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방가르드, 원치 않는 성공, 원치 않는 인정. [문화 전반]

글 입력 2017.03.0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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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이 일어나면, 본대가 공격을 개시하기 전에 앞서서 적의 동향을 파악하는 척후병. 이들은 용기와 더불어 예측하기 힘든 상황도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도 가져야 한다. 일종의 예언자와 같은 역할을 하는 이들은 전쟁 시 누구보다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러한 막중한 임무를 지는 이들은 아방가르드(avant-garde)라고 불린다. 어디서나 비일비재하게 등장하는 ‘아방가르드 스타일‘, 걸핏하면 패션산업과 상품들에 붙는 이름인 ’아방가르드‘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 들지 않는가. 전쟁 중 사용되던 용어가 왜 현대에는 상업성을 대표하는 것으로 사용되고 있는지, 노명우의 ’아방가르드‘를 읽는 내내 가지게 된 의문이다.

 예술은 꽤 오래 전부터 여러 가지 형태로 존재해 왔지만, 그 의도는 시대에 따라 점차 변화하였다. 고대에는 예술이 주술적인 기능을 수행했으며, 예술가는 일종의 주술가로 여겨졌다. 중세로 넘어오면서도 이러한 의식적, 제례적 기능은 계속 유지되었으며 예술은 종교 활동의 보조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따라서 이 시기의 예술가들의 자율권은 매우 낮았다. 그러나 18세기를 거치며 다양한 사상이 유입되면서 순수예술의 개념이 등장했고, 점차 독립된 예술가로서의 능력이 중요해졌다. 이로 인해 예술가들은 불안정한 삶을 살게 되었으며, 자신의 작품을 예술로써 인정받기 위한 길은 두 가지밖에 없었다.


예술 비평 기준을 철저히 따르거나,
관습을 완전히 파괴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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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셀 뒤샹, < 샘 >, 1917


 아방가르드는 후자에 속했다.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양상으로 진행된 아방가르드는 일종의 국제주의적 운동으로 확산되어 나갔다. 급진 좌파 예술가들이 중심이 된 아방가르드는 예술이 삶의 장식에서 벗어나 삶을 궁극적으로 바꾸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박제된 듯 전시되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다. 이들은 삶의 문제를 지적하고 현실을 폭로하였으며,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언론과 잦은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 시대 상업성에 대한 저항, 자본주의에 대한 혐오. 아방가르드는 현실에서 벗어나 유토피아를 추구하는 전위부대였던 것이다.

 아방가르드는 사회와 대립하였고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예술이었다. 하지만 예술이 종교적 기능과 후원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고, 인상파가 약화되자 또 다시 사람들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싶어 했다. 그 대상은 이전에는 거들떠도 안 보던 아방가르드. 결국 회고전을 통해 아방가르드는 재평가되었고, 지금까지도 그 이름 유명한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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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아방가르드의 현실적 성공은
그들에게는 처참한 실패였을 것이다.


 아방가르드 정신, 그 자체가 의미있는 것이지, 어떠한 작품을 누가 만들었느냐 따위의 것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아방가르드의 재평가를 통해 그들의 작품은 ‘아름답게’ 전시되었고(아방가르드가 그토록 꺼려하던), 결국 원치 않는 사회적 인정을 받았다.

아방가르드의 두 가지 중요한 조건은 새로움과 저항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아방가르드는 어떠한가. 새롭고 뭔가 이상하게 보이는 것들을 아방가르드라 칭하며 높이 평가한다. 마치 평범한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아방가르드 예술’이라는 듯이. 그러나 그 아방가르드에는 결정적으로 저항이 담겨 있지 않다. 곧 현실사회에 대한 끊임없는 비판.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목소리. ‘아방가르드’를 읽으면서 우리 시대 진정한 아방가르드의 필요성을 느낀다. 단지 새로울 뿐만 아니라, 사회의 문제점을 꼬집어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예언자의 부활. 그 아방가르드를 통해 현실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계속해서 비판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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