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누구에게나 입맛에 따라 다르게 가다오는, 연극 '라면'

글 입력 2016.04.22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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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15일 저녁 8시
대학로 마당세실극장 <연극 라면>
일주일만에 쓰는 리뷰!


   이번 연극은 혼자 보고 왔다. 예매는 2매를 했는데 약속 1차 펑크...워낙 바쁜 친구라 어쩔 수 없이 다음 타자를 구했는데, 티켓까지 같이 받고 입장하려는 찰나 급한 전화를 받고 바로 퇴장...시작 5분 전에 이렇게 되니 운명이려니 하고 혼자서 봤다. 입구에서 티켓 두 장을 들고 들어가다가 한 장만 내며 '아, 문앞에서 친구가 돌아가서요..'이러나까 아, 하하, 네 하며 웃던 검표 직원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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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라면' 티켓박스! 귀엽게 생겼다. 사진 : 류소현)


   두 친구 다 같이 봤으면 더 좋았겠다 싶을 정도로 정말 재미있는 연극이었다. 우리 또래 이야기는 아니고, 한 10년쯤 앞선 세대, 우리가 코찔찔 흘리며 티비 보던 때쯤 한창 청춘드라마의 주인공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세대의 이야기다. 고등학교 때 삐삐에 음성메시지 남기며 연애하던 시절! 직접 체험한 세대는 아니지만 한창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이 보며 자라던 세대라 나도 많이 공감하고 웃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웃기기만 한 것으로 끝나는 연극도 아니다. 정말 웃기려고 작정한 듯한 재치있는 대사들 사이사이에 들어있는, 연인관계를 넘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뼈있는 말들과 우리 청춘의 꿈에 대한 이야기들, 어린 시절의 약속, 포부 같은 것들이 대사를 통해 마음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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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의 시작은, 주인공의 '라면 일기'의 첫장을 읽어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라면가게를 차려서, 그 간판을 백화점 곳곳에 거는 게 목표였던 주인공이 고등학교 시절에 쓴 일기다.



라면을 언제부터 좋아하게 됐을까?
자세히 기억은 안 난다.
확실한 한 가지는... 정말 맛있었다!



   라면이 정말 맛있어서, 가게를 차려 그 간판을 전국에 거는 것을 꿈꾼 소년. 라면가게라는 목표를 소박하다 할지 모르지만, 그 간판을 전국에 내걸겠다는 포부를 보면 결코 작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우연인지, 그 날 티켓을 받고 극장앞에서 헤어지기 전에(ㅋㅋㅋ) 같이 갔던 친구와 연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친구는 대학로 코앞에 살지만, 10년 전 초등학생때 보고 지금까지 한 번도 연극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음악을 주로 하면서 연주회나 전시회는 종종 갔지만 연극을 본 적은 없다고. 나는 조금 다르게,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지방에 살며 이런 공연을 제대로 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러다 내가 처음 제대로 된 공연을 본 것은, 수능이 끝나고 충청북도 교육청에서 제공했던 문화 혜택에, 3학년 학년부장 선생님께서 신청했다가 뽑히면서 보게 된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가 처음이었다. 그런데 그 무대의 움직임, 장면의 전환,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 잔잔한 감동을 주는 스토리가 너무 멋있어서 한 눈에 반하고 말았다. 생각해보면 그 때부터였던 것 같다. 무대예술이라는 장르의 매력에 푹 빠진 것이. 차마 무대에서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친구들과 선생님들, 다른 학교 학생들 등이 화장실을 이용하고, 정리하는 틈을 타 몰래 공연장에 다시 들어갔는데, 마침 무대 위에 혼자 나와 계시던 스텝분과 마주쳤다. 뭐 두고 간 것 있냐는 질문에, 그냥 너무 여운이 남아서 돌아왔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 분은 '뮤지컬에 관심 많구나?'하시며 무대 뒤편을 구경시켜주시고, 배우들의 사인을 받게 해주신다고 하셨다. 아쉽게도 배우들이 이미 다음 공연을 위한 준비에 들어가버려서 만나지는 못했지만, 대신 다음에 대학로에 또 보러 오라고 하셨었다. 그리고 나는 굉장히 부푼 마음을 가지고 집에 돌아왔던 것 같다.

   뮤지컬쪽에 관심이 많구나? 했던 그 질문이, 만수가 라면에 대한 꿈을 고백하는 모습을 보며 다시금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래서 굉장히 유쾌한 연극인데도 눈물이 났다. 나는 지금껏 내가 연극부에 들면서, 여러 가지 연극과 뮤지컬을 보러 다니게 되면서 이쪽에 관심이 생겼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분의 말 한 마디가 마음에 남아 연극부에 들었던 것 같다. 내가 뮤지컬 분야에 관심이 많다고? 나는 지금껏 이런 걸 본 적도 없는데. 그런데 그냥 좋았다. 수강신청 설명회 날 제갈승현언니가 연극부에 대해 소개할 때도, 저는 입단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었다. 저는 뮤지컬이랑 연극에 관심이 많다고. 그게 시작이었던 것 같다.

요즘들어 '웃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웃는 연극, 희극의 매력이 바로 이런 것 같다.
가볍게 풀어내지만, 그 안에 담긴 인생은 결코 가볍지 않다.
때로는 어렵고 힘들지만 때로는 재미있고,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 받다가도 좋아하는 사람들 덕분에 웃고, 힘을 내고, 그런 일상의 모습들을 웃음에 버무려서 담아내기 때문에, 이런 작은 연극들은 관객들에게 무대의 벽을 넘어서 다가온다. 참 내 이야기 같고, 그래서 더 재미있고, 때로는 감동을 주기도 한다. 사실 이번 문화초대에서는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라고 무게를 잡았던 '기억하지 말랬잖아'만 볼 예정이었는데, 운이 좋게도 자리가 남아 연극 두 편을 모두 다 보게 되었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나는 '라면'에서 더 큰 감동을 받았고, '라면'을 보면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했다. '기억하지 말랬잖아'는 보는 내내 스크린 밖에서 무심히 지켜보는 느낌이었다면, '라면'은 보는 내내 깊이 빠져들어 마음으로 공감하고 있었다.

   이 길고 재미없는 리뷰를 끝까지 다 읽으신 분이 있다면, 자신있게 연극 '라면'을 추천합니다.
   일상에 지쳐 웃음이 찾고 싶은 사람, 어렸을 때 막연히 가졌던 꿈이 멀게만 느껴져서 조금 힘들어하고 있는 사람, 인간관계나 연인관계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사람, 아니면 그냥 좋은 연극 한 편 보고 웃고 싶은 사람!
여러분에게 딱 맞는 연극, '라면' 한 그릇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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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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