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 스포트라이트: 이 시대에 필요한 언론 [문화 전반]

글 입력 2016.09.16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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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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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각본상을 수상하며 화제가 되었던 <스포트라이트>는 2002년 가톨릭 보스턴 교구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파헤친 '보스턴글로브'지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보스턴 글로브’지의 스포트라이트 팀은 새로 부임한 편집장의 지시로 침묵된 스캔들의 진실을 캐내기 시작한다. 그 진실은 신성한 종교라는 이름 아래 철저하게 숨겨져 있다. 스포트라이트팀이 만난 수많은 피해자의 증언이 이어지지만 보이지 않는 세력은 사건을 통제하려 한다. 현실에 분노한 스포트라이트 팀은 이에 굴복하지 않고 진실된 보도를 향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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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걸 보도 안 하면 그게 언론입니까?”



  영화에서 마이크(마크 러팔로)는 이 사건을 꼭 보도해야만 하냐는 외부의 압박에 위와 같이 말한다. 사실당연한 이야기다. 기자로서 저널리즘을 실현하는 것은 마땅하고 대중은 그들의 기사로 감춰왔던 진실과 마주한다. 그리고는 사회의 변화가 시작된다. 이것이 언론의 소명이자 궁극적 목표라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시대에 펜을 드는 자들 중 자신의 소명을 다하고 있다 자랑스레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때문에 마이크의 아주 평범할 듯한 말이 영화 내에서도 아주 특별하게들리는 것은 비단 나만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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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은 종교적,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킬 만한 일이며 영화로써 가톨릭 내부를 고발하는 내용을 더욱 심도 있게 파헤치는 것도 괜찮았을 것이었다. 사건만 놓고 생각해봤을 때, 몇 년 전 국내에서 개봉해 많은 이슈를 만들어냈던 영화 <도가니>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일반적으로 가장 선함이 요구되는 종교 혹은 사회적 단체에서 가히 상상도 하지 못할 끔찍한 일들이 일어났다는 점과 이를 은폐하려는 세력들로 부터 커다란 안타까움을 느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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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이 영화는 단순히 충격적인 이 사건을 조명하려는 것이 아니다. 언론의 입장에서 최대한 감정을 자제하며 담담하게 그러나 명확하게 사건을 서술하고 있다. 피해 상황에 대한 자극적인 묘사나 눈물 덮인 장면 하나 없던 이 영화가 마음을 꽤나 쓸쓸하게 만드는 이유는왜일까.

  마이크와 팀장 월터(마이클 키튼)의 보도 시점을 놓은 다툼도 지난 번 묻혀버린 기사의 책임이 월터에게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던 순간도 인상적 이었으나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장면은 최종적으로 기사를 올린 후 스포트라이트 팀에 전화가 빗발치는 부분이었다. 대중이 현실을 마주하게 하고 세상을 바꾸는 시작이 될 스포트라이트 팀의 기사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사건의 피해자들로 부터 수많은 연락을 받는 장면은 저널리즘을실현한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며 그 벅참이 그 기자들도 아닌 나까지도 전해져 왔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편집장은 지난번 자신의 무관심 때문에 자책하는 월터에게 이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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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이 하고 있는 건 아주 중요한 일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

  

  영화를 보고 나면 한국 언론의 현실을 돌아보게 된다. 사실 영화를 본 계기도 현 언론의 상황에 깊은 피로감을 느껴 진정한 언론인의 모습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우리에게 진정한 저널리즘이란 그다지 가깝지 않은 듯이 들린다. 기자혹은 기자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쫓아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라 말하고 싶다.


[양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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