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너라는 존재의 진홍빛 의미 - 연극 '진홍빛 소녀'

글 입력 2016.05.06 20:2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연극
'진홍빛소녀'


진홍빛소녀 포스터.jpg


2인극 진홍빛 소녀는 제가 본 연극 중 그 성격이 가장 어두운 연극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번 연극을 계기로 범죄 혹은 사회의 부조리한 면모에 관한 연극들을 한 번 더 떠올려봅니다.
가장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주었던 '몽타주', 저와 같은 학생들이 무대에 올린 '그 놈을 잡아라', '형제복지원 사건'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해피투게더', 그리고 마지막으로 '진홍빛 소녀'까지.

가볍게 웃어 넘기면서 볼 수 있는 연극도 물론 많은 행복감을 선사하지만 이렇게 어두운 장르의 연극 또한 다른 의미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평소 바쁜 일상생활 속 저는 되도록이면 즐겁고 행복한 면만을 보려고 노력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잊기 쉬운 사회 저편 낮은 곳에까지 관심이 미치지 못하지요. 하지만 이런 연극을 볼 때마다 우리 사회에 또다른 모습이 존재하고 있음을 상기하게 됩니다.

연극 '진홍빛소녀'의 배경은 '고아원'입니다. 사실 저는 '고아원'을 소재로 하는 작품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키다리 아저씨'와 같은 작품처럼 힘들었지만 역경을 이겨낸 이야기가 아니고서는 학대받는 아이들, 고통받는 아이들이 작품 속에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누구보다 여리고 순수한 아이들의 상처가 어른들이 받는 그것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이유는 왜일까요?

극 중 '은진'은 고아원 원장으로부터 끊임없이 강제 성추행을 당하게 됩니다. '혁'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 또한 힘 없는 한 명의 아이였을 뿐이지요. '혁'은 그 사실을 모른 척 하고 싶고 달아나고 싶었을 것입니다. 스토리가 조금은 다르기는 하지만 드라마 '보고싶다'가 떠오르네요. 작품은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방관'은 용인될 수 있는가?

사실 이러한 질문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도 제기됩니다. 아주 사소한 일상 속에서부터 말이지요.
여러분들은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으신가요?  혹여나 자신의 안위를 위해 눈 감고 돌아선 적은 없는지요. 저는 매순간 매순간이 이런 고민과 선택의 연속인 것 같습니다. 모른 척, 아무것도 보지 않은 척 돌아선 그 순간 순간만큼은 안도감에 사로잡히지만 그 순간은 잠시, 후에 죄책감이 저를 짓누르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가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들의 관계가  방관과 이기심이 아닌 소중함과 애틋함으로 이어져 있다면 분명 다른 결과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겠지요.

칼릴 지브란의 '나 그대에게'라는 시의 한 부분을 인용해볼까 합니다.

'나 그대에게  아름다운 이름이고 싶다. 차가운 바람 속에 그대 있을 때라도 그대 마음 따뜻하게 채워 드릴 수 있는 그대의 사람이 되고 싶다. 우리 서로에게 어려운 사람이길 바라지 않는 까닭에 그대 말하지 않는 부분의 아픔까지도 따듯이 안아드릴 수 있다면 좋겠다. '

​제게 연극 '진홍빛 소녀'는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그런 연극이 될 것 같습니다. 


진홍빛 소녀 웹페이지 작업파일 (150dpi) copy.jpg
 

[박소영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