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웃음 뒤에 숨겨진 메시지를 찾아, 블랙코미디와의 숨바꼭질

글 입력 2016.10.17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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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히 발길 닿는 대로 떠나고 싶을 때, 그 벅차오르는 마음을 가장 먼저 내보이고 그렇게 시작했던 거의 모든 여정을 함께 했던 친구 하나(J)가 있다. 우리가 지금과 같은 생활을 하고 있을지 전혀 예상치 못했던 19살의 겨울, 나는 그 친구와 처음으로 서울 나들이를 왔었다. 뭣도 모르고 봤던 대학로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내게 꽤나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고 운 좋게 서울로 대학을 오고 난 후에도 대학로에 발길을 끊지 못하게 하는 유인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 그 때의 기억은 또 다시 연극 <싸이코패스는 고양이를 죽인다>를 선택하게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와 <싸이코패스는 고양이를 죽인다> 사이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두 연극 모두 블랙코미디라는 점이다.


싸이코2.jpg

 
 블랙코미디는 고통, 잔혹, 죽음 등 비극적인 제재로부터 웃음을 유발하는 희극의 한 형식이다. 단순한 비극은 관객을 웃게 만들지 않지만, 블랙코미디는 웃음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개인적으로 블랙코미디가 짜임새 있게 만들어지면 같은 주제라고 하더라도 다른 극 형식에 비해 그것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웃음이 나와서는 안 되는 상황인데도 어쩔 수 없이 입꼬리를 비집고 나오는 웃음을 터뜨리다보면 어느 순간 극이 주는 모순과 그로테스크함에 번쩍 정신이 들 때가 있기 때문이다.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가 그랬다. 이 연극의 소재는 두 글자만으로도 그 무게가 감당하기 어려운 ‘자살’이었다. 심지어 자살을 돕는 사이트의 운영자 안락사와 그 의뢰인 마돈나가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주된 내용인데도 극을 보는 내내 관객석에선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하지만 그 웃음 뒤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이러니하게도 결국 자살이 아닌 ‘살자’는 메시지가 숨겨져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렇게 블랙코미디가 주는 메시지는 그것을 한 번 맞닥뜨리고 나면 신나게 웃어대던 내 모습과 함께 뇌리에 새겨진 채 오랫동안 잊을 수 없게 된다. 때문에 이번에 소개할 두 번째 블랙코미디 연극 <싸이코패스는 고양이를 죽인다>가 나로서는 기대될 수밖에 없다.

   
싸이코1.jpg
 

 
시놉시스

어른들의 시간이 시작되는 밤 아홉시

도심 외곽에 위치한 한 빌라.
몇 달 사이 빌라 주변의 고양이가
소리 없이 계속 죽어나가자
대책을 세우기 위해
빌라 주민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때마침 옆 동네에서 벌어진
끔찍한 여대생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아
경찰이 탐문수색을 한다.

사람들은 빌라 주변의
고양이를 죽인 싸이코패스와
옆 동네 여대생 살인범이
동일인물이라고 추측하며 불안해한다.

그리고 대책 모임에 오지 않은
301호 빌라의 혼자 사는 남자를
의심하기 시작하는데.....



 정말 그 혼자 사는 301호 남자가 싸이코패스일까? 연극이 보여주고자 하는 ‘누구나 싸이코패스로 취급될 수 있는 현대인의 일상’과 나의 일상은 얼마나 닮아있을까?
 어설픈 코미디로 잔혹함과 진지함 모두 놓쳐버린 뜨뜻미지근한 연극이 될지, 웃음과 잔혹함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 짙은 여운을 남기는 블랙코미디가 될지 궁금해지는 이 연극, 점점 알아갈수록 웃음 뒤에 감춰둔 메시지와의 숨바꼭질에 빨리 술래가 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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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채은.jpg
 

[반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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