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대학로 CJ아트홀공연 후산부, 동구씨를 보러 다녀왔습니다!

재난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글 입력 2016.08.22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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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산부, 동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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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로 CJ아지트에서 진행되는 공연 후산부, 동구씨 공연을 보러 다녀왔습니다.

 더운 여름날의 늦은 저녁, 마로니에 공연을 지나면 바로 위치한 CJ 아지트로 향했어요. 가는 길에 음악공연이 있기에 잠시 앉아서 듣기도 하고... 벌써 8월 말이어서 공연을 들을때 쯤에는 제법 어둑어둑해진 대학로. 하지만 더위는 아직도 물러나질 않았던.

 공연장에 들어서니 무대와 굉장히 가까운 객석이 인상적이었고. 무대장치는 산같이 높이 설치되어있었습니다. 배경은 충청남도에 있는 어느 광산. 4명의 광부들이 여느때와 다름없이 그들의 일터인 광산 안에서 자신의 임무에 성실하게 임하고 있는 장면입니다. 약간의 리듬감섞인 몸짓과 익살스러운 대사들. 그들에게 곧 찾아온 재난도 그들의 평화로운 일상을 뒤흔들어 놓지는 못했습니다. 광산입구가 무너져 출구가 막혀 버렸던 것인데요. 내부에 갇힌 광부들은 바깥의 사람들이 곧 그들을 구조해 올것이라고 굳게 믿었기때문이죠.

 하지만 밖에서는 이해타산에 맞지않는 구조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사람이 없었고 그저 탁상공론만이 몇일째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이런 안일한 태도로 인해 광산안에서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그들에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던 걸까요? 어떻게 하면 책임소재를 피하고 비난을 받지 않을지 서로 눈치 빠른 책임 떠넘기기만이 촌각을 다투며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었을뿐...

 결국 모든 책임소재떠넘기기가 그들의 입맛에 맞게 완료되고 진행된 구조활동끝에 살아난 사람은 단 한사람 후산부, 동구씨였습니다. 후산부란 일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신입광부를 말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연극에서는 동시대 88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가 뉴스로 보도되며 광산내에 갖힌 광부들의 상황과 대조되어 진행되는데요. 세계적으로 이례적인 한국의 성공신화뒤에 그 신화를 이루어내기 위해 비인간적으로 희생될 수밖에 없었던 많은 산업인력들을 떠오르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인간이 다른 가치에 밀려 수단으로써의 가치만으로 평가되는 일이너무 많은 요즘, 연극을 보며 많은 생각들을 떠오르게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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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한편으로는 1인 2역을 사용한 의도가 연극적 의미를 살려내기 위해 충분히 돋보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아쉬움이 남습니다. 구조를 기다리는 자와 이를 방관하는 자 사이의 혼재된 딜레마를 표현하고자 각 배우들이 1인 2역을 소화해내는 연극적 장치를 사용했지만, 방관하는 자들의 역할을 연출할 때에 무대 꼭대기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아 오히려 분명히 밝히기 어려운 책임소재의 익명성이 좀더 강조되는 듯한 인상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두 입장차이의 혼재된 관계를 어떻게 표현했을지 기대했던 저는 약간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우리사회에서 실제 중시되고 있는 가치가 어떤 것인지, 매번 인재가 생길때 마다 아프게 마주하게 되는 현실... 그런 우리 사회의 면모를 여실히 드러내주는 연극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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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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