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도니스를 사랑하다 '하트비트' [시각예술]

글 입력 2016.04.22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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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도니스를 사랑하다
하트비트(Heartbea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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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역한 사이인 프랑시스와 마리는 한 파티에서 우연히 다른 도시에서 온 니콜라를 만나게 된다. 곱슬거리는 금발과 묘한 눈동자를 가진 그에게 둘은 끌리지만 애써 아닌 척 서로에게 스스로를 부정한다. 하지만 곧 니콜라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설레는 그들을 발견한다. 다정하고 깊은 문학적 소양 뿐 아니라 상대를 웃게 하는 마력을 지닌 니콜라에게 프랑시스와 마리는 그가 자신의 사랑일 것이라 생각한다. 이에 니콜라에게 향하는 둘의 시선은 점점 더 확신에 차고 짙어진다. 같이 있으면 늘 행복해하던 마리와 프랑시스는 서로가 없는 온전한 니콜라와의 시간을 남몰래 바라는 마음을 품는다. 이렇게 보일 듯 잠잠했던 그들의 미묘한 갈등은 셋이 함께 시골로 여행을 간 다음날 터져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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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의 짝사랑 상대는 언제나 완벽해보이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프랑시스와 마리에게 니콜라는 완벽하고 그 자체로 온전한 존재로 각인된다. 그의 모습은 마치 그리스 신화의 아도니스를 연상케 하는데, 페르세포네와 아프로디테의 사랑을 받는 듯한 아름다운 미소년은 다비드상 같이 온전하고 완벽한 존재였으며 둘을 홀릴만한 매력적인 사람으로 묘사된다. 이렇듯 늘 그렇듯 니콜라는 마리와 프랑시스에게 아도니스로서 다가와 그들의 머릿 속을 헤집어 놓는 거대한 생각으로 자리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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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를 생각하는 시간이 하루를 차지하고 그가 좋아하는 오드리 햅번 포스터를 사 은근슬쩍 그에게 선물하는 등의 마리와 프랑시스는 사랑에 빠진 이들의 전형적인 짝사랑의 면모를 보여준다. 그러나 마리와 프랑시스는 눈에 띄게 다른 형태의 외사랑을 펼쳐 나간다. 적극적으로 상대에게 구애의 의미를 보내는 마리와는 다르게, 프랑시스는 직접적인 표현을 하지 않는다. 단지 그가 어떤 상황에서 아름다운 미소를 짓는지를 바라보고, 그가 무심코 행한 터치와 손짓을 기억한다. 그가 단순히 호모섹슈얼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러한 성향을 판단해버린다면 상당히 편협적인 것이다. 단지 이는 수많은 짝사랑의 형태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나 이들의 사랑이 마냥 설레는 종류의 것만은 아니다. 프랑시스와 마리는 서로가 니콜라에게 내뿜는 감정의 꼬리를 파악한다. 결코 이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사랑은 가녀리고 상처 받는 것을 슬픈 짝사랑적 면모를 강조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의 사랑이 상충해 격렬한 싸움을 벌이고, 니콜라에게 수없이 친구 이상의 존재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각인의 순간들의 그들의 모습은 상당히 우스꽝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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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목해야 할 것은 프랑시스와 마리가 보여준 감정의 변화이다. 미묘하게 시작했던 외사랑이 커져 프랑시스와의 우정을 뒤흔들 정도가 되어버렸으나 시골에서의 격렬한 갈등 후, 그들은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받아줄 이가 없는 사랑을 지켜내기 위한 다툼을 겪었지만 그 흔한 달콤한 열매조차 얻지 못하는 것이다. 니콜라의 행동을 눈으로 쫓고 1분이라도 더 둘 만이 존재하는 공간 속에서 대화를 나눠보고 싶어하던 그들의 감정에 사실 니콜라는 전혀 응하지 않고 방관하며 시종일관 모호한 태도를 취한 것을 깨달은 것이다.
 

 하지만 미처 놓을 수 없던 감정을 마침내 토로하던 그 순간 보이던 니콜라의 회피적 대응을 맞닥뜨린다. 그들의 사랑이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이후 홀연히 떠난 니콜라의 소식을 서로에게 넌지시 물으면서 완벽한 존재에 대한 사랑의 미련을 표출하기도 하나 그들은 상처났던 서로와의 우정을 서서히 회복하며 그를 잊어간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어느 날 한 파티에서 다시 니콜라를 발견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너무도 완벽해 보이던 아도니스 같은 니콜라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이가 아니라는 것을 발견한다. 그저 평범한 사람. 더 없이 온전한 존재였던 사랑의 상대가 너무나도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직시한 것이다.
 

 이를 통해 이 영화는 누군가를 사랑하기 시작하면 그 사람이 자신에겐 더없이 완벽한 존재로 군림하게 되며, 사랑하는 이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찬 가녀린 짝사랑을 그리며 이성을 잃을 정도의 감정의 홍수를 겪고, 상대에게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불어오던 찬바람의 생채기들에 아파하면서 다시 무뎌지는 순간 더욱 성숙해질 수 있다는 감정의 서사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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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자비에 돌란 감독은 주인공들의 감정을 색감과 배경음악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장치들을 선정해 영화 곳곳에 배치한다. 세 사람의 감정이 교차하는 장면에 달리다의 Bang Bang이 BGM으로 깔리고, 특유의 비비드한 시선을 사로잡는 색감이 영화의 프레임 전반에 배치된다. 특히 하룻밤의 스쳐가는 인연에게 그들 내면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토로하는 장면에서 프랑시스와 마리에게 각각 대비되는 듯한 색채를 프레임에 배치해 이를 통해 프랑시스의 내면과 마리의 내면을 간접적으로 전달한다. 이렇듯 직접적인 대사의 전달없이 눈짓과 음악으로 전달되는 두 사람의 외사랑이 영화를 사로잡는다.
 
 
 
 
[이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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