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Art insight 마지막 오피니언을 작성하며 [문화전반]

글 입력 2016.06.2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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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예술의 난해성과 절대적이었던 진리의 파편화, 개인주의는 대중과 예술 작품의 사이를 멀어지게 했다. 현대시에 대한 인식만 예를 들어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읽기 편하고 쉽게 공감할 수 있을 만한 글을 좋은 글이라 여기는 생각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들이 어떻게 글을 써야하는가에 대해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보기 편하고 쉬운 말로 독자를 매번 직접 찾아가는 식의 글쓰기는 창작자가 꿈꾸는 방식의 소통이 아니다. 질적인 충족이 되지 않은 채, 단지 누군가 보기 편하도록 한 작업을 내놓는다는 것은 서비스업이나 다름없다. 평범한, 정형화된 글도 그 의미가 있고 위대하지만 그렇다하여 그 반대편에 존재하는 글이 무의미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단번에 쉽게 읽히는 글이 문장, 형식, 단어 등에 대한 독자의 언어적 사유를 생략하도록 할 위험성이 크다고 생각해 본다면 오히려 쉬운 글이야 말로 어떤 진리나 소통에 대한 피상적인 접근을 낳을 위험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글은 어떻게 써야 하는가. 그러한 질문에 대해 나는 특별히 돌려줄 대답이 없다. 쉽든 어렵든, 독자의 입맛에 맞든 맞지 않든 다 떠나서 내가 이 글을 ‘’ 써야하는지 스스로 알면 되지 않을까, 정도 밖에 할 말이 없다. 모든 글은 ‘반드시 이런 식으로 말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의하자면, 글이라고 하는 것은 한 인간의 '문자화 된 욕망이고 조바심'이라 할 수 있다. 욕망은 자기 생각에 대한 확신이자 인정받고 싶은 욕구이며, 조바심은 자기 확신이라는 방식이 낳을 결과를 기다리는 행복한 안달감과 그에 대한 한편의 불안이다. 글쓰기는 바로 이 복잡한 두 감정 위에서 아슬아슬하고 아름다운 곡예를 연출하는 것과 비슷한데, 그렇기 때문에 균형을 잡는 것이 정말 중요해진다. 어느 한쪽으로 중심이 과하게 쏠릴 경우, 진정성이 퇴색되거나 순식간에 지질해지기 십상이기 때문. 글쓰기는 지식의 정도를 겨루는 장場도 아니고, 독보적인 아름다움으로 경쟁하는 무도회도 아니고, 고객의 요구에 무조건적으로 응하여 행하는 흥신소도 아니다. 오히려 글쓰기는 아무도 없는 빈 강당에 울려 퍼지는 내 목소리를 ‘홀로’ 가만히 듣고 있는 행위에 더 가깝다. 글이라는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우리에겐 우리의 발언을 문장에 내맡길 자유가 있고 그에 따른 홀로의 책임이 있을 뿐이다. 따라서, 어떤 개인의 짙은 목소리가 담긴 모든 예술 작품은 있는 그대로만을 볼 것이 아니라 해석이 필요하며 '해석의 과정'은 문화생활을 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자세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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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쓰면서 문화생활을 할 수 있었던 지난 4개월간의 활동은 내게 엄청난 배움의 시간이었다. 아트인사이트를 만나기 이전에는 내게서 공연/전시가 갖는 의미가 그저 특별한 경험,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 휴식, 생각의 전환점 정도였다. 그러나 이젠 거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이제는 그들 작품 속에서 뿜어져 나오며 발화되는 빛나는 언어를 본다. 모든 작품은 세상에 대한 ‘목소리’라는 것, 창작자가 내게 걸어오는 대화이고, 그것은 동시에 내가 나에게 품을 수 있는 질문이고 그럼으로써 날개를 감추고 있던 내 안의 날카로운 감각들이 확장되도록 하는, 기적 같은 시간예술이라는 것. 무언가를 감상하고 관람하는 것 자체가 그 기적의 시간 예술에 함께 참여하는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때문에 이젠 내가 잘 이해하고 편하게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은 공연/전시뿐만 아니라 생소하고 낯선 모든 콘텐츠들이 반갑고, 힘든 문화예술계 현실 속에서도 꿋꿋하게 존재해주고 있음에 고맙다.

 
  시대가 어떻든, 장르가 어떻든, 모든 진정성 있는 작가들은 세상에 대한 그리움과 갈증을 갖고 있다. 단발적 쇼가 아닌 관객과 영혼을 교감하고 싶은 장場을 만들고 싶어 한다. 좋은 작품들을 접할 때마다 그런 엄청난 감동과 격려와 위안을 얻는 기분이었다. 그들 덕에 나 역시 계속 글을 써야겠단 다짐을 하게 된다. 그들처럼 매일 매일 무언가를 발견하고, 무언가를 써야하는 이유를 찾으며 살아야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한다.

 
  글을 마치며, 창작자들이 더 자유롭게 자신들의 고유한 목소리를 내는 터전이 만들어 지길, 아트인사이트가 내게 선사해준 기회가 이후로도 많은 이들에게 주어져 문화예술과 창작에 대한 드넓은 인식이 창출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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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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