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페퍼톤스 - 캠프파이어 (신곡 리뷰) [공연예술]

담담히 보여주는 12년차 밴드의 내공과 역사
글 입력 2016.12.06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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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5일 정오, 페퍼톤스의 2년만의 신곡 캠프파이어가 공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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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들은 '2016 연말콘서트, 그리고 모닥불 앞 우리 같은 노래'라고 소개하고 있다.

 2년만의 신곡이다. 혹자는 이를 '침묵을 깼다'고 표현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 페퍼톤스는 정말 줄기차게 활동해왔다. 매년 여름에는 전국을 돌며(올해는 심지어 강릉까지) 클럽투어를 열었고 봄, 가을에는 불러주는 페스티벌마다 다녔으며, 매 해 겨울에는 연말콘서트로 팬들과 함께했다. 게다가 올해는 3회의 안테나 레이블 공연 '헬로, 안테나'에서 홀로 베이스와 일렉기타를 맡아 3시간 여의 콘서트 시간 동안 본인들은 자주 듣지도 않는 발라드 곡을 줄기차게 연주했다. (첫날은 2시간 즈음이 지나 페퍼톤스가 무대 중앙으로 올 때까지 한 마디도 하지 않았었다..)

 그러니, 이는 침묵을 깼다고 하기는 어렵다. 대신 미루고 미루던 보물 공개를 '짠' 한 셈이다. 공연을 다니는 팬들은 알테지만, 이 곡은 사실 올해 여름 클럽투어 때부터 기회가 닿는 단독 무대에서는 매번 연주한 곡이다. 덕분에 음원조차 나오지 않은 곡이지만 GMF 헤드라이너 무대에서는 '자 보아라 노래를 불러라 타오르는 빛처럼 우리들도 여기 이 곳에서 빛나고 있어라'부분을 작게나마 떼창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동명의 연말콘서트를 앞두고, 그들의 게으름에 이제서야 발표한 이 곡은(사실 게으름이라고 칭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본인들의 V앱 방송에서는 게으름에 미루고 미뤘다고 하지만, 꽤 많이 바빴으니 이해가 간다. 누군가는 결혼을 하여 한 딸아이의 아버지가 되었고 누군가는 tvN 우수 프로그램상을 받는 프로그램의 고정 출연자로 1년이 넘는 시간을 출연했지 않았는가. 이젠 공영방송에서도 반고정-스러운 고정-으로 두 멤버가 함께 출연한다. 그리고 줄기찬 공연들도.) 12년차 밴드의 내공을 담아 처음부터 지금까지 담담히, 하지만 강단있게 자신들의 세월을 돌아보는 듯하다. 

 이 곡은 10주년 기념 공연의 라이브 앨범 발매를 야심차게 기획하며 보너스 트랙으로의 취입을 논의하던 과정에서 탄생한 곡이다. "밴드의 초창기부터 현재까지가 조금씩 담겨있는 노래입니다. 여정이 길어질수록 점점 쌓여가는 추억들 하나하나가 우연히 모닥불 앞에서 만나 모여 잠시 쉬어 가는 순간처럼 기억되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즐겁게 들어주십시오."

담담한 그들의 어투 속에 담긴 세월과 그에 대한 애정처럼 캠프파이어는 통기타와 베이스를 바탕으로 신재평의 꾸밈없는 목소리가 청아한 지경으로 울린다. 2음절씩 끊어 부르는 보컬 뒤로 잔잔히 통기타와 베이스가 일정한 박자와 음들을 깔아준다. 통기타, 베이스, 드럼, 일렉 기타, 피아노. 천천히 하나씩 쌓여가는 5인조의 악기소리가 음악을 점점 풍성히 만든다. 


"이른 새벽 미로처럼 잠든 거리부터
남색 하늘 선명했던 잔디밭을 지나
이유 없이 설레었던 여름 하늘만큼
문득 문득 생각나는 너의 웃음만큼"


페퍼톤스 1집 'Colorful Express'의 수록곡 '잠든 도시의 미로',
타이틀곡 'Ready, Get, Set, Go!'의 'Indigo Skies Up High'속 남색 하늘,
2집 'New Standard'의 타이틀곡 'New Hippie Generation'에서 연상되는 
잔디밭과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
4집 'Beginner's Luck'의 수록곡 'Bikini'와 '러브앤피스'에서 생각나는 
'붉게 달아오른 미소'와 '더 눈부시던 너의 미소'까지. 

캠프파이어는 말 그대로, 페퍼톤스의 역사를 담담히 보여주는 곡이다. 여태까지 한 번도 자신의 노래를 이렇게 간접적으로라도 인용한 적 없는 그들이라서 더욱 신기하고 재미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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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페퍼톤스는 '캠프파이어'라는 연말공연으로 12월 16,17,18일 YES24 LIVE HALL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사실 페퍼톤스가 '캠프파이어'의 이름으로 연말공연을 여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0년에도 동명의 타이틀로 연말 공연을 열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들이 결국 지향하는 음악의 끝은, 자신의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과 모닥불 주위에 둘러않아 통기타 하나, 베이스 기타 하나로 장자라장 연주를 하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아닐까.

 1,2집의 일렉트로닉 음악에서 3집의 과도기를 거쳐 4,5집의 락밴드 사운드를 만들기까지. 페퍼톤스는 참 다양한 변화를 훌륭히 겪어왔다. 앞으로 페퍼톤스가 모닥불 근처에서 보여줄 음악 세계는 어떨지, 더욱 궁금하고 기대되는 이유다. 

 "영원같은 시간이 흘러도 모든 것이 변해도 이 순간은 바로 이 곳에서 빛나고 있어라"는 '캠프파이어'의 마지막 가사는 마치 지금의 시간을 영원히 간직하자는 페퍼톤스 스스로에게 하는, 그리고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작은 고백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본 곡의 라이브 무대는 연말 콘서트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예매는 인터파크와 YES24로. 아직 좌석이 남아있으니, 이들의 음악을 만나고 싶으신 분들은 꼭 놓치지 말길.



(2016 GMF 페퍼톤스 - 캠프파이어 라이브 영상)





영상출처
페퍼톤스 팬블로그 뉴테라피! 유튜브 채널

사진제공
안테나


[김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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