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여름 밤에 펼쳐진 한바탕 유쾌한 소동 [공연예술]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극단여행자의 「한여름 밤의 꿈」
글 입력 2016.06.07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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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맞아 셰익스피어 작품이 무대에서 많이 다뤄져 볼 기회가 많아졌다. 그 중에서 화려하고도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한 두 얼굴의 포스터에 눈길이 가게 되었는데 그것이 극단 여행자의 <한여름 밤의 꿈>이다.


  「한여름 밤의 꿈」은 얽히고설킨 네 남녀의 사랑이야기이다. 4각 관계에 빠지는 남녀주인공은 항,벽,루,익 등 우리 별자리에서 따온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사랑은 도깨비들의 장난으로 더욱 어긋나기만 한다. 장난기 가득한 도깨비와 은방울꽃의 묘약 등의 신비한 요소를 통해 사랑과 마음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한여름 밤에 펼쳐지는 기묘하고 유쾌한 소동! 극단여행자의 「한여름 밤의 꿈」이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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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가 우거져있고 중간에는 국악기들이 놓여 있고, 양쪽에 배치된 대청마루와 한지로 만들어진 벽으로 구성된 무대, 그리고 공연시작 전부터 들려오는 국악기 선율덕분에 극장은 한국적 느낌이 가득했다. 원작에서의 요정 대신 장난치기 좋아하는 도깨비들이 등장하는데, 극장이 암전되면 관객석 사이로 도깨비불이 날아들며, 춤과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도깨비들의 흥겨운 군무와 노래로 극이 시작된다. 그들의 등장은 위화감은커녕 익살스러운 도깨비들의 놀음은 연극의 흐름을 더 원활하게 하였다. 능청스러운 연기는 물론이고 극이 진행되는 도중에도 조명이 다 꺼질 때면 관객석에서 나타나 예고 없이 꽹과리를 치거나 갑자기 소리를 질러 놀래 키기도 하고 박수와 환호를 유도해내는 역할을 했다. 무용이면 무용 표정이면 표정 악기까지 척척 잘 연주해내는 팔방미인 도깨비들이었다.


  영국 바비칸 센터의 루이즈 제프리스 예술 감독은 이 연극을 두고 “셰익스피어의 연극은 언제나 ‘언어’가 중심이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말의 무거움을 훌훌 털어버린 에너지와 율동만으로도 셰익스피어가 새롭게 태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라고 평가했다. 같은 원작을 바탕으로 하더라도 ‘텍스트’로 이루어진 문학 작품이 공연으로 올려지는 과정에서 어떻게 연출하여 무대화하는가에 따라 가지각색의 공연이 만들어질 수 있는데 극단여행자의 한여름 밤의 꿈은 ‘비언어적인 요소’를 중심으로 흘러간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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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들의 움직임이 사물이 되고 배경이 된다. 특히 ‘두두리’라는 두 명의 도깨비가 그러한 역할을 자주 하게 되는데 항(라이센더)과 벽(허미아)이 사랑을 나누려고 할 때면 그들은 숲과 나무가 된 듯 포즈를 취해 이들의 시야를 막거나 이동을 방해하는 등의 장난으로 그들에 대한 질투를 표현한다. 그 남녀가 도깨비들을 쳐다보기라도 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고요한 숲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배우들은 그렇게 배경과 사물의 역할을 하는 도깨비들의 다리 사이를 지나가거나 나뭇가지를 꺾듯이 팔을 뿌리치고 지나간다. 이렇게 움직임과 몸동작을 통해 공간적 제한을 벗어나고 관객들의 상상력 또한 자극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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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체적으로 이 극에서 배우들의 움직임은 크고 역동적이다. 일상적인 동작과는 다르게 과장되고 희극적인 신체 움직임, 우스꽝스러운 표정은 관객의 웃음과 환호를 이끌어내면서 관객의 능동적 참여를 이끌기도 한다. 제 4의 벽을 깨고 무대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다. 이렇게 비일상적인 동작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연극을 보고 있다는 것을 환기시켜준다.

  이 극이 진행되는데 동작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악기연주이다. 이 극에서 음향은 가사가 있는 노래이거나 흥얼거릴 수 있는 선율이 아닌, 많아봤자 두 세 개의 음 높이를 가진 타악기가 주를 이룬다. 배우들의 동작은 여러 가지 소리의 타악기 리듬에 맞추어 구성되어있다. 또한 배우들은 자신들의 역할이 끝나면 무대 뒤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악기 앞으로 가서 다른 배우들의 대사와 움직임에 맞추어 악기를 연주하게 된다.   

 극단여행자는 해외에서의 공연 연보 또한 화려하다. 언어의 장벽을 깨고 이렇게 승승장구가 가능했던 것 또한 비언어적인 요소들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비언어적 요소는 인물들의 감정을 이끌어내어 언어의 한계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그 의미를 전달할 수 있게 된다. 셰익스피어의 문장들 혹은 캐릭터들의 대사로 이루어진 하나의 작품을 소리와 동작과 표정을 통해 공연예술로 형상화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해외까지 러브콜과 환호를 받아온 극단 여행자. 앞으로의 그들의 행보 또한 기대해 볼만하다.


[정나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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