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펜데레츠키와 신포니아 바르소비아에 대한 추억

글 입력 2016.10.30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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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데레츠키와
신포니아 바르소비아에 대한 추억


글 - 김승열 (음악칼럼니스트)



10년 전인 2006년 2월, 나는 매일 같이 파리 라디오 프랑스 내의 살 올리비에 메시앙에 드나들었다. 라디오 프랑스에서 매년 주최하는 현대음악 시리즈인 ‘현존’(Presence)의 2006년 주빈작곡가로 선정된 크지슈토프 펜데레츠키(1933- )의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서. 펜데레츠키의 교향곡 여덟 곡 중 당시 미완성이었던 6번과 7번을 제외한 전부와 협주곡 및 주요 관현악곡들을 라디오 프랑스 필과 로열 스코틀랜드 국립 오케스트라, 릴 국립 오케스트라, 오슬로 필, 툴루즈 국립 카피톨 오케스트라, 파리 오케스트라가 보름 동안 연주해내는 휘황한 무대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모두가 무료였다는 사실! 현대음악 향수의 확산을 위해서 프랑스 국영방송사인 라디오 프랑스가 매년 이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은가. 나는 그처럼 푸짐한 프랑스 문화예술정책의 수혜자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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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지슈토프 펜데레츠키


당시 개막연주회에서 라디오 프랑스 필을 이끌며 펜데레츠키의 교향곡 2번과 8번을 지휘한 이는 다름 아닌 펜데레츠키 자신이었다. 그 같은 기억을 잊지 못한 나는 10년 만인 지난 10월 29일 토요일 이른 오후에 신포니아 바르소비아를 이끌고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등장한 83세의 펜데레츠키와 해후했다. 1984년에 창단된 폴란드의 신흥 오케스트라 강자인 신포니아 바르소비아의 예술감독으로 3년 전부터 활동 중인 펜데레츠키는 자신의 1992년 작, ‘현을 위한 신포니에타’로 포문을 열었다. 말 그대로 현악파트만이 씨줄 날줄 엮이듯 주거니 받거니 풀어간 악상은 오묘의 경지를 극하고 있었다. 거장의 활동 초기 무조음악만을 작곡하던 경향에서 벗어나 조성음악으로 회귀한 직후의 작풍을 ‘현을 위한 신포니에타’는 시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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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생으로 올해 21세의 폴란드 신성 얀 리시에츠키가 협연한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은 한껏 침잠한 피아노 솔로의 아우라를 오케스트라가 충분히 받쳐주지 못한 감이 있었다. 피아노는 영롱했지만 오케스트라는 둔탁했다. 이미 10대의 나이에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지휘하는 모차르트 오케스트라와 협연했을 정도로 리시에츠키의 천재성은 정평있었다. 그런 그를 처음 본 소감은 앙코르로 들려준 쇼팽의 녹턴처럼 나른한 리리시즘의 피아니스트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번뜩이는 천재적 직관력을 품고 있는 폴란드의 귀재임에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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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리시에츠키


마지막 베토벤 교향곡 7번은 노코멘트! 전날 부산문화회관에서 같은 프로그램으로 연주회를 마치고 심야버스로 서울행을 강행한 이들의 고단함이 그대로 묻어난 연주였다. 필자 또한 신포니아 바르소비아의 서울연주회 전날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토스카’를 보고 심야버스로 상경하던 중 내린 구미의 선산휴게소에서 이들 신포니아 바르소비아 단원들이 탄 버스 세 대를 우연찮게 목격할 수 있었다. 시차도 적응되지 못한 상황에서 여독이 오죽했을까. 그럼에도 그들은 야심한 밤의 선산휴게소에서 여유로운 망중한을 즐기고 있었다.

어떻든 이번 신포니아 바르소비아와의 초대면은 5년 전 파리 샹젤리제 극장에서의 예르지 셈코프(1928-2014)가 지휘한 이들의 연주회를 못 본 아쉬움을 달래기에 충분한 값진 무대였다. 부산-서울-대구를 잇는 한국투어가 끝나고 이어지는 중국 4개 도시 투어에서도 행운이 함께 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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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포니아 바르소비아





김승열 (음악칼럼니스트)

-고전음악칼럼니스트.

월간 클래식음악잡지 <코다>,<안단테>,<프리뷰+>,<아이무지카>,<월간 음악세계> 및
예술의전당 월간지 [Beautiful Life],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계간지 <아트인천>,
무크지 <아르스비테> 등에 기고했다.

파리에 5년 남짓 유학하면서 클래식/오페라 거장들의 무대를 수백편 관람한 고전음악 마니아다.

저서로는 <거장들의 유럽 클래식 무대>(2013/투티)가 있다.
현재 공공기관과 음악관련기관, 백화점 등지에서 클래식/오페라 강사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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