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서울루나포토페스티벌 ‘Growing that’ - 다르면서도 같은 사진들, 그리고 우리들

글 입력 2016.09.2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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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동 길을 따라 걷다 ‘공간291’을 자연스레 찾을 수 있었다. 작고 조용한 이 공간에선 ‘서울루나포토페스티벌’의 [Growing that]이라는 전시가 진행 중이었다. 참여 작가와 지인으로 추정되는 몇 분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나 같은 전시 관객들은 어리둥절하며 두리번거렸다. 기존에 알던 전시와는 조금 달랐기 때문이다. 같이 간 친구의 격한 표현에 의하면, 작품들이 아주 “지 멋대로” 놓여있었다. 일정한 높이에 일렬종대로 각 잡혀 걸린 전시가 아니었다. 작품이 천장에도 바닥에도 붙어있었고 벽에 걸린 그것들은 그 어떠한 규칙도 없이 위치했다. 심지어는 못 보고 지나치기 쉬운 바닥 쪽 코너에도 작은 사진 한 장이 있었다. 액자는 물론, 그 어떠한 설명도 없었다. 당황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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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wing that]은 8명의 젊은 작가들이 자신의 일상에서 사물, 생명, 풍경을 ‘포획’해 온 것으로 이루어진 전시다. 그들의 사진은 아주 개인적이고 개성도 강하다. 도대체 무엇을 찍으려 했을까 의문이 드는 사진들도 보인다. 어떤 사진은 초점이 나갔고, 또 어떤 사진은 적목현상으로 강아지의 눈동자에서 레이져 빔이 나오고 있었다. 흔히들 말하는 “완벽한 비율”, “안정적인 구도”의 사진들은 아니었다. 그러나 오히려 완벽하지 않고 불안정적이기에 그 안에서 작가만의 개성이 뿜어져 나왔다. 본능적으로 낚아챈 듯 과감한 구도와 파격적인 색감 혹은 내러티브를 무시한 자유로움을 보여주고 있다. 서로 너무나도 다른 사진들은 “은근한 공통점”으로 한데 모였다. 본능에 의한 순간 포착, 그리고 자유를 향한 갈망. 

우리 사회와 아주 닮은 전시였다. 개성 넘치는 사진들을 무리 지으면 그 속에서는 개별화하기 어려운 경향과 동시대성이 드러나듯이, 현대 사회도 그렇다. 오늘날엔 아주 다양한 개인들이 다채로운 삶을 살아간다. 각자의 삶은 그 크기도, 위치도, 주제도, 의미도 전부 다르다. 그럼에도 어지러운 한 사회 안에서 “다름에도 같은” 삶을 산다. 복잡하고 어려운 것들 투성이지만 순간의 연속인 삶을 어쨌거나 살아가고, 또, 억압된 구조 아래서 개인들은 언제나 자유를 갈망하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 속 개인들의 모습과 아주 닮은 전시 [Growing that]은, 같고 다름을 통해 SNS시대 사진의 행방을 추적한다. 스마트폰이 신체의 일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오늘날, 전시를 통해 “사진”의 어떤 의미를 전달하려는 걸까. 


[ 일상 속 나를 드러낸다 ]

음식에 대한 예의로 식전 사진을 찍는 것이 한국인의 식사 예절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음식 사진과 ‘#맛스타그램’은 이젠 일상이 되었다. 감탄이 나오는 멋진 풍경을 보았을 때, 친구들의 유쾌한 모습을 포착할 때도 우리는 본능적으로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한다. 사진 찍는 것이 더 이상 전문적인 영역도 아니고, 카메라는 더욱이 특별한 도구가 아니게 된 것이다. 이 순간을 담고자 즉흥적으로 촬영한다. 특별한 여행지에서만 찍는 게 아니라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을 담아 일기를 쓰듯이 하루를 사진으로 기록한다. 

현대인들은 더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며 살지만 과거보다 더 많은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 군중 속 고독인 것이다. 그럴 때마다 습관적으로, 의존적으로 타인의 관심과 공감을 얻고자 스마트폰 카메라로 일상 사진을 찍고 이를 SNS에 올린다. 군중 속 외로움을 ‘좋아요’로 채우려는 무의식적인 행동이다. 일상 속 순간을 본능적으로 포착하는 그 자체에 머물지 않고, 자신의 존재를 타인에게 드러내고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에 불특정 다수를 향해 공유한다. 


[ 더 간편하게 바로바로 찍는다 ]

과거엔 특별한 날을 기록하고자 카메라를 대여해 촬영하고 필름을 인쇄 맡겼다. 오늘날엔 스마트폰 버튼 하나로 쉽게 찍고 그 자리에서 바로 SNS에 공유까지 가능하다. 사진을 찍기 위한 준비부터 그 결과물을 받고 나누기까지의 시간이 엄청나게 단축된 것이다. 이 정도로 사진 찍는 게 간편하고 단순해졌다. 

사진 촬영이 편리해진 것을 넘어 누구나 “잘” 찍을 수도 있다. 현재 어플리케이션 스토어에서 구매 1순위가 ‘아날로그 시리즈’의 필터 카메라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스마트폰이 빠르고 넓게 보급되면서 어플리케이션으로 사진을 더 쉽고 예쁘게 찍을 수 있게 되었고, 편집하는 기술들도 좋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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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일상을 다수가 찍고, 다수보다 더 다수가 감상한다. 촬영 속도가 빠른 장비, 소셜미디어를 타고 전파되는 속도감에 사진의 즉흥성과 직관성이 그 어느 때보다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사진은 이제 대량생산되고 동시에 대량소비된다. 이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만큼 다양해진 사진은 ‘이래야만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촬영자 개인의 개성을 드러낸다. 

이 전시가 바로 그렇다. 완벽한 구도를 갖춰야만 한다거나 열 맞춰 전시해야만 한다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전시다. 그 사진 속엔 젊은 작가들의 일상이 담겨있다. 작가들 각자의 특별한 일상을 담은 사진이지만, 보는 사람 모두 겪어 봤을 만한 장면이기도 하다. 결국엔 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전시다. 그리고 본능에 따른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욕망을 사진으로, 전시 자체로 전달하고 있다.





[황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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