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암보암] 긍정의 문앞에 당신을 데려다 줄 Happy Things

글 입력 2017.02.0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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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컵에 물이 반 컵 담겨있다. 당신은 이것을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A : 물이 반이나 있다 or 물이 반밖에 없다

 
 이 질문은 학교에서 혹은 여러 강연에서 흔히 들어봤음직한 대표적인 레파토리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을 기질에 따라 나누는 데 있어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긍정성의 문제는 예나 지금이나 중요하게 여겨진다. 이 문제에 있어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쪽이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며 시대의 요구에 걸맞게 긍정이라는 키워드는 출판 시장에 쏟아지는 자기계발서의 한 귀퉁이를 차지한다. 하지만 ‘긍정의 힘’을 타고나지 않은 사람에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일은 절망이라는 나락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동아줄이 아닌 억지로 해내야하는 불편한 행위에 그치기도 한다.
   
 내게도 긍정은 항상 어려운 말이었다. 좋은 일이 있어야 좋게 생각하는 거지 어떻게 안 좋은 일도 좋게 생각할 수가 있지? 이해가 안됐기 때문에 그냥 생긴 대로 살았다. 우울하면 우울함에 푹 젖어들었다가 절망적일 땐 한없이 좌절했다가. 그로 인한 감정소모는 적잖았지만 긍정을 되뇌며 사고의 구조를 바꾸는 것보다는 덜 한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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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 남자친구는 긍정의 끝을 달렸다. 시험장에 들어가지 못했을 땐 다른 시험을 더 잘 보면 된다고, 자전거를 잃어버렸을 땐 언젠가 또 마련하면 된다고 말했다. 시험이 하루밖에 남지 않아 초조해하던 나와 달리 그는 하루나 남았다며 덤덤히 공부에 열중했다.
 그런 남자친구가 군대에 입대하고 나자 홀로 남겨진 나를 엄습했던 건 다름 아닌 스스로에 대한 자각이었다. 시간의 물살에 업혀 쉴 새 없이 흐르는 동안 놓고 온 것은 무엇이고 함께 뒤엉켜 내려온 것은 무엇이며 풍화와 침식을 통해 변화한 나라는 사람은 누구인가에 대한 자각. 그런데 놀랍게도 자각의 과정 속에서 발견한 것은 바로 ‘긍정’이었다.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 짜증스러워하고 자그마한 실수에도 예민하게 군다. 쉽게 우울감에 빠지고 주변 상황을 탓하느냐 바쁘다. 한동안 내가 아는 나는 그랬다. 하지만 어느 샌가 이런 모습은 깎여 나가고 없어진지 오래였다. 대신 그 자리엔 작은 일에도 즐거워하며 실수나 어려움을 마주쳤을 때 자책하기보다는 앞일을 다짐할 줄 아는 보다 강해진 한 사람이 있었다. 그제야 지난 2년 동안 그는 내게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법을 선물했음을 알았다.



 
 
둥근 해가 뜨면 제일 먼저 좋은 상상을 하지
하나 둘 셋 자리에 일어나 하마처럼 입을 쫙 하품을 한 번 하고
두 눈을 크게 뜨고 번쩍 기지개를 한 번 쭉 켜고
즐거운 상상을 맘껏 즐겨 잊지 말고 happy happy things
상쾌한 바람이 부는 아침에 한껏 여유 부릴 때
유난히 안색이 좋아 뭘 입어도 다 잘 어울리고 다 예뻐 보일 때
좋아하는 노랠 들으며 걸어갈 때 시간 맞춰 버스를 탈 때
유난히 사람이 많은 출근길 딱 내 앞에서 자리 났을 때
예상대로 일이 술술 풀려갈 때 이제부터 뭐든 내 멋대로 맘먹을 때
아주 맛있는 걸 먹었을 때 >세상에나 힘도 안 줬는데 쾌변
오 보너스 휴가 떠날 때 사랑하는 그대도 함께
모두 상상만 해도 정말 기분 좋아 >잊지 말고 happy happy things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을 때 괜히 기분이 좋아서 혼자 막 춤 출 때
아주 머리가 잘 돌아갈 때 말도 안돼 공부 안했는데 백점
오 누군가 보고 싶을 때 그대가 내 맘 알아줄 때
모두 상상만 해도 정말 기분 좋아 happy happy things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모두 상상만 해도 정말 기분 좋아 잊지 말고 happy happy things



 
 
 인디라고 하기엔 이미 많은 대중들에게 알려진 제이레빗의 노래 < happy things >엔 상상만 해도 기분 좋은 일들이 나열되어 있다. 경쾌하고 상큼한 멜로디에 제이레빗이 간질간질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happy things를 듣고 있으면 괜시리 행복해진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제이레빗이 상상해보라고 말하는 happy things는 사실 딱히 상상할 거리라고 하기도 뭐하다. 그냥 일상생활에서 실제로 할 수 있고 아주 흔하게 겪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일상 속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가 있고 누구나 쾌변을 할 때가 있으며 누구나 운 좋게 타이밍을 잘 맞추는 때가 있다. 엄청 나게 부자가 되는 것이나 이룰 수 없는 낭만을 꿈꾸는 일을 상상하는 게 오히려 더 행복할 수도 있지 않을까? 제이레빗은 어째서 이토록 일상적이고 사소한 일들이 행복을 가져온다고 믿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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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긍정적이다‘ 라는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좋지 않은 것을 보다 좋게 바라볼 수 있는 것, 그리고 좋은 것을 좋은 것으로 충분히 이해하는 것. 시련이 닥쳤을 때 그것을 또다른 기회나 극복할 수 있는 일이라 믿는 것은 물론 자신에게 다가오는 행운과 행복에 섬세하게 반응하는 것 역시 긍정의 모습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돌이켜 보면 남자친구와는 시시콜콜한 것들을 나누는 사이였다. 주로 내쪽에서 누군가를 질투했던 일도, 인간관계나 성격에 대한 고민들, 집안 사정까지도 주저리주저리 털어놓았다. 그 때마다 그는 나라는 사람의 장점이라든지 나의 생활 속에서 소박하게 빛나는 순간들을 이야기해주곤 했다. 그건 더 어려운 상황에 대한 비교라기보다 순전히 ‘좋은 걸 좋다고 말해주는 일’이었다. 가령 피부가 하얘지고 싶다고 말하면 까만 편이지만 피부가 깨끗하다고 말해주었고 소심하고 진지해 재미없는 성격이 고민이라고 하면 그렇기 때문에 친구들이 날 믿고 진심을 털어놓는 것이라고 말해주는 식이었다. 오늘은 너무 힘든 날이었다고 하면 그래도 오늘은 네가 좋아하는 날씨였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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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되어 곁에 있는 날보다 그렇지 않은 날이 많은 그는 시간의 흐름에 묻혀 알아채지 못했던 변화 속에, 그 자국 속에 깊이 관여하고 있었다. 덕분에 나는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사소하지만 좋은 일들을 크게 느끼고 충분히 즐길 줄 알게 되었다. 생일날 거의 모든 시간을 혼자 보냈음에도 잠깐 찾아와준 친구 한 명만으로도 행복해할 줄 알았다. 어쩔 수 없이 이사 온 자취방의 수많은 단점들 가운데 장점 하나를 찾아 크게 받아들였다. 단지 날이 좋아서, 그 날에 어울리는 노래가 있어서 행복한 날들이 많아졌다. 그렇게 하다 보니 매번 답이 없던 하루하루가 좀 나아보였다. 어두컴컴한 암실 같기만 했는데 볕이 드는 데가 있었고 못나 보이기만 했는데 살펴보니 예쁜 구석도 있더라. 이렇듯 좋은 것이 좋은 것임을 알고 충분히 느끼는 일은 나를 ‘긍정’으로 이끌었다.

 여전히 나보다 우월한 사람들은 많고 외모나 성격, 집안 사정은 늘 그렇듯 똑같다. 그렇다고 내가 아주 긍정적인 인물이 된 것도 아니다. 가끔 좌절하고 또 우울해한다. 외부적인 상황이든 사람의 기질이든 종잇장 뒤집듯이 그렇게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니니까. 하지만 분명한 것은 물이 반 정도 차있을 때 반‘이나’있네 라고 말하진 못해도 물이 반 이상 차있으면 그 사실을 좀 더 소중하게 받아들일 줄 안다는 사실이다. 이런 변화는 주위를 숨막히게 둘러싸고 있는 실제적이고 객관적인 모든 것들과는 별개로 사람을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게 만들며 종래엔 소박하지만 충만한 행복을 선사한다.
 
 
 때문에 제이레빗이 알려준 happy things는 긍정이 어려운 이들에게 말 그대로 ‘꿀팁’이 아닐 수가 없다. 누구나 언제든지 쉽게 마주치곤 하지만 모른 채 스쳐지나가는 것들을 죽 나열하고 ‘좋은 것을 좋다고’ 대놓고 알려주는 게 아닌가. 그러니 happy things를 잘 기억하도록 하자. 그것들이 단조롭고 진부한 일상에 등장했을 때 고민없이 기뻐하고 즐거움에 가득 찰 수 있도록 말이다. 몇 번만 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좋은 것이 좋은 것임을 충분히 느꼈던 순간들이 하나하나 다리를 놓아 당신을 긍정의 문 앞에 데려다 놓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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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암보암?    
: 이모저모 살펴보아 짐작할 수 있는 겉모양이라는 뜻의 순 우리말

감정과 느낌의 응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문화예술로부터
감정과 느낌이 가진 모습들을 평범하게, 동시에 독특하게 풀어내어
보암보암이란 이름처럼 따듯하고 몽글몽글한 글을 써보려 합니다.
 



**모든 이미지 출처 구글


[반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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