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제8회 서울국제음악제의 < 100년 전통의 스웨덴 예블레 심포니오케스트라 첫 내한공연 >

글 입력 2016.06.0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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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1 수요일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SIMF - 스웨덴 예블레 심포니 오케스트라 첫 내한공연



아트인사이트 (http://www.artinsight.co.kr/)
서포터즈를 하면서 또 한번 얻게 된 오케스트라 찬스!
5월 27일부터 시작된 제8회 서울국제음악제의 세 번째 공연,
스웨던 예블레 심포니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이다.

이번 공연은 시작 전부터 내게 큰 기대감을 주었다. 눈에 띄는 선곡 때문이다.
하이든부터 드보르작, 알버트 슈넬저라니. 얼마나 신선하고 풍요로운 구성인가!
게다가 독특하게도 이 공연은 슈넬저라는 현대 작곡가의 곡을 맨 처음으로 선보이며 막을 연다.
첫곡으로 선보이는 <버뱅크의 괴물>이 국내에선 초연이기 때문이지는 몰라도 아주 확실하게
강렬한 눈도장을 관객들에게 심어줄 모양이었다.

***

Program
알버트 슈넬저 – <버뱅크의 괴물> (국내 초연)
하이든 – <트럼펫 콘체르토 Eb 장조> (가보르 볼독츠키 협연)
Intermission
드보르작 – <교향곡 제8번 G장조 Op.88>

***

1. 알버트 슈넬저 - <버뱅크의 괴몰> (국내 초연)

슈넬저의 곡은 문화초청을 받자마자 바로 유투브에서 영상으로 확인했다.
내겐 낯선 곡이라 미리 예습해야할 것 같아서다. 뭔가 기묘한 분위기의 영화음악 같기도 하고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불길한 징조가 감도는 씬 혹은
악당이 음모를 꾸미는(?) 장면 등에서 쓰일 법한 Ost 같기도 하고
음산한 기운과 긴장감이 물씬 느껴지는 곡이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첫곡으로 하기엔 다소 산만하고 무거운 선곡인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버뱅크의 괴물>을 듣고 나서는 그런 의구심이 싹 사라졌다.
구슬처럼 떨어져내리는 듯한 관악기 소리와 넓게 깔리며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짙은 현의 소리가
음산하게 울려 퍼지는 소리에 몰입력을 더해줬다.
알버트 슈넬저는 이 곡의 첫 영감을 하이든에게서 얻었지만 작곡을 진행하는 동안에는
팀 버튼이 거의 모든 것을 장악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음악에서 하이든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온통 팀버튼이었기 때문이다.
굳이 내 말로 표현하자면, 무대 맨 안쪽에서 하이든이 조용히 미소를 짓고 홀로 서있다면
팀 버튼의 기괴하고 귀여운 캐릭터들은 무대 전체를 놀이터처럼 뽀르르 쏘다니는 기분이었다고 해야할까.
하이든 특유의 명료하고 솔직한 느낌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팀 버튼이 갖고 있는 명랑한 슬픔, 명랑한 고통, 명랑한 두려움의 느낌이 가득한 곡이었다.


2. 하이든 – <트럼펫 콘체르토 Eb 장조> (가보르 볼독츠키 협연)

하이든의 곡은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담백하다. 
자칫 밋밋하다고도 느껴질 수 있을 만큼 순수하고 명료하고 내추럴하다고 해야할까.
그래서 내게는 모차르트나 베토벤만큼의 강렬한 인상을 남지 못하던 고전주의 작곡가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어진 두번째 무대는 하이든에 관한 내 고정관념을 매우 부드러운 미소로 날려준 무대였다.
가보르 볼독츠키의 트럼펫 연주 덕분이었다.
그의 연주 덕분에 트럼펫 콘체르토가 정말로 '트럼펫'을 위한 곡이었다는 것을 알았고
하이든이라는 음악가가 어느 정도의 창작의 열정을 느끼며
작곡을 했을지 처음으로 짐작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트럼펫 소리가 정말 날개를 단 것만 같다.
볼독츠키가 왜 최고의 트럼페티스트로 불리는지도 이해가 갔고
무엇보다 내가 감동을 느낀 점은 이 악기에 대한 하이든의 애정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트럼펫 콘체르토 Eb 장조>라는 곡의 재발견이라고 해야하나.
실제로 이 곡은 하이든이 64세의 노년 작곡가가 되었을 때 당시에 유행하던 밸브 트럼펫이 아닌
5개의 키가 달린 트럼펫을 위한 제대로 된 음악을 만들기 위해 
뜨거운 갈망과 오랜 연구의 결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 덕분에 키 트럼펫이 개발된 지 30년 만에 밸브트럼펫에서는 불가능한 여러 기법들이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키 트럼펫만을 위한 명작이 탄생할 수 있었다.
뭔가 하이든이 곡을 써내려 가는 드라마를 감상한 기분이었다. 


3. 드보르작 – <교향곡 제8번 G장조 Op.88>
  
마지막, 드보르작의 교향곡은 내게 가장 만족스러운 무대였다.
보통은 7번이나 9번 교향곡 같은 웅장하고 비장한 곡들이 유명하기에 
그런 곡들이 선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8번 교향곡을 들어볼 기회가 있어 좋았다.
각 악장별로 성격이 확실히 대비되어 대채로울 뿐만 아니라 가장 놀랐던 것은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멜로디 구간이 정말 다양하게 많았다는 점이다.
7번이나 9번처럼 확실하게 강렬하고 딱 기억에 남는 정형화된 인상은 없지만
다양한 스토리가 담긴 느낌이었다.
소박하고 민속적인 정취가 느껴지다가 세련된 춤곡의 분위기도 나고
엄청나게 극적이고 장대하다가도 낭만적이고 자연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다른 곡들에 비해 훨씬 곡해석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휘자 제이미 마틴의 탁월한 지시와 카리스마가 빛을 발했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무대다.
그의 격렬하고 부드러운 지휘에 이끌려 교향곡 속으로 풍덩 빠져든
예블레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의 모습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가 쏠쏠했다. 
단원 한명 한명의 소리가 살아있는듯 하면서 하나의 거대한 파도처럼 움직히는 멜로디들!
특히 관악기의 활약이 대단했다.


***

정말 모처럼 오케스트라의 풍성함을 제대로 즐긴 날이었다.
2곡이나 되는 앵콜공연들도 훌륭했고 각 단원들이
지휘자의 지시에 주목하며 자신의 차례를 준비하고
훌륭하게 풀어내는 매 순간들이 기적적이고 아름다워보였다.
유익했다고까지 느낀 오케스트라는 처음이었다.
악기에 대한 주목, 신선한 곡 선정, 근현대 작곡가의 작품 소개,
북유럽 특유의 이국적인 색채가 느껴지는 연주 등등.

여러 난관에 부딪치다 힘들게 개최된 서울국제음악회.
음악가들의 다양한 시도와 열정이 느껴지는 공연이었다.
많은 부조리에도 음악인이라는 자존심을 걸고 자리를 지킨 이들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내년에도, 그 다음에도 계속해서 이 유익하고 멋진 공연이 지속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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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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