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웃음을 가져다 준 고마운 연극 봉장취

글 입력 2016.11.1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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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번 연극 <왕과나>를 보았던 미마지아트센터 눈빛극장을 이번엔 봉장취를 만나기 위해 다시 찾았다. 약간의 노골적인 표현들을 가미해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루었던 <왕과나>때와는 달리 이번 연극은 어린이를 위한 작품이니 만큼 병아리처럼 귀여운 아이들로 극장 밖이 시끌벅적했다. 그런 광경을 보며 한편으로는 어쩌면 이번 작품이 조금 유치하지 않을까 싶었던 것도 사실이었지만, 유치함을 떠나 연극은 어린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어쩔 수 없이 함박웃음을 짓게 만드는 무언가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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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뻐꾸기와 슈빌이라는 두 마리 새에 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연극 <봉장취>는 예상과 달리 새 분장을 한 배우가 등장한다거나 처음부터 새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하지 않았다. 4명의 배우가 무대에 오르자마자 한 일은 전해져 내려오는 우리의 음악 ‘봉장취’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극단 북새통이 이 음악에 사라진 이야기대신 오늘날의 이야기를 붙여나갔던 그러한 뒷배경을 귀를 사로잡는 음악과 함께 버무리는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연극은 뜬금없는 새에 관한 이야기처럼 보이지 않았고 유치하지도 않았으며 그것이 지니는 가치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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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보다도 이 연극을 보면서 즐거웠던 이유는 눈과 귀를 사로잡는 여러 장치들과 음악이었다. 어릴 적 잠자리에서 엄마가 읽어주던 동화책 속 세상을 떠오르게 하는 은은한 조명과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소품들은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뿐만 아니라 해금과 가야금 등 우리의 전통악기와 더불어 캐스터네츠나 실로폰, 그리고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여러 가지 소리를 내는 도구들이 4명의 배우가 만들어내는 감미로운 화음과 어우러져 귀를 즐겁게 했다. 연기, 음악, 그 모든 것들을 소화해내는 다재다능한 배우들 덕분에 한 순간도 지루할 틈이 없었고 그건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는지 1시간이라는 공연시간동안 졸거나 집중력을 잃는 아이들을 보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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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는 나처럼 연극 <봉장취>가 아이들을 위한 연극이라는 이유로 어른이 보기엔 유치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고 아이들이 많아 관람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할지도 모르겠다. 사회를 풍자하거나 햄릿과 같이 고전을 리메이크한 작품보다는 유치하긴 할 것이다. 아이들이 아무래도 한두 마디씩 던지다 보니 조금은 시끄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연극 <봉장취> 속에서는 그 모든 것들이 작품이 된다. 매순간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어른들에게서 그 유치함 때문에 터져 나오는 웃음과 무대 위의 새일 뿐인데도 마치 자기 일처럼 걱정하는 아이들의 순수함이 이 연극의 마지막 배우인 듯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어른아이 모두가 동심 속에서 마음껏 즐거워질 수 있는 연극, 더불어 전통을 이어가고자 하는 뜻깊은 마음까지도 담아내고 있는 연극 <봉장취>. 분노와 무기력으로 하루하루가 쉽지 않은 요즘과 같은 시기에 웃음을 가져다준 따뜻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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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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