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특집] 우.사.인. 시즌2 EP.03 소란(SORAN)

탄탄한 연주력이 만들어내는 모던한 사운드, 소란(SORAN)의 매력을 찾아
글 입력 2016.08.26 23:58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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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사.인. 시즌2 EP.03 소란(SORAN)


 안녕하세요, 우.사.인. 시즌2의 김나연입니다. 갑자기 날씨가 선선해졌어요. 그래도 조금씩 올라간다고 하지만 서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가 지나갔다는 건 참 다행이에요. 그리고 가을이 온다는 건, 페스티벌의 계절이 돌아오고 있다는 말이기도 해요! 9월에 제가 주목하는 페스티벌은 H.A.N.D.(Have A Nice Day)와 렛츠락 페스티벌이에요. 두 페스티벌 모두 인디 뮤지션 중심으로 라인업이 구성되어 있어요. 특히 H.A.N.D.와 같은 경우는 다수의 신진 뮤지션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 개인적으로는 볼빨간사춘기의 무대와 샘김의 무대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직접 가지는 못하지만 나중에 유튜브로 영상을 확인해보려구요. 관심있으신 분들을 위해 하단에 링크 남겨두겠습니다. 그럼 오늘의 아티스트, 페스티벌과도 뗄레야 뗄 수 없는 밴드, 언제나 그 날 라인업의 하이라이트라고 주장하는 밴드! (그리고 사실이기도 하죠.) 

밴드 소란입니다.


우리가 사랑한 인디뮤지션 시즌 2
세 번째 이야기, 소란(SORAN)


soran_단체프로필2.jpg
 

소란(SORAN)
(왼쪽부터) 고영배, 서면호, 이태욱, 편유일

멤버 고영배(보컬), 서면호(베이스), 이태욱(기타), 편유일(드럼)
소속사 해피로봇 레코드
데뷔 2010년 EP [그때는 왜 몰랐을까]

디스코그래피 
2010 EP [그때는 왜 몰랐을까]
2011 EP [WAIT]
2012 싱글 [벚꽃이 내린다]
2012 싱글 [미쳤나봐] with 권정열
2012 정규 1집 [natural]
2013 정규 2집 [PRINCE]
2013 [네이버 뮤직 음악감상회 : 소란(Soran)의 심야식당 음감회]
2015 싱글 [자꾸 생각나] with Sam Ock, 김이지 of 꽃잠 프로젝트
2015 [구여친클럽 OST Part. 2]
2015 싱글 [넌 행복해]
2016 싱글 [고백직전]

그 외 참여 앨범
2010 [파운드 트랙스 Vol.3]
2011 [cafe : night & day]
2012 [오렌지 레볼루션 페스티벌]
2014 [네이버 뮤직 음악감상회 100th]





"탄탄한 연주력이 만들어내는 모던한 사운드, 소란(SORAN)"

소란은 4인조 모던록 밴드입니다. 시끄러울 듯한 이름과 달리 감성 모던 록, 신나는 음악 모두에 강한 밴드에요. 가장 잘 알려진 곡으로는 '살빼지 마요', '미쳤나봐', '리코타 치즈 샐러드' 등이 있어요. 소란은 사실 진~작부터 제가 소개해드리고 싶었던 밴드였어요. 저는 그들을 역사적인 2013년 GMF(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에서 처음 만납니다. 간단히 즐기러 나간 무대에서 화려한 무대매너와 보컬의 말솜씨, 기타와 베이스, 드럼의 연주, 그리고 그 모든 것이 하나가 될 때에 나오는 소란의 음악에 완전히 반해버리고 말았던 겁니다. 저는 홀린 듯 2집 앨범을 샀고 그들의 팬이 되었습니다. 일명 '소라너'가 된 거죠. 그리고 소란은 그 때의 대단한 무대를 증명하듯 2013 GMF 최고의 아티스트 상을 수상합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2016 BML(뷰티풀 민트 라이프)에서도 최고의 아티스트 상을 받으며 변하지 않는 저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우.사.인.을 읽어보신 적이 있으신 분이라면 이미 아시겠지만 이 글은 객관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글입니다. 하핫. 제가 좋아하는 뮤지션, 제가 생각했을 때 정말 좋은 뮤지션들을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함이니 즐겁게 읽어주세요.^_^


SORAN_단체프로필1.jpg
 

소란. 
(우윳빛깔)고영배, (니꺼해라)이태욱, (각선미남)서면호, (어떡하지)편유일 

 익숙한 멤버가 있으실지도 몰라요. 먼저 보컬에 고영배. 고영배는 엄청난 보컬과 더 엄청난 외모로 주목을 받는.. 하핫. 보컬 실력이 출중함은 라이브 영상을 한 번이라도 보셨다면 아실 거에요. 흔들림이란 없는 보컬과 유노윤호 뺨치는 춤실력까지. 정말 모든 걸 갖춘 보컬이에요. 그가 보여주는 북유럽댄스(가을목이)는 항상 모든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냅니다. 

자 이제 팬심(FAN+心)을 좀 걷어내고 볼까요?ㅎㅎ
 
 소란의 보컬과 멘트와 춤을 맡고 있습니다. 보컬 실력도 대단하지만 재치가 매우 뛰어나고 언변에 능해요. 그래서 라디오 게스트로도 다수 출연했고, 현재도 MBC FM4U '푸른 밤 종현입니다'에도 커피소년과 함께 화요일 코너 'The Radio2 - 끝장토론'에 출연하고 있습니다. 꼭 들어보시길 권해요. 진짜 재미있거든요. 춤은 유노윤호같다는 것은 당연히 과장이고, 소란의 '북유럽 감성'(자칭)이 담긴 춤을 가르쳐줍니다. '가을목이'와 '연애의 재구성'(2016.08.27 14:14 수정되었습니다)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북유럽댄스는 사실 꼭짓점 댄스(찌르기)와 마카레나의 춤 변형입니다. 매우 자연스럽고 물 흐르듯 흘러가며 앞뒤좌우의 관객들과 인사하는 시간까지 마련하며 공연장의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재미가 있죠. 물론 차례가 맞지 않아서 뻘쭘해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까지 모두 리허설 해주는 친절한 영배씨.

 감성 발라드와 신나는 노래 모두에 능합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넌 행복해'에서는 '너는 행복해라'는 것인지 '너는 행복하니?'라고 묻는 것인지. 아련한 목소리와 노래를 보여줍니다. 그 외에도 발라드 곡으로 추천드리는 트랙은 2집 [Prince]의 첫 번째 트랙, '작은 청혼'입니다. 듣다 보면 절로 결혼이 하고 싶어지는 곡. 연인을 집으로 보내기 싫고, 같은 침대에서 같이 눈뜨고 싶다는 남자의 마음을 달콤하고 따뜻하게 녹여낸 곡이에요. 개인적으로 2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입니다. 고영배의 보컬은 신나는 곡에서도 강해요. '리코타 치즈 샐러드'와 '가을목이'를 들어보면 내적 댄스와 내적 바운스가 뭔지 느낄 수 있어요. 특히 '가을목이'의 경우 한 번이라도 콘서트나 페스티벌에서 소란을 만나신 분은 'jump!!!'라든지 그 춤이 잊혀지지 않으실 거에요, 그렇죠? 아 지금도 뛰고 싶어요.

 하지만 보컬은 밴드의 연주가 없다면 절대로 완성되지 않아요. 처음 들어볼 때에는 고영배의 보컬이 들어온다면 그 후에는 연주의 대단함이 들립니다. 베이시스트 서면호의 그루브와 연주, 기타리스트 이태욱의 화려한 기술과 정확한 연주, 마이크를 쓰지 않아도 들릴 듯한 드러머 편유일의 드럼. 학교 축제에서 정말 가까이 편유일의 드럼을 본 적이 있는데 마이크 너머로 전해오는 음이 들릴 정도로 파워풀한 드럼이었어요. 제가 본 드럼 중 가장 힘이 느껴지고 신나는 드럼.

 서면호의 베이스는 이태욱의 기타에 비해 튀지 않지만 무너지지도 않아요. 물론 이태욱의 기타도 무너지지 않지만 서면호 베이스는 묵묵하게 계속 그루브를 받쳐주는 느낌. 저는 사실 베이스 기타가 얼마나 중요한 줄 몰랐었는데 어느 날 베이스가 없는 밴드 연주를 듣고 베이스의 중요성을 깨달았어요. 드럼과 기타의 소리를 연결해주면서 밴드의 무게를 만들어주는 것이 베이스의 역할이었습니다. 서베, 서면호의 베이스는 그런 면에서 아주 뛰어나요. 

 이태욱은 소란 연주의 화려함을 담당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매번 공연마다 '(공연장소/페스티벌 이름) 소리질러~~~'라는 어색한 멘트는 발전하지 않는데도 형들이 계속 시키는 걸 보면 멤버들 사이에서도 귀여움을 받는 듯 해요. 올해 소란의 단독콘서트에서 제가 가장 많이 느낀 건 '소란이 이렇게 연주가 꽉 찬 밴드였나'였어요. 보통 밴드는 보컬만 튀는 경우가 많고 연주는 다른 사람 데려와도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저의 선입견이었는데 소란의 공연을 보면서 이 연주를 위해서는 이태욱, 서면호, 편유일이 반드시 필요하겠다고 느꼈습니다. 소란의 공연에 가신다면 고영배의 보컬에 사로잡히신 다음 이태욱, 서면호, 편유일의 연주까지 즐기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밴드 소란입니다."

 소란의 공연 인사는 항상 이렇게 시작해요. 
 소란은 공연을 참 열심히, 꾸준히 하는 밴드에요. '완벽한 날'을 만들어 주겠다는 Perfect Day 소극장 공연 시리즈는 올해로 시즌 4를 맞이했고 '숫자콘'이라는 제목으로 발매한 모든 곡들을 연주하는 콘서트를 하기도 했습니다. 소극장 공연의 경우 3주에 달하는 이자에 거의 매일매일 공연을 진행하는데 '주보'의 형식으로 관객에게 미션을 주기도 하고, 곡의 순서를 미리 알려주고 올해에는 극장을 모티브로 잡아서 주보를 영화 포스터 형식으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단순히 '보고 듣는 공연'에서 더욱 뛰어넘어 관객이 참여할 수 있는 공연이 되는 것이죠. 결정판은 바로 'Perfect Girl/Boy'인데요, 날마다 룰렛을 돌려서 지역을 설정한 뒤 그 곳에 사는 관객 중 한 명을 골라 멤버가 직접 집까지 데려다 주는 서비스를 말합니다. 매번 여성분만 당첨되다가(물론 이는 여성분이 대부분 참여한 것도 있고, 소란콘서트 대부분의 관객이 여성인 탓도 있습니다) 올해는 처음으로 남성분이 당첨되는 이례적인 일도 있었습니다. 당첨되신 분이 소란의 팬이 아닌 다른 뮤지션의 팬인 경우도 있었다고 해요. 그래서 집에 가는 내내 그 뮤지션 이야기만 했다고..ㅎㅎ 숫자콘의 마지막은 2014년 콘서트였는데 (제가 처음으로 갔던 소란 단독콘서트였죠) 29곡을 불러야 했기 때문에 이례적으로 인터미션이 있기도 했습니다. 올해에는 소극장 단독 공연 뿐만 아니라 'Ade'라는 콘서트를 개최했고 다수의 페스티벌에도 열심히 출연하고 있습니다. 


사진1.jpg
(소란 PERFECT DAY 4 포스터. 극장 컨셉이었다.)


 소란은 앨범도 훌륭하지만 라이브 연주가 훌륭하고 공연 콘텐츠가 매우 좋은 팀이에요. 셋리스트를 고민하는 데에서 나아가서 공연을 좀 더 복합적인 체험 콘텐츠로까지 적용시키는 것입니다. 가진 끼와 재능을 이용해서 다양한 패러디영상을 만들기도 하고 최대한 많은 재미거리를 만드는 것이죠. 보는 사람이 더 즐겁게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소란의 노력 덕분에 소란의 공연은 매번 새롭고 즐겁습니다.





곡 추천

자 이제, 제가 가장 고민하는 시간이 돌아왔네요. 곡을 추천해드리는 순서입니다. 오늘도 세 곡을 추천해드리고 마지막 토막글과 함께 들으실 한 곡을 추가로 추천해드릴 거에요. 


1. 살 빼지 마요
정규 1집 3번 트랙 '살 빼지 마요'입니다. 정규 1집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끈 곡 중 하나기도 합니다. (2016.08.27 14:37 정보 수정되었습니다. 지적 감사합니다!)

본격 여심 저격 노래. 소란의 곡들은 대부분 달콤하고 따뜻해서 여성분들이 주로 좋아하는 노래에요. 제 주변 남자들은 너무 오글거린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크흠. 살빼지마요는 그 절정을 찍는 노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치킨 시켜먹어도 괜찮다고 하는 노래! 여러분, 소란이 허락해줬으니 오늘은 망설이지 말고 치킨 시키기로 해요. 지난 번에 시켰던 게 양념이었는지 후라이드였는지만 고민합시다.





2. 미쳤나봐(with 권정열 of 10cm)

권정열과 고영배는 친합니다. 하지만 원수지간처럼 싸웁니다. 하지만 엄청 친합니다. 매~번 아웅다웅합니다. 10cm가 '봄이 좋냐?'로 음원차트 1위를 달성했을 때에 고영배는 '그런 곡은 듣지 말라'고 응수했고, 권정열은 '비인기가수'라는 식으로 대응했죠. 두 가수가 같은 날, 같은 무대의 페스티벌에 출연한다면 또 항상 서로를 언급합니다. 사실, 언급 빈도로만 보면 고영배의 십센치 언급이 더 잦은 편.. 고봌(고영배 보컬 별명).. 권정열은 그렇게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아요.. 어쩌지.. 그들은 이미 너무나 스타가 되어버렸어요.. 하지만 사실 그들은 계속! 아웅다웅 싸우면서도 음악작업을 같이 하며 놀고 있는 듯 합니다. 작년 말의 싱글 '넌 행복해'는 권정열이 작사한 것으로 유명하죠. '넌 행복해'도 꼭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왜 저는 세 곡만 추천하겠다고 했을까요..





3. 타임머신

이 곡은 그렇~게 유명하지는 않은 곡이에요. 하지만 저는 이 노래의 '시간의 벽을 넘어 너를 찾아왔어' 부분을 정말 좋아해요. 멜로디, 보컬, 연주 모두 너무 좋아요. 타임머신을 타고 사랑하는 여자의 과거로 온 거죠. 가사, 컨셉, 모두 정말 귀여워요. 첫 EP 앨범에 실린 곡인데 제가 그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 '사랑해 이 한 마디 꼭 나 전하고 싶었어'




(미처 추천하지 못한 곡들을 나열해볼게요.
'몰라', '잊어야 해', '작은 청혼', '리코타 치즈 샐러드', '가을목이', '벚꽃이 내린다', '내꺼라면', '기억', '고백직전', 'Timeline', '준비된 어깨' 이 노래들 꼭 들어봐주세요. 특히 '준비된 어깨'의 경우 민트페이퍼 컴필레이션 앨범 [cafe : day & night]에 수록된 곡입니다. 다양한 가수들이 참여했는데 수록곡이 한 곡도 빠짐없이 모두 좋으니까 꼭 들어보시길 권해요. 커피, 카페와 관련된 곡들이 대부분인데 정말 좋아요. (특히 노리플라이의 '그저 그런 하루'를 정말 추천합니다. 이렇게 많이 추천했는데 하나쯤은 여러분 취향이겠죠!)

그리고 제 글과 함께 들어주실 노래는 정규 2집의 4번 트랙, '혹시 자리 비었나요'입니다. 
(은근슬쩍 10CM 아메리카노를 디스하는 가사까지 챙겨가세요!)


글을 첨부하면서 이만 물러갈게요.
이번 한 주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소란과 함께 즐거운 주말 되세요. 감사합니다.

그가 말했다 – ‘혹시 자리 비었나요?’




(시작 전에, 본 글은 2011년에 막을 내린 
KBS COOL FM 89.1 12시 심야 방송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의 
2부 오프닝 코너 ‘그/그녀가 말했다’(김성원)의 양식을 차용했음을 밝힙니다! 


“너, 내가 너 처음 만났을 때 내가 제일 먼저 한 말 기억나?”


그녀는 그 날을 잊을 수 없었다. 

‘오늘 수업은 급히 휴강합니다.  후에 보충 일정을 공지하도록 하겠습니다.’

“뭐야, 오늘 수업 없어?” 
“그런 말 없지 않았어? 근데 이 교수님 수업 빡빡하시기로 유명한데..”
“그러게. 와, 이게 웬떡이야! 날씨도 기가 막힌데, 잘됐네. 나가자!”
“어 그게…”
“뭐야, 약속 있어?”
“남자친구가 며칠 전부터 계속 놀아달라고 졸랐는데.. 내가 시간 없다고 해서 어제 삐졌거든.. 그게..”
“와, 배신이다 배신. 나 이 강의에서 아는 사람 너밖에 없단 말이야.. 나는 누구랑 놀아...”
“어, 그게... 미안하다 친구! 내가 다음에 밥 살게! 헤헤 소개팅도 물어올게.”
“한 번 가지고 퉁 칠 생각하지 마라! 밥도 사고 소개팅도 데려와!”
“야, 당연하지!”
“학식은 안받는다!”

 햇볕은 따사롭고 바람은 선선하고. 뉴스에서는 초여름 날씨라며 떠들어대던 날이었다. 그날따라 수업을 절대 빼먹지 않던 교수님이 갑자기 강의를 취소하시는 바람에 계획에도 없던 공강이 생겼었고, 다른 친구들은 모두 각자의 수업에 들어간 상태였다. 시간은 뜨지만 할 일은 없고, 멀리 놀러가기에는 시간이 애매하고. 이렇게 좋은 날씨에 도서관에 가기도 싫었다. 그나마 같이 듣던 친구도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러 갔었다. 

“연하 남자친구... 좋지! 아 남자친구.. 나는 그거 언제 생기나 몰라. 2말 3초에 안생기면 끝난다던데 이미 지나간건가-”

 햇살은 따뜻했고 바람은 선선했다. 그녀는 혼자서 학교 밖을 나섰다. 이렇게 날씨 좋은 날에 열람실에서만 시간을 보내기는 아까웠다. 며칠 봄비가 내린 후여서 햇빛이 더 반갑기도 했다. 또한, 혼자 카페에 앉아 진도가 통 나가지 않던 알랭 드 보통의 소설을 읽기에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책은 몇 년 전에 사두었지만 어쩐지 절대 읽히지 않았다. 포기하려다가 읽고, 포기하려다가 읽고, 이제는 오기가 생겨서 다 읽어보고자 했다. 그녀는 그 날따라 매주 가던 카페 말고 다른 카페가 가보고 싶었다. 

 그녀는 하염없이 학교 주변을 걸었다. 몇 년을 다녀 익숙한 거리. 유명한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줄지어 서있었지만 여기도 사람이 많고 저기도 사람이 많았다. 여기도 시끄러울 것 같고, 저기도 시끄러울 것 같고 흐음.. 기왕 사람이 많은 곳에 갈 거라면 좀 색다른 곳에 가보고 싶었다. 안 가본 카페.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을 법한 카페.


그 때 눈에 들어온 카페가 있었다.

‘À Demain' 이라... 

'내일 보자!'라는 뜻의 프랑스어였다. 내일 또 보자는 카페 주인의 바램인가. 꽤 걸어온 듯 했지만 이 곳도 사람 많은 것은 다른 카페와 다름없었다. 역시 맑은 날씨 탓에 다들 도서관에서 나온건가.

“우와, 사람 바글바글 한 것 좀 봐. 근데.. 죄다 쌍쌍이네”
혼자 중얼거렸다. 창가 자리가 나길래 재빠르게 가방을 두고 줄을 섰다. 햇빛이 좀 강하긴 하지만 오늘은 광합성을 좀 해보지 뭐.
 
“주문하시겠습니까-“
그녀는 앉아있는 사람들 구경을 그만두고 메뉴판으로 고개를 돌렸다.

뭘 마실까.

원래 그녀는 쓴 커피를 좋아하지 않았다. 10CM의 아메리카노가 홍대 전역을 휩쓸었을 때, 어느 카페에 가도 그 노래가 나왔을 때에도 그녀는 아메리카노를 마시지 않았다.

-

“아메리카노 안마셔?”
“쓰잖아. 무슨 맛으로 마시는 거야?”
“그냥, 고소하기도 하고. 싼 맛도 있고.”
“으엑. 그래도 난 달달하게 마실래. 쓴 아메리카노를 마시느니 맥심 믹스커피를 마시지”

-

그래도, 새로운 곳에 왔으니까. 
"아메리카노 차갑게 한 잔 주세요.”

하지만 그녀는 한 번쯤은 쓴 커피도 괜찮겠지. 날씨가 워낙 좋으니까-하는 마음으로 
좋아하지도 않는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네, 드시고 가시나요?”
“네”
“진동벨 울리면 확인해주세요.”

진동벨은 금세 빨간 빛을 내며 강하게 부르르 떨었다. 생각보다 강한 진동에 놀란 그녀는 빠르게 일어나 아메리카노를 가져온 후 가방에서 알랭 드 보통의 소설을 꺼냈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참 나.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재미 드럽게 없네. 왜 이렇게 유명한거지.. 근데 이건 진짜 윽- 진짜 쓰다.”

그녀는 2인용 탁자에 앉아서 쓰디쓴 아메리카노를 홀짝이며 그냥 모카라떼를 시킬 걸-하고 후회했다. 시럽을 넣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았다. 커피는 잠시 내려놓고, 책은 펴두기만 하고 창 밖의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

그 때였다. 그가 나타난 건.

-

“기억나지. 혹시 자리 비었나요-라니. 그런 뻔한 작업멘트는 내가 드라마에서도 못봤어.”
“그럼 뻔한 게 아니지, 안그래?”
어이없게 당당한 태도에 슬쩍 웃었다.
“넌 몰라. 그 때 내가 얼마나 떨렸는데.”


그도 당연히 그 날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

“어서오세요-“

낯선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온 그녀의 모습은 주문할 차례를 기다리는 내내 그의 눈동자를 이끌고 있었다. 원래 잘 되는 곳인지, 손님이 많아서 기다리는 줄도 길었고, 카페 안에 사람들도 복작복작했다. 자리가 많지 않았다. 정 안되면 테이크아웃 하지 뭐, 하며 주문 줄에 섰다.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카푸치노 한 잔이요.”
“드시고 가시는거죠.”
“으음.. 네”
“진동벨 울리면 확인해주세요. 자리 없으신데 괜찮으시겠어요?” 
“..예, 괜찮아요.”

그는 주문을 마친 후,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며 커피가 나오는 곳에 기대서서 또 다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카푸치노 한 잔 나왔습니다-“

자리는 나지 않았다. 그래도 그는 자리를 찾으려 두리번거렸다. 그 순간, 아주 잠깐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는 무작정 그녀의 앞자리에 가서 앉기로 결정했다. 

“아.. 놀라겠지,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 되지?”
그 짧은 시간 동안에도 수많은 첫 인사 문구들이 그의 머릿속을 스쳤다.
“안녕? 아니지. 나이 모르니까. 안녕하세요? 그게 뭐야. 반갑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반갑다 친구야. 무슨 친구찾기 프렌즈하냐? 여기 학교 다니세요? 아.. 어떡하지.”

안타깝게도 그가 수십 개의 인사문구를 생각하기에는 카페가 좁았다. 자리는 멀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처음 만난 그녀에게 
“혹시, 자리 비었나요?”라고 물었다.  

-
 
“내가 아무리 뻔뻔하다고 쳐도.. 처음 만난 사람한테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어서 너 여기 자주오는가 보다고 말했잖아. 
난 거기 처음 가본거였거든. 근데 니가 너무 단호하게 ‘아뇨-’라고 해서 내가 얼마나 당황했는데.”
“맞아. 더 웃긴건, 그 다음에도 넌 틀린 답을 골랐다는거야.”
“왜 그날따라 아메리카노를 시켜서. 니가 아메리카노를 마시길래 ‘아, 아메리카노 좋아하세요?’하니까 그것도 아니래. 얼마나 민망했는데.”

그러나 그가 계속 틀린 답만 고른 것은 아니었다. 그 날 복잡한 카페에서 그녀의 앞자리를 고른 것은 그날 그가 한 가장 최고의 답이었다. 살짝 잡은 두 손이 앞뒤로 흔들리며 이를 증명하는 듯 했다. 맞잡은 두 손으로 기분좋은 따뜻함이 흘렀고 그들은 그 손을 오랫동안 놓지 않았다.


'혹시 자리비었나요? 
여기 자주 오시나봐요 
눈이 마주치는 순간 
없던 용기를 내' 

(소란 2집 PRINCE ‘혹시 자리 비었나요?’ 중에서)



Have a Nice Day 예약 및 상세 일정 안내

2016 렛츠락 페스티벌 공식 홈페이지


사진 출처
해피로봇레코드

정보 출처
네이버뮤직
해피로봇레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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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사.인.은 일주일의 휴재 기간을 가지고 - 지난 주에도 휴재였습니다만.. -
더 좋은 컨텐츠와 형식으로 돌아오겠습니다. 9월 8일에 뵙겠습니다.)


[김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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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 고도
    • 카페 나잇앤데이 컴필레이션 앨범에 실린 곡은 준비된어깨입니다 살빼지마요는 소란 1집에 실린 곡이에요^^ 마지막글 내용이 특히 재미있네요 잘 읽고 갑니다!
    • 1 0
    • 댓글 닫기댓글 (1)
  •  
  • art_maniac
    • 2016.08.29 23:42:08
    • |
    • 신고
    • 고도지적 감사합니다 수정되었습니다!^_^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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