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소설이었다면 더 좋았을 연극, '기억하지 말랬잖아' [공연]

글 입력 2016.04.22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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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16일 오후 네시
대학로 올래홀 연극 '기억하지 말랬잖아'


   지난주는 공연을 3개나, 그것도 연달아 3일 동안 봤다. 첫번째는 대학 4년 친구와 본 피아노 독주회, 그 다음날은 혼자 본 연극 '라면', 마지막은 원주에서 놀러온 친구와 하루 데이트의 마무리로 본 연극 '기다리지 말랬잖아'였다.

   음, 이 연극에 대한 친구와 나의 감상은 애매하다. 인터넷 소설을 영화화 한 느낌, 소설을 영화화했는데 망한 느낌? 일단 극중에 몰입도가 떨어지고, 설득력이 부족하다. 공감갈 만한 내용도 없다. 그냥 사랑이야기인데, 나와는 관계 없는, 그냥 무대 위에서 흘러가고 있는 이야기. 그렇구나 하고 그냥 그렇게 끝났다.

   처음에는 굉장히 기대했다. 기존의 뻔한 로맨틱 코미디와는 다르게 사랑이 주는 아픔에 집중해 많은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해서, 나는 '내 아이에게'만큼의 감정선은 아니라도, 어느정도 가슴아린 '슬픈 사랑'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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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 공연장에 들어갔는데 무대가 어딘지 그리스 신전의 느낌을 주도록 꾸며져 있었다. 그리고 극 시작 전에 무대 한가운데에 있는 스크린에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이야기를 다룬 오페라가 흘러나왔다. 어..우리 극장 제대로 온 거 맞지? 친구와 나는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나중에 보니 이런 무대장치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 작품의 모티프를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에서 따왔기 때문이다. 한쪽의 죽음으로 갈라진 사랑, 그리고 이 사랑을 다시 잇기 위한 살아남은 쪽의 애절한 노력, 이런 걸 모티프로 두고 극을 구성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 효과가 좋았냐고 묻는다면 글쎄...



이 아래에서 연극의 결말과 반전을 언급합니다.
혹시 아직 안 보신 분은 주의해주세요!



   일단 내가 연극에서 가장 좋아하는 요소인 '가까움', 타인의 일상을 엿보는 느낌, 내 삶의 이야기와 닮지 않았나, 저 등장인물의 심정이 얼마나 ~할까! 하는 그 공감대가 전혀 형성되지 않았다. 그래서 극을 보는 내내 정말 말 그대로 배우들의 연기를 보고만 왔다.

   때로는 웃으며 건넨 가벼운 말 한 마디가 깊은 울림이 되어 슬럼프를 극복하고 꿈을 이루고, '그 때 그분이 그런 말을 해주어서 제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하는 경우가 있고, 때로는 무척 진지하게 고민하고, 망설이고, 말을 고르고 골라 꺼냈는데 허무할 정도로 아무것도 아닌 일이 있다.

이 연극은 후자였다.

   남주인공 '동하'와 여주인공 '수빈', 그리고 '수빈'을 반영한 두 인물, '한여자'와 'She(그녀)'. 동하가 '나는 한여자를 사랑해!'라고 말할 때나 '나는 그녀를 사랑해!'라고 말할 때, 그 사랑한다는 고백이 듣고 있는 당사자에게 닿는 것이 아니라 동하의 에우리디케인 '수빈'에게 건네는 말이라는 것을 관객들은 극 후반이 되어서야 알 수 있다. 그래서 그 전에는 그냥, 저 남자가 왜 저러나, 사이코패스 아냐? 라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사정을 알고 나도, 그냥 약간 허무하기만 할뿐 그 남자의 애절한 감정선에 공감은 가지 않는다. 두 여자 등장인물의 이름 설정은 매우! 잘했다. 복선이 되기도 하고, 나중에 반전이 드러난 이후에 아! 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전 자체가 그다지 임팩트있는 반전이 아닌 게 또 아쉬운 점이다...

좋았던 점!!
   1) 2인극인데 어찌보면 뮤지컬 같기도 한 음악극이다. 두 배우의 노래실력도 수준급이고, 동하는 기타를, 그녀는 키보드를 치며 노래를 하기도 한다. 그래서 최소규모 뮤지컬 같기도 하고, 좋은 음악극 같기도 하다.

   지금 생각해보니 한시간 반이 채 안 되는 소규모 극에 모든 좋은 요소를 구겨넣으려다보니 아무것도 안 된 느낌이다....소름...
신화에서 모티프를 따온 슬픈 사랑 이야기라는 주제도 좋고, 거의 뮤지컬 수준으로 연기,노래,연주를 모두 보여주는 것도 좋은데 스토리 전개가...눈물난다.

   2) 그리스 신전 느낌이 나기도, 고급 오피스텔 느낌이 나기도, 라이브 가수가 노래하는 바의 느낌이 나기도 하는 적당한 무대.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이다. 게다가 한 면에 부착된 평면 TV 스크린은 등장인물들이 놀고 있는 배경을 보여주기도 하고, 등장인물들이 보는 영화를 관객과 같이 볼 수도 있고, 오피스텔에서는 커다란 유리 어항이 되기도 하는 등 여러 소재로 쓰인다. 그래서 무대 디자인은 아주아주 잘 된 것 같다. 스토리가...

   아무튼 그런 느낌의 연극이었다. 마무리해야겠다 ㅎㅎ
   한 권이나 두 권 분량의 연애소설로 썼다면 굉장히 가슴아프고 공감되는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은 아예 1막과 2막을 나누고 주변 인물도 많이 등장시켜 규모를 키워 뮤지컬로 만들거나, 그도 아니면 영화로 만들거나.

   음...아쉽다...제목과의 개연성도, 모티프와의 연결도, 등장인물들의 감정 변화도, 뭔가 다 아쉬운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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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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