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현대로 끌어온 '전신사조'의 재해석 [시각예술]

글 입력 2016.11.09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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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신사조'란 전할 전(傳), 귀신 신(神), 베낄 사(寫), 비출 조(照) 이 4개의 한자가 합쳐진 말로 동양화에서 초상화, 인물화를 그려 그 인물의 정신세계를 전하는 그림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고대부터 중국에서는 사물의 외관을 묘사하는 그림은 격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었다. 즉, '모양의 닮음(形似)'보다 '정신의 닮음(神似)'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중국 동진의 고개지가 주장한 '전신론(傳神論)'은 그림의 중요한 기능이 정신성의 전달에 있다고 보았는데, 그가 살았던 시대의 그림이 주로 인물화에 한정되었던 점을 고려해보면 여기서의 '정신성'은 인물화 주인공의 인격이나 개성임을 알 수 있다.

  전신사조를 가장 잘 나타내는 인물화라 하면 조선시대 윤두서의 <자화상>을 말할 수 있겠다. 이 작품에는 윤두서의 외면적인 모습만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것이 아니다. 화폭에 담긴 그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고집이 보통 있는 게 아니구나. 자기 의지대로 일을 밀고 나갈 것 같은 성격을 가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눈에서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움찔하게 만드는 카리스마를 내뿜는 듯 하고, 굳게 다문 입은 함부로 열지 않을 것 같다. 그림만 보더라도 그가 어떤 성품을 가지고 있었는지 짐작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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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두서 <자화상>


  회화는 그저 있는 그대로를 담는 사진(예술로서의 사진이 아닌 일반 대중들이 찍는 사진)과는 다르게 작가의 정신을 담는다. 이는 과거 '전신사조'에서부터 시작된 모습이 아닐까? 전신사조의 개념을 현대로 끌어와 의미를 재해석 한다면 아마 작가가 작업을 할 때 작품을 통해 어떤 것을 담아내려 했는지 그 의도를 지칭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여름방학에 우연히 함께 하게 된 대외활동에서 만난 한국화를 전공하는 22살 언니를 알게 되어 서초구 규영갤러리에서 열린 언니의 첫 개인전에 찾아가게 되었다. 마치 한 권의 그림책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전시장 안의 첫 작품은 붉은색 사막 한 가운데에 놓인 욕조에서 낙타들이 한 마리 한 마리씩 걸어 나오는 장면을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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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이 깊어질수록 기억의 부스러기들을 더듬게 되거나 아직 만져보지 못한 시간들을 갈망한다. 전부인 줄만 알았던 것들이 일부였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일부였던 것이 전부가 되어버리기도 하는 시간 속에서 낙타는 오아시스인 줄 알았던 욕조를 빠져나와 진짜 나의 오아시스를 찾아 묵묵히 떠난다. 그게 지금 당장이던 두근거리던 마음을 껴안고 잠에 빠진 채 맡게 될 눈부신 아침이던. 낙타는 떠난다. 우리는 떠난다. 진짜를 찾아."
- 박신유 작가


  작가의 모습으로 갤러리 내부를 지키고 있는 언니와 함께 차근히 작품 설명을 들으며 작품 속의 사막이 나의 내면에도 존재하는 곳임이 확실해졌고, 언니가 그린 그림책의 내용은 나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었다. 언니의 작품 속에는 그동안 짧다면 짧은 시간동안 삶을 살아오면서 느낀 공허함과 외로움, 결핍,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게 해준 주변의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녹아 스며들어 있었다. 작가가 작품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 그 이야기 속에 들어가 나를 돌아보다가 가던 길을 가는데 무심코 작품을 한 번 더 보기 위해 고개를 슬며시 돌리는 것 이 모든 행동들이 전신사조의 태도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박이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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