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절망의 벼랑 끝, 되새겨보는 '함께'의 가치 [시각예술]

나우 유 씨 미2, 부산행
글 입력 2016.07.23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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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예매율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두 영화를 보고 왔다. ‘부산행’과 ‘나우 유 씨 미2’가 주인공이다. ‘나우 유 씨 미’는 2013년 케이퍼 무비(‘하이스트 무비‘라고도 하며, 범죄자들이 모여 무언가를 강탈하는 내용을 주로 다룬 영화) 중 관객 수 1위 기록을 세웠다. ’나우 유 씨 미2‘ 역시 흥행을 이어가며 20일 기준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부산행‘은 기차를 주요공간으로 한 한국형 좀비영화라는 점과 캐스팅이 공개되면서 개봉 이전부터 많은 화제를 모았고, 개봉 3일 만에 300만에 육박하는 관객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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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 : 나우 유 씨 미2, 부산행 공식 포스터>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폭로 : 나우 유 씨 미2

 ‘나우 유 씨 미2’는 1과 동일한 마술 사기단을 소재로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폭로전을 다룬다. 마술사들의 비밀 단체인 ‘디 아이’에 가입하게 된 호스맨은 자취를 감춘다. ‘옥타’라는 IT회사의 신제품 발표회에서 그들의 비리를 고발하는 쇼를 통해 컴백을 계획한 호스맨은 제 3자에 의해 납치된다. 호스맨은 악당의 요구를 들어주며 세계의 모든 컴퓨터를 해킹할 수 있는 칩을 훔친다. 자신들을 이용하고 없애려 한 악당에게 복수를 다짐한 호스맨은 런던에서 그들의 목적을 전 세계에 폭로하는데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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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 : 나우 유 씨 미2 인물포스터>


 마술 사기단이라는 소재는 아직도 흥미를 끌 수 있는 몇 안 되는 소재다. 속임수를 전제로 하는 마술을 폭로의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역설 자체가 흥미를 끈다. 결국 영화가 묻는 것은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진실만을 보고 있나? 아니면 우리가 믿는 대로 보고 있나? 우리는 항상, 우리가 ‘믿는 것’을 보고 있다. 한 사람의 믿음은 개인적인 경험, 사회적인 분위기 등 여러 요인들로 인해 차곡차곡 한 사람의 관점을 형성하기 마련이며, 따라서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믿음은 세상을 바라보는 필터로 작용한다. 누구나 그 필터를 바탕으로 해석한 사실들을 받아들일 뿐이다. ’나우 유 씨 미2‘는 그것을 지적한다. 내 눈에 보인다고 해서 그것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 분명 여자가 숨은 카드가 움직이는 것을 보았지만, 결국 여자가 숨은 카드를 찾지 못하는 것처럼, 눈에 보이는 것들이 모두 진실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 다만 진실을 바라보는 것과 믿는 것을 바라보는 것 사이에서 무엇이 옳은가하는 문제는 조금 더 생각해 볼 일이다.


아쉬웠던 한국 좀비영화의 시작 : 부산행

 한 아이가 있었다. 아이는 남을 바라보지 못하는 아빠가 안타까웠다. 하지만 살아야 하는 현장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무서운 상황에서 아빠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아이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저 함께 있어주기를, 자기와 함께 있어주기를 바랐다. 괴물들에게서 도망칠 때에도, 괴물보다 무서운 다른 어른들이 자신을 노려볼 때에도 아이는 그저, 아빠가 곁에 있어주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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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 부산행 해외 스틸 컷> 


 재난 영화의 스토리는 언제나 한 줄로 요약이 가능하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인해 좀비가 된 사람들을 피해 초기 방어에 성공했다는 부산으로 가기 위한 기차 안 사람들의 사투. 하지만 인간이 아닌 존재와의 대립은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가능케 하는데 ‘부산행’은 그 모든 얘기를 하려다 흐릿하게 마무리되었다는 인상이 강했다. 임산부, 노숙인, 아이 등 흔히 좀비영화에서 있어야 할 법한 캐릭터들을 모아놨지만 캐릭터들이 담당했어야 할 의미자체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살아남을 수 있는 직접적 요인인 좀비 발생 원인은 제대로 부각되지 않은 채 드러나지 않음만 못하게 드러났다. 주연인 ‘석우(공유)’ 역시 터프함과 배려, 유머를 고루 갖춘 ‘상화(마동석)’에 가려 극 중반을 지날 때까지 빛을 발하지 못했다. 다만, 한국형 좀비영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해주었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는 영화라고는 생각한다. 좀비의 시작을 다룬 프리퀄 ‘서울역’의 개봉이 기대된다.


절망의 벼랑 끝, 되새겨보는 ‘함께’의 가치

 ‘나우 유 씨 미2’와 ‘부산행’은 극의 분위기 자체가 워낙 상반되어 있었지만, 절망적인 상황에서 위기를 극복하는 수단으로 ‘함께’하는 것을 택했다는 것에서 공통점이 있다. 호되게 당한 호스맨을 하나로 뭉쳐준 것은 소속감이었다. ‘딜런(마크 러팔로)’에 대한 열등감을 이겨낸 ‘아틀라스(제시 아이젠버그)’를 시작으로 호스맨이라는 소속감을 다시 확인하게 된 것이 그들 복수극의 시작이었다. ‘부산행’은 그 수단이 더욱 두드러졌다. 역겨울 만큼 애처로운 삶의 의지에서 느낀 두려움 앞에 어떤 사람들은 자신만 생각했고, 어떤 사람들은 옆에 있는 사람과 함께 살아남기를 택했다. 괴물보다 더 괴물같은 사람들 속에 함께하기를 선택한 이들의 모습이 더욱 빛났다.
 
 작품에는 사람의 이야기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 다소 현실과 거리가 있을 것 같은 두 영화 모두 ‘함께’의 가치를 얘기하고 있다. 가장 당연한 것이 가장 힘든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것을 느낀다. 잘못한 일이 있으면 사과하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도움을 청하고, 어려운 사람은 도와주고. 선의를 이용하는 사람들과 그 이용을 두려워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빛바래버린 ‘함께’의 가치가 영화에서처럼 현실에서도 빛나는 순간들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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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마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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