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나의 사랑_ 백남준]

글 입력 2016.09.18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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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표지입체(고해상).jpg
 

'77년 3월 21일 결혼해서 456에서 저녁을 먹고 있잖아. 봐봐, 1부터 7까지 숫자가 다 있어. 이거 보통 상서로운 일이 아니라고.'
나랑 지내오면서도 결혼은 하고 싶지 않다고 귀가 따갑게 말해왔는데, 이제 와서 내 병원비 짐을 덜어주기 위해 결혼을 하자니, 이건 어떤 심리일까? 동정일까, 책임감일까, 그냥 던져보는 말일까? 어떤 답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시게코가 많이 우울해하고 있는 것을 보고 남준은 그녀에게 청혼을 했다. 병원비 짐을 덜어주겠다는 약속이라고 하지만 그 이유만은 아닌 것 같았다. 아마도 그녀를 많이 사랑하고 있는데 표현할 길이 없었던 상황이라고 여겨졌다. 그런데 마침 그녀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았고, 이제야 힘이 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그런 선택을 한 것 같았다.(그녀는 너무 갑작스러워서 결혼 퍼포먼스라고 의심을 했다) 책을 통해서 이야기를 듣는 나마저도 갑작스러웠지만 꼭 필요할 때 나타나주는 사람이 제일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그는, 참 멋있게 느껴졌다.


*


남준은 굉장히 독특한 사람이었다. 남이 하지 않는 예술을 하며 세계를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아무래도 이것은 명석한 두뇌가 바탕이 되어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너무 달랐다. 지금 생각해도 이런 것이 예술이었던가 싶은 작품들이 많았었고, 특별한 설명이 곁들어지지 않은 작품만을 마주했을 때는 심오하게 느껴져서 어려웠을 것 같다. 그렇지만 책을 통해 남준에 대해 알아가면서 이런 사람들이 있었기에 예술이 발전했음을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는 유머감각도 뛰어났다. 5개 국어 이상을 할 수 있는 그에게는 언어적 장벽이 없었기 때문에 여러 나라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없었고, 부드러운 유머로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재주도 있었다. 따라서 사람들은 그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보여주었고 그로 인한 인맥이 형성되어 작품을 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는 아내가 사준 장어덮밥을 급하게 먹고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뇌경색으로 아픈 지가 10년이 넘었는데도 살아있어준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 아내 곁을 더 이상은 지키지 못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살아있을 때 최선을 다해서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려고 했다. 그림을 그리거나 피아노를 치면서 자신을 치유했고 계속해서 치료를 받으며 살려는 태도를 보였다.

그의 장례식에서는 넥타이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이곳이 장례식장이 맞는 건가 싶을 정도로 사람들은 그 행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고, 슬픔에 잠겨있다가도 갑자기 활기를 찾게 되어버렸다. 이는 '남준 효과'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가 있는 곳은 언제나 밝은 분위기로 가득 차고 좋은 기운을 불어넣어 주기 때문이다. 


*


백남준이라는 사람은 비디오 아트라는 단어로만 알고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그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한 편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아내의 시선으로 본 그였기에 더욱 사람다운 모습으로 만날 수가 있었다. 오늘로써 나의 머릿속에는 이 사람에 대한 전체적인 틀(?)이 잡혔고, 어디 가서도 연관된 것을 보면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한 명의 예술가를 알게 되어 참으로 기쁜 날이다.


[최서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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