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공.감.대] 공간02. 홍대 앞 책문화: 경의선 책거리

글 입력 2017.02.19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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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덧 훌쩍 지나가버린 시간. 넘어가는 해. 수차례 바뀌는 신호등. 지친 사람들을 싣고 이동하는 버스들. 전신줄 마냥 복잡하게 엉킨 골목 사이사이 네온사인 간판 그리고 ‘여기도 길이에요’하고 말을 거는 듯한 가로등. 

  거리를 배회하다보면 걷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나를 받아줄, 나를 위한 도시인 줄 알았는데 휘황찬란한 길거리를 어슬렁거리는 내 그림자가 인적 드문 골목 담벼락에 은밀하게 뿌려진 그라피티보다도 존재감 없이 느껴질 때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두 다리에 의지해서 무작정 도시 한복판을 걷고 싶어진다. 때문에 그런 목적 없는 걸음이 인도하는 낯선 곳은 혹은 익숙한 곳은 역설적으로 내게 어떤 의미가 된다. 가끔은 자기 자신에게도 일부러 의도된 위안이 필요한 법이니까. 자기 전에 그래도 ‘오늘, 완전히 나쁘진 않았어.’하고 한 줄 정도는 보고 느낀 것들을 일기에 적을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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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번 출구 바로 앞에 있어 힘들게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


  홍대입구역 6번 출구 쪽(연트럴파크)에 ‘경의선 책거리’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처럼 배회하거나 혼자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산책하며 시간 보내기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6번 출구에서부터 와우고가차도까지 이르는 길 안에는 여러 종류의 책을 다루는 부스들과 조형물들이 조성되어 있다. 정기휴무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남은 312일 동안에 내내 저자와 책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컨셉으로 운영되고 있어 독서애호가부터 프로산책러, 인근 주민과 학생들이 참여하기 알맞은 공간이다.
  
  홍대에서 친구와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바로 돌아가기가 아쉬워 그 일대를 돌아다니다가 전에 차도 위에서 내려다 본 철길 공간이 기억나 찾아갔다. 유독 추운 날이라 사람이 별로 없어 휑해 보이긴 했지만 그 덕에 더 천천히 느긋하게 구경할 수 있었다. 책거리에는 책을 홍보하고 전시하는 부스가 여럿 있는데 부스 이름마다 모두 ‘산책’이라는 단어가 들어간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곳 책문화를 충분히 즐기며 걸으라는 공간 의도가 명확하게 전달되는 부분이다. 좀 더 재치 있게 네이밍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전세대가 함께 공유하기엔 무난하고 친절한 이름 같기도 하다.



*공간산책: 교육적 가치를 가지고 운영되는 공간으로 작가와의 만남 등 네트워크 공간

*여행산책: 여행자들을 위한 여행도서, 취미, 실용 도서들을 전시 홍보하며 여행관련 콘텐츠를 제공하는 공간

*예술산책: 홍대의 지역문화를 특화하여 예술, 디자인을 중심으로 한 공간으로서 다양한 문화 예술관련 도서를 접할 수 있는 공간

*아동산책: 미래의 독자인 어린이를 위한 책 공간으로 책을 친근하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

*인문산책: 인문 관련 도서를 전시 판매 하고, 인문학적 소양을 배양할 수 있는 공간

*문학산책: 시, 소설, 장르문학을 주제로 한 도서를 전시 판매하며, 다양한 문학 도서들을 접할 수 있는 공간

*테마산책: 테마별 출판, 독립출판물을 전시 판매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공간

*미래산책: 출판 도서 문화 사업의 미래를 보여주고, 디지털북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아카이브 공간으로 독서를 하며 힐링하는 공간

*창작산책: 창작예술공간으로 도서를 기반으로한 콘텐츠를 직접 체험하는 참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공간

*문화산책: 복합문화공간으로 책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관람할 수 있는 공간

- 경의선 책거리 제공 리플릿 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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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의선 책거리 2월 프로그램 일정과 부스 내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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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토존 '책거리역'과 시가 적혀 있는 입간판


  논외로 두기 쉬운 아동문학과 독립출판물, e-book까지 다양하게 망라하여 다룬다는 점이 우선 놀라웠고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한 건물 내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거리라는 자유로운 공간 안에서 산발적이고 개성적인 문화 인프라를 만들었다는 점이 새롭게 다가온다고 해야 할까. 저자와의 만남, 강연회, 전시, 소규모 모임, 체험 프로그램 등의 이벤트가 기획되어 정적인 독서 문화 공간이 아닌 보다 활동적이고 개방적인 복합 문화 공간으로서의 이미지가 강하다. 또한 각 부스마다 편하게 앉아 독서를 할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마련되어 있어 편의성이 좋았고 ‘책거리역’이라고 불리는 포토존과 각종 도서 관련 조형물들이 있어 독서활동 뿐 아니라 교육 및 체험활동, 데이트 등을 위한 목적으로도 충분히 방문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게 한번 쭉 둘러보면서 좀 더 보충되었으면 하고 느꼈던 몇 가지가 충족된다면 아마 더 많은 사람들이 단골로서 책거리를 애용하지 않을까 한다. (나도 그렇고.) 각 부스마다 편의를 위해 의자가 마련되어 있지만 그 수가 적어 실질적인 이용률이 낮아 보였다. 때문에 아예 ‘독서’만을 위한 공간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날이 따뜻한 봄여름의 경우엔 거리 아무데서나 엉덩이 붙이고 앉아 책을 읽을 수 있겠지만 요즘 같은 경우엔 실내를 벗어나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경의선 책거리에서 구매한 책이든, 집에서 들고 나온 책이든 ‘독서를 할 만한 곳’을 찾아 어슬렁거리는 모든 책벌레들을 포용할 수 있는 곳이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아예 음료와 함께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책거리 전용 북카페 or 갤러리카페를 운영해도 좋을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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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길을 멈추게 만드는 와우교 게시판. '오늘 당신과 함께할 책은 무엇입니까?'


  어쨌든 결론은 ‘부럽다’, 이거다. 마포구 주민들은, 홍대 학생들은 배회할 곳이 많아서 좋겠다. 배회해도 만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서 좋겠다. 책거리역 맞은편 와우교 게시판에 적혀 있는 ‘오늘 당신과 함께 할 책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보고 그 근방을 오고가며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겠다. 세상은 넓고 내가 모르는 책 목록은 그보다 더 넓다. SNS다 뭐다 이런저런 아는 척 하기 좋은 시대이지만 무지와 호기심과 낯부끄러운 허세와 욕망을 확인하기엔 거리만한 곳이 없다. 책이 있는 거리라면 더더욱 그렇지 않겠는가.
  
  더 많이 걸을 의무감을 느낀다. 아무 길로 들어서면서 끊이지 않는 독백을 씹으며 나의 터무니없이 작은 존재감을 확인하는 것만큼 고독한 일은 없겠지만 내 다리는 걷는 만큼 튼튼해지고 가는 만큼 도달할 수 있는 곳이 많아진다는 믿음이 있다. 걷는 만큼 나는 나를 들여다보고 설명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질 것이다.





운영요일
화~일요일
(월요일 휴무)

운영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

버스 
동교동삼거리 정류장
산울림소극장 정류장

지하철
경의선 홍대입구역 6번 출구, 7번출구

주최 마포구
주관 한국출판협동조합

문의
tel) 02-324-6200




[김해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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