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제16회 국제2인극제 -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예술과 인간. [공연]

글 입력 2016.11.16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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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회 국제 2인극 축제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 진혼곡] / 푸시킨/ 그리스
2016년 11월 8일 (화) ~ 2016년 11월 10일 (목)
예술공간 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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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 팀의 초청작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공연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목요일, 공연을 보기 위해 예술공간 혜화를 찾았다. 2인극 축제가 ‘진홍빛 소녀’를 배출한 축제라는 걸 알았을 때부터 기대하고 있었는데, 직접 초청작 한 편을 보고 오니 작품 선정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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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켓은 매우 수수하면서도 필요한 정보는 꼼꼼하게 기입되어 있다. 그리고 연극제가 전반적으로 이렇게 진행되는지, 아니면 이번 공연만 이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좌석제가 아니라 순번제였다. 나는 비교적 일찍 도착한 덕분에 앞번호인 5번을 밭았고, 덕분에 맨 앞줄에서 관람할 수 있었다. 나는 규모가 작은 공연장에서는 무대와 가까운 객석을 좋아한다. 시력이 안 좋기도 하고, 가까이에서 배우들의 연기를 볼 때 더 생생하게 몰입하게 되는 것 같다. 이번 작품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는 관객 입장 전에 이미 배우들의 연기가 시작된 상태였고, 관객들은 연극이 시작하고 5분 뒤인 7시 35분에 순서대로 입장했다.

  공연을 보러 가기 전, 나는 늘 그렇듯이 이번 작품도 배우들의 표정과 몸짓으로 그들의 감정을 읽고, 인물간의 갈등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리스어를 알아듣지 못하고도, 자막을 읽지 않고도 스토리를 어느 정도는 따라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자막을 보지 않고 연기에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막상 연극을 보면서는 자막을 아주 열심히 읽고 왔다. 몇 가지 핑계를 대자면, 첫 번째 이유는 자막의 위치가 극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로 적당했기 때문이다. 자막은 무대 정면에서 왼쪽 상단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두 캐릭터가 마주 앉아 있을 때 주로 살리에리의 머리 위쪽이다. 물론 자막을 읽는 동안에는 배우들에게 집중하기가 어렵지만, 일부러 고개를 돌리거나 무대에서 눈을 떼야 할 정도로 불편한 위치는 아니었기 때문에 자막을 살짝 살피면서도 연극을 볼 수 있었다. 두 번째 이유이자 실질적인 이유는, 이번 연극은 배우들이 풍부한 표정과 몸짓으로 슬픔이나 분노, 질투 등의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연극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개인의 감정’이 주가 아니라 ‘인간의 고뇌’가 주가 되는, 일상적인 연극이 아닌 정극이었으므로, 배우들의 연기도 조금 더 절제된 느낌이었고, 대사도 조금 더 어렵고 복잡했다. 배우들은 특정 억양으로 대사를 강조하고, 특정 동작과 소품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비유하고 상징했다. 나는 자막을 읽고 대사를 이해하지 못하고는 작품을 전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작품 시작과 동시에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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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연출/살리에리 역 Dimitris Tsiamis 페이스북)


  메트로놈이 느린 박자로 움직이며 소리를 내고 있는 방 안. 두 배우가 서로 마주보고 앉아 있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던지는 끝없는 질문으로 극이 시작한다.



상상해 보겠는가,
아니면, 직접 들어 보겠는가?



  이 질문 장면은 원작 텍스트에는 없는 내용이다. 푸시킨의 희곡 텍스트는 살리에리의 예술관과 예술인생, 그리고 그의 생각에 대한 긴 독백으로 시작한다. 아마도 이번 각색은 연출인 Dimitris Tsiamis와 그가 속한 극단 Per-Theater-Formance의 작품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질문들에는 무수히 많은 복선과, 연출진의 사상이 담겨 있었던 듯하다. 질문이 하나하나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에 대한 대답들은 연극이 진행됨에 따라 극 안에서 제시된다. 질문을 주고받는 두 사람은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를 벗어나난 제삼자들이다. 포괄적이고 철학적인 질문에서부터 출발한 그들은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관계에까지 접근한다. 안토니오 살리에리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를 죽였을까? 왜?
 
  그리고 공연이 시작되면 덥수룩한 수염의 남자는 살리에리가 되어 무대 위에서 열정적인 지휘를 한다. 예술에 대한 찬사! 자기 자신의 재능에 대한 자부심! 살리에리는 지독하게 인간적이다. 독보적인 존재에 대한 선망과 함께 피어오르는 누를 수 없는 질투. 그의 복잡한 감정은 금단의 열매에 매혹되어가는 이브와 같다. 반면에 모차르트는 아이처럼 천진하고 마음속에 악의같은 것은 없는 사람처럼 행동한다. 금단의 유혹에 사로잡힌 살리에리는 1막의 끝에서 온몸에 뱀을 칭칭 감게 되고, 2막에서는 내내 뱀을 휘감고 움직인다. 서양 문학에서 뱀은 죄악과 유혹을 상징하곤 한다. 결국 인간보다 상위의 존재로 묘사되는 모차르트를 죽음이라는 인간적 한계로 끌어내리고 난 후에야 비로소 그는 뱀-죄악을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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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연출/살리에리 역 Dimitris Tsiamis 페이스북)


  모차르트는 살리에리에게 천재는 범죄자일 수 없다고 말한다. 본인 스스로가 천재이면서 동시에 세상에 악의를 느끼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모차르트가 ‘나와 같은 천재의 한 사람’으로 인정했던 살리에리는 인간적인 추악한 질투 끝에 모차르트의 잔에 독을 탐으로써 천재인 동시에 범죄자가 되고 만다. 살리에리는 오프닝 장면에서와 마찬가지로 정답 없는 질문을 던지며 극을 마무리한다. 천재는 범죄자가 될 수 없는가? 바티칸의 창조자- 미켈란젤로는 살인자가 아니었던가?





  공연이 끝나고 배우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다. 관객들 중에는 당일 오후에 그리스팀과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에 대한 학술세미나를 함께 했던 대학생들과 지도교수님이 계셨다. 그들을 대상으로, 이번 작품의 연출가이자 살리에리 역을 맡아 연기한 디미트리스는 선배 예술가로서의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모차르트는 재능을 면에서, 살리에리는 기교 면에서 훌륭한 예술가였다. 현대의 젊은 예술가들에게는 이 두 가지 모두가 요구된다고 생각한다. 한계를 넘어라, 마음을 열어라, 재능을 갈고 닦아라, 가난한 예술이 아닌 풍요로운 예술을 해라. 모차르트 역을 여자 배우가 맡은 데 특별한 상징적인 이유가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두 예술가가 또 다른 두 예술가의 삶을 연기하는 것이다. 이것은 행동이나 습관의 모방이 아니라 인물로서의 두 사람에 대한 분석이다. 따라서 모차르트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그를 맡은 배우가 여자인지 남자인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중요한 것은 텍스트에서 나타내고자 하는 모차르트와 그를 연기할 배우가 얼마나 잘 어울리는가이다. 따라서 우리는 모차르트를 가장 잘 소화할 배우를 캐스팅했을 뿐이다. 질의응답 시간에 열정적으로 연출의 변을 토해내는 디미트리스를 보며, 예술로서 연기를 하고 연극을 하는 사람들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그 모습을 보는 건 상당한 자극이 되었다. 오이디푸스왕, 오디세이, 일리아스 같은 어마어마한 작품들의 고향인 그리스의 예술가다운 모습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류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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