 사업가와 마지막으로 실제는 보지 않은 채로 기록 만 하는 지리학자. 나열한 이 인물들의 자세한 설명 없이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어린 왕자가 질려 하며 떠난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입니다. 이 책의 작가, 생텍쥐페리가 진정으로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했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많은 별들을 지나 지구에 온 어린 왕자는 한가지 사실을 알게 되고는 풀밭에 엎드려 울고 맙니다. 유일하기에 특별하다고 생각되었던 자신의 장미 꽃이 지구의 정원에는 5천 송이나 피어있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허영을 부리던 한 송이 꽃이었을 뿐이지만 사랑했던 그 꽃이 너무나도 흔한 꽃이라는 것이 큰 충격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감정은 곧 여우를 만나고 바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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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퍼하고 있는 어린 왕자의 곁에 여우가 나타납니다.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길들이는 것’에 대해 알려줍니다.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이면, 우리는 서로가 더 이상 헤어져서 지낼 수 없게 되는 거야. 너는 내게 있어서 하나밖에 없는 친한 인간이고, 나는 또 너한테 하나밖에 없는 여우가 되는 것이지.’

   ‘네가 4시에 나한테 찾아온다고 하면 나는 3시부터 벌써 기쁘기 시작할 거야.’


  그에게 ‘길들이는 것’ 에 대해 이야기 해준 여우는 5천 송이의 장미꽃을 다시 보고오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돌아온다면 비밀 한 가지를 선물하겠다고 덧붙이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어린 왕자는 그 비밀을 알고 있는 듯 했습니다. ‘그 한 송이의 장미꽃’ 이 5천 송이의 장미꽃들보다 더 소중하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돌아온 어린 왕자에게 여우는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라는 비밀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이것이 작가가 여우를 어린 왕자와 만나게 한 이유이며 ‘네가 4시에 나한테 찾아온다고 하면 나는 3시부터 벌써 기쁘기 시작할 거야.’라는 말의 핵심일 것입니다.

  어린 왕자는 너무나 멀리 있는 자신의 고향에 돌아가기 위해 노란 뱀의 독을 빌려 지구를 떠납니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그가 그렇게 떠나버리는 결말이 어쩌면 허무하기도, 슬프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사랑스러운 어린 왕자의 존재와 이야기가 더 빛나 보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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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의 ‘나’와 같은 비행기 조종사입니다. 어쩌면 ‘나’라는 인물이 생텍쥐페리 자신일지도 모릅니다. 그는 세계 2차 대전으로 피폐해진 시대 한가운데에서 이 책을 출간하고는 약 1년 뒤 정찰비행 도중 행방불명 됩니다. 어쩌면 그는 고향별로 돌아가 버린 어린 왕자를 따라 파괴된 세상을 등지고 진정한 의미의 삶을 찾아 떠나 버린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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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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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ryuphonium
    • 잘 읽었습니다 :) 고등학교 도서실에서 처음 어린왕자를 읽었던 때의 감상이 떠올랐어요. 글이 예뻐요.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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