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웃에 대한 배려가 만든 기적의 예능 - ‘내 집이 나타났다’ [시각예술]

글 입력 2017.02.14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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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의 사진은 모두 방송화면을 캡쳐해 직접 편집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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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분 남짓한 시간 만에 3대가 20년간 살던 집이 무너졌다. 15살 사춘기 소녀와 아버지, 할머니가 살던 집은 밖에서 보기에도 문제가 많았다. 벽에 균열이 심해 힘이 센 남자가 망치질만 해도 무너질 거 같았다. 창문이나 문은 잠근다 한들 쉽게 뜯어낼 수 있어 보였다. 비가 새던 지붕은 틈이 컸던지 포크레인으로 뜯어내자 들짐승들이 드나들었던 흔적이 역력했다. 아무리 막아도 쥐가 들어올 수 있을 정도로 집은 빈약했고, 반복되는 홍수로 인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었다. 욕조만 덩그러니 있고, 변기조차 없는 화장실. 바로 도로 옆에 위치하고 있어 밤이면 지나가던 사람들이 쳐다보곤 했다는 소녀의 말에 나 역시 무서운 마음이 덜컥 들었다. 오히려 그 집에서 20년을 살았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본래 집이 살 수 없게 되자 당시 살아계시던 할아버지가 창고를 임시로 개조한 곳에서 20년 동안이나 살았다는 것이다. 15살 사춘기 소녀에게 ‘집’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과연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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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수는 데는 30분이 걸렸지만, 집을 신축하는데 77일이 소요됐다. 완성된 집을 보니 오히려 시공일이 짧게 느껴졌다. 많은 사람들이 3대의 집을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역력한 그야말로 ‘좋은’ 집이었다. 양진석 건축가는 기존의 창고 집을 “안전함과 편안함을 주지 못하는 점에서 ‘집’의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한다”고 얘기했다. ‘안전함’과 ‘편안함’ 그리고 3대의 생활양식을 고민한 여러 사람의 의견이 반영된 집은 ‘보이드(void) & 솔리드(solid)’ 라는 콘셉트로 공개되었다. ‘보이드 앤 솔리드’는 열린 공간과 닫힌 공간이 조화된 건축양식을 일컫는다고 한다. 도로 바로 옆에 위치해 위험에 쉽게 노출될 수 있었던 기존의 집에 반해 새 집은 겉에서 봤을 때 튼튼하고 견고한 느낌을 주는 인상이 강했다. 집으로 들어가면 안쪽으로 향해있는 창들이 많이 배치되어 있어 시야가 트이는 열린 공간의 느낌을 줬다. 그 중에서도 건축가가 설계에 공을 들인 공간은 ‘포켓가든’이었다. 초기 설계부터 비어있던 공간은 주택에서 흔히 보기 힘든 H형의 배치를 가능케 하고, 집 안의 환기와 채광을 담당했다. 하늘로는 열려있고, 다른 공간은 방으로 둘러싸여 있는 가족만의 프라이빗 공간이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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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는 완성된 집을 둘러보다 눈물을 흘리셨다. 집을 둘러보는 내내 탄성을 지르시던 할머니는 창고 집을 짓던 할아버지가 떠올랐다고 하셨고, 손녀딸이 친구들 보여주기에 창피하지 않은 집을 갖게 되었다며 좋아하셨다. ‘집’이라는 공간을 떠올렸을 때 어떤 생각이 먼저 드는가? 대학생들의 자취방, 독신들의 집, 가족끼리 사는 집. 다양해진 생활양식 덕에 그만큼 다양한 주거 양식이 존재하는 현대. 변하지 않는 것은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감정뿐일 것이다. 내가 쉴 수 있는 곳. 내가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곳, 내가 사랑할 수 있는 곳, 내 흔적이 배여 있는 곳. 누군가에게는 그런 장소가 저 가족에게는 불안함, 미안함, 창피함의 장소였던 것이다. 15살 소녀에게는 평생 동안 그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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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집이 나타났다’라는 예능은 저런 환경을 개선해준다. 집이라는 공간에서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연들을 해결해준다. 그저 그 사연을 공개하고 다른 사람들의 연민을 사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낡은 것을 부수고 기적을 선사해준다. 2회에 등장한 게스트는 가수 김종국이었다. 그는 사춘기 소녀의 사연이 안타까웠는지 방송으로 맺어진 인연임에도 불구하고, ‘남 일’ 같지 않다며 건축가와 상의하고, 실제 공사현장에서 일손을 거드는 등 많은 일을 도맡았다. 그의 활약이 빛났던 것은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코지룸(cozy room)’이었다. 같이 살지 못했던 부녀가 관계를 회복하길 바라는 소망을 실현하기 위한 공간을 직접 꾸며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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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집이 나타났다’는 1회는 권상우, 2회 김종국, 3회에는 장혁의 출현이 예고되어있다. 사전 제작이었기 때문에 게스트들은 공개된 상태지만 감동적인 것은 그들이 스타기 때문이 아니라, 이웃을 생각하는 그들의 마음 때문일 것이다. 경제적 수준은 생각지도 못할 만큼 올라갔다는데, 아직도 우리 곁에는 어려운 이웃들이 많다. ‘내 집이 나타났다’ 1회에 공개된 100년 된 넝마집 사연도 그러했고, 2회의 여주 창고 집 사연도 가슴 아팠다. 가장 기본적인 생활인 ‘의, 식, 주’ 중에서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겠지만, ‘의, 식, 주’를 영위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집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비싼 집값으로 인해 내 집을 갖지 못한 이들은 말할 것 없이 많지만, 적어도 현재 있는 공간에서 안락함을 누리지 못하는 이웃들을 위해주는 예능은 그야말로 착한 예능의 결정판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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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집이 나타났다’는 회당 제작비 5억, 제작 기간 8개월, 참여 인원 700여 명이라는 유례없는 자원을 투입한 jtbc의 새 예능 프로그램이다. 한 프로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사연들을 전문가들의 시선으로 판단해 신축이 시급한 집을 선정하고, 세계적 트렌드를 반영한 설계를 구현해 사연인 들에게 기적의 공간을 선사한다. 방송되는 시간은 한 시간 남짓 하지만 저 프로가 나오기까지 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었다.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만들어낸 이 기적의 예능은 2화가 방영된 2월 10일 5% 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냈다. 착한 예능은 감동에 치우쳐 재미의 요소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지만, 설령 그렇더라도 어려운 이웃들의 사연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주는 이 기적의 예능이 끝까지 성공하길 응원한다.


[김마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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