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 노래, 그 형, 그 친구들 < 싱 스트리트 > [시각예술]

글 입력 2017.01.2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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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자보자 하던 영화였다. 설명을 보니 내용은 뻔하게 흘러가겠구나 했다.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 밴드를 만들고 어머나, 그 밴드에서 숨겨진 재능을 찾았을 것이다. 덕분에 바라던 대로 그 여자와는 사이가 좋아졌을 것이고 주인공도 성장하는 훈훈한 전개! 비꼬는게 아니다. 예상과 실제는 분명 다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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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점들이 있었다. 보지 않으면 몰랐을 것들이었다. 먼저 첫 눈에 반해버린 라피나에게 다가가서 밴드를 한다며 말을 걸었을 때였다. 라피나도 보통내기는 아니었던지라 노래를 불러보라며 주인공 코너를 당황하게 했다. 예상과 달랐던 점은 노래 때문이었다. 처음 코너의 노래를 들었을 때 아마도 저 친구가 보컬일 밴드가 승산이 있을까 걱정을 했더랜다. 라피나도 얘는 뭐지, 하는 마음으로 시험해본 것 같다. 그래도 노래를 부르긴 했으니까 옛다 번호는 줘보자는 마음 아니었을까. 후반부로 갈수록 코너가 음악에 익숙해진 만큼, 그의 노래가 더 좋았다. 내심 나는 그 뻔한 이야기를 알면서도 코너가 잘 되길 바라고 있던 모양이다. 어쨌든 그의 배짱 하난 처음부터 멋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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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는 코너가 라피나에게 노래를 녹음해서 집 앞에 두고 가는 모습이었다.  그게 왜 기억에 남았냐면 비슷한 걸 해본 적이 있어서였다. 물론 그 때는 1958년이었다. 지금은 카세트테이프는 커녕 CD도 뛰어넘어서 그냥 음악파일로 듣는 시대이다. 그런데도 코너랑 나는 웃기게도 같은 걸 한 것이다. 물론 코너처럼 마음을  얻기 위해 시작한 일은 아니었지만 보는 순간 스쳐가는 기억은 어쩔 수 없었다. 그 기분만은 알 것 같았다. 내가 녹음한 노래를 보내놓고 그 사람의 반응이 어떨까 조마조마하는 과정을.  아 괜히 보낸 것 같다, 아냐 그래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하는 생각을 반복하는 기분.  누가 저런 걸 현실에서 하냐고 하면 네 합니다. 저런 걸. 하고 쑥스럽게 대답할 수 있다.

  물론 코너는 다르다. 그의 노래는  자신의 노래이자, 밴드 모두의 노래였다. 비슷하다고 하지만 나는 그의 형의 말을 빌리자면  '있는 노래를 커버한',  차고 넘치는 그 무리에 속해있었다.  그게 정말 큰 차이였던 것 같다. 마음을 전달하는데 자신만의 노래만한 것은 없다고 코너는 라피나와 가까워졌다. 그 노래는 시크하고 빛나는 라피나가 힘들어할 때 웃게도 하고 감동으로 눈물도 짓게 했다. 아마도 나는 그런 느낌은 주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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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너에게 감사해야 할 사람이 있다면 가장 먼저 형을 꼽겠다. 형은 코너의 고민(라피나와 가까워지고 싶음)을 실없는 소리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설사 실없는 소리라도 해보라고 좋은 음원을 들려주고 시도에 피드백을 더 해주었다.  아마도 그도 코너같이 음악을 하는 걸 꿈꿨나보다. 도망치려던 걸 붙잡혀왔다고 하니까. 코너가 잘 되는 게 보기 좋으면서도 한 순간 억울함에 버둥거리는 모습이 처참했다. 너가 막내로서 당연하게  얻었던 그 모든 것, 그것이 나에겐 당연하지 않았다는 말. 내가 혼자 열심히 뚫어놓은 길을 너가 프리패스로 달리고 있다는 말. 그럴 때 막내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져서 울어버린다. 그 말이 찔렸던 이유는 나도 막내이기 때문이다. 혹시나 언니가 날 보며 그렇게 말했다면, 나도 코너처럼  숨어서 울고야 말았을 것이다. 그리고 안다.  언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막내가 상대적 프리패스를 탔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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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브렌든. 그는 참 넓고, 멋진 형이다. 그리고 그 자체로 멋진 사람이다. 코너보다 눈에 밟힐 만큼. 이 곳을 떠나려는 라피나와 꿈을 좇는 코너의 도전에 누구보다도 응원하고 함께 희열을 느낀다. 그런 멋진 사람이 본인은 날개를 꺾인 양 생각하고 있는게 마음이 아프다.  안 꺾였다, 날개는. 무모함이 신중함으로 바뀌었다고 해서 열정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맏이는 분명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본다. 가령 부모님이 늘 가고 싶었던 여행지를 꿈꾸기만 하면서 하루를 아쉬움에 보내는 모습을,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외도를 저지르고 마는 모습을, 그 상황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통보받는 그 좌절감을. 부모님들이 맏이에겐 늘 미안하고 아픈 손가락이라 하는 지를 알 것 같았다. 가장 서툰 부모일 때, 가장 지원해주지 못해서, 여러모로 미안하고 마음이 아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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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시작은 얼기설기했지만 참 멋진 친구들. 밴드 싱스트리트. 에이먼이 없었다면 누가 코너와 함께 곡 작업을 했을까. 밑도 끝도 없이 '나는 퓨처리스트야'하는 놈한테 듀란듀란? 하면서 컨셉을 잡아주고 작곡 컨셉을 잡아주었다. 코너가 뮤즈 라피나에 빠져 곡을 쓸 때, 집안이 뒤숭숭할 때 찾아와도 언제든 곡 쓰는 것이라면 흔쾌히 문을 열어주었다. 빠질 수 없는 드럼이며, 베이스, 카메라며 인사를 담당한 친구, 나중엔 경호원까지! 시작은 간당간당하였으나 끝은 꽤 구색을 갖춘, 진지하고 젊은 밴드가 되었다. 허세로 시작했으나 진짜가 됐다. 진짜 멋있는 사람들이 있는 멋있는 밴드.


- 이 리뷰는 문화의 소통을 강조하는 ART insight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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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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