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5월의 클래식 메카, 피렌체

글 입력 2016.04.02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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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클래식 메카, 피렌체


글 - 김승열 (음악칼럼니스트)


1933년 이탈리아의 명지휘자 비토리오 구이(1885-1975)에 의해 시작된 피렌체 5월 음악제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음악축제다. 이를 위해 피렌체 5월 음악제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조직되었을 정도로 이 음악제의 비중은 남다른 것이다. 2000석 규모의 코무날레 극장과 1500석 규모의 페르골라 극장에서 열리던 동음악제는 2014년 피렌체 오페라극장이 개관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새롭게 건립된 피렌체 오페라극장은 1800석의 대극장과 2000석의 반원형 객석을 갖춘 야외무대로 양분된다. 그럼에도 콘크리트 빛깔의 신(新)오페라극장은 고풍스런 피렌체의 이미지와는 다소 동떨어진 것이다. 오히려 1862년에 개관한 코무날레 극장과 1656년에 건립된 페르골라 극장이 피렌체의 고풍스런 일상에 조화롭게 녹아든 고색창연한 건물들이다. 그럼에도 설비와 기능면에서 노후함을 감당 못한 코무날레 극장은 153년의 수명을 다하고 2015년에 폐쇄되는 수순을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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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렌체 오페라극장 외관 / ⓒPietro Paolini


피렌체 오페라극장 객석1 © Pietro Paolini.jpg
- 피렌체 오페라극장 객석 / ©Pietro Paolini


피렌체 오페라극장 객석2 © Pietro Paolini.jpg
- 피렌체 오페라극장 객석 / ©Pietro Paolini


나는 2001년 7월과 2006년 8월 두 차례 피렌체를 방문했다. 홀로 떠나는 여행이었어야 음악의 충만한 세례를 받았을 텐데, 당시의 피렌체행은 음악에 문외한인 동료들과의 동반여행이었기에 음악은 제쳐둘 수 밖에 없었다. 두 번 모두 우피치 미술관과 피티 궁전에 들러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같은 이탈리아 르네상스기 거장들의 명화를 실컷 감상했던 기억이 새롭다. 아르노강을 가로지르는 베키오 다리에 서서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만남을 상기했던 기억 또한 빠뜨릴 수 없다.

그럼에도 피렌체는 역사적인 오페라의 탄생지로 서양음악사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1573년부터 바르디 백작의 살롱에 모여 정기적으로 회합을 갖던 학자/시인/음악가들의 모임인 카메라타(Camerata)는 1587년 급기야 오페라의 탄생을 선포한다. 작곡가 야코포 페리와 줄리오 카치니, 시인 오타비오 리누치니, 류트연주자인 빈첸초 갈릴레이가 카메라타의 대표적인 구성원들이었다. 이들은 고대 그리스비극의 당대적 재현을 목표로 오페라연구에 매진한 결과, 1598년 리누치니의 대본에 페리가 곡을 붙인 최초의 오페라 ‘다프네’를 초연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기록만 남아있을 뿐 악보가 분실된 ‘다프네’와는 달리 1600년 같은 리누치니/페리 조합에 의해 탄생된 ‘에우리디체’는 현존 최고(最古)의 오페라로 전해지고 있다. 본격적인 완성도를 겸비한 최고(最古)의 오페라는 이로부터 다시 7년이 흐른 1607년에 초연된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에 이르러서지만.



- 구이, 로시, 마르케비치, 바르톨레티, 무티, 메타의 지휘봉을 거쳐간 피렌체 5월 음악제


1928년 스타빌레 오케스트랄레 피오렌티나란 이름으로 창단된 피렌체 5월 음악제 오케스트라는 1933년 동음악제가 조직되면서 지금의 이름으로 정착된다. 1937년부터 구이의 후임으로 마리오 로시(1902-1992)가 전임지휘자로 활동하던 시기까지만 해도 이 음악제의 위상은 그리 대단한다고 볼 수는 없었다. 로시의 후임으로 이고르 마르케비치(1912-1983)가 1944년부터 1946년까지 재임한 시절 또한 특별한 것은 없었다. 리더의 공백기였던 1954년의 음악제 기간 중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가 피렌체 무대에 올린 베버 ‘오이뤼안테’ 실황음반(Walhall) 정도가 초창기 음악제의 열기를 전해주고 있을 뿐이다. 본격적인 음악제의 위상제고는 1957년 당시 31세의 신성, 브루노 바르톨레티(1926-2013)가 음악제를 이끌면서 가능해진다. 피렌체 인근의 마을인 세스토 피오렌티노에서 태어나 2013년 87세 생일을 하루 앞두고 피렌체에서 타계한, 뼛속까지 피렌체 사람인 바르톨레티의 영도 아래 피렌체 5월 음악제는 비로소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바르톨레티의 사임 이후 26세의 나이로 귀도 칸텔리 지휘콩쿠르에서 우승한 귀재 리카르도 무티가 1969년부터 1981년까지 음악감독으로 재임하면서 음악제의 위상은 흔들림 없이 이어진다. 그러나 음악제의 진정한 만개는 예술감독으로 복귀한 브루노 바르톨레티와 수석지휘자로 낙점된 주빈 메타가 공존하던 1985년부터 1991년까지의 시기에 가능했다. 바르톨레티가 물러나고 지금까지 메타 홀로 음악제를 이끌고 있지만 워낙 탄탄한 지휘자들과 동고동락해온 음악제의 80여년 위상은 철옹성처럼 흔들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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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렌체 5월 음악제 오케스트라와 주빈 메타 / © Simone Donati


조만간 시작될 ‘제 79회 피렌체 5월 음악제’의 프로그램을 일별해 보면, 4월 18일부터 7월 4일까지의 음악제 기간 중 차이콥스키의 ‘욜란타’와 브리튼의 ‘앨버트 헤링’ 등 세 편의 오페라와 주빈 메타가 이끄는 피렌체 5월 음악제 오케스트라/합창단의 연주회 및 정명훈 지휘 스칼라 필, 다니엘레 가티 지휘 빈 필, 야니크 네제 세갱이 이끄는 베를린 필의 연주회 등 총 40여 회의 무대일정이 잡혀 있다. 이들 대다수의 연주회들은 피렌체 오페라극장과 페르골라 극장에서 진행되며, 두오모라 불리는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 및 피티 궁전 내의 비앙카홀에서도 간간이 연주회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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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렌체 5월 음악제 오케스트라와 주빈 메타 / © Simone Donati


그 언젠가 장영주가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협연한 베를린 필의 유러피언 콘서트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주빈 메타가 지휘봉을 든 1995년의 연주회로 기억되는데 장소가 피렌체 베키오 궁전 특설무대였다. 1298년에 착공해서 1540년에 완공된 고색창연한 베키오 궁전에서 당시 15세의 장영주가 파가니니의 비르투오소 바이올린 협주곡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영상은 감명깊었다. 당시의 영상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이제는 피렌체 시청사로 쓰이는 저 고풍스런 베키오 궁전이든, 피티 궁전의 비앙카홀이든, 피렌체 두오모 대성당이든, 하고 많은 피렌체의 극장들이든 피렌체의 모든 곳이 전천후 무대로 활용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

피렌체는 그런 곳이다. 흔히 미술의 르네상스 발원지로만 인식되는 미술사적 사적(史蹟)으로서만이 아니라, 오페라의 발원지이면서 서양고전음악이 어디에서건 살아 숨쉬는 전천후 클래식 메카가 피렌체인 것이다. 나는 그런 피렌체를 다시 찾는 날에는 반드시 5월에 들러 피렌체 5월 음악제를 여한 없이 만끽하리라 다짐했다.




김승열 (음악칼럼니스트)

-고전음악칼럼니스트.

월간 클래식음악잡지 <코다>,<안단테>,<프리뷰+>,<아이무지카>,<월간 음악세계> 및
예술의전당 월간지 [Beautiful Life],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계간지 <아트인천>,
무크지 <아르스비테> 등에 기고했다.

파리에 5년 남짓 유학하면서 클래식/오페라 거장들의 무대를 수백편 관람한 고전음악 마니아다.

저서로는 <거장들의 유럽 클래식 무대>(2013/투티)가 있다.
현재 공공기관과 음악관련기관, 백화점 등지에서 클래식/오페라 강사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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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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