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그녀가 피할 수 없는 것들]의 효과적인 영상 연출

글 입력 2016.02.24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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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그녀가 피할 수 없는 것들>의 효과적인 영상 연출



I. 작품해석

 

일단 내가 <도시에서 그녀가 피할 수 없는 것들>에서 가장 크게 눈 여겨 본 것은 욕망과 사랑내면 그리고 상처를 어떻게 드러내고 있으며 최종적으로 감독이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어떤 연출을 했는지 알아보려고 한다.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줄거리를 간략하게 설명하자면주인공인 여자는 도시에서 가장 싼 집을 구하여 살고 있었다그러나 어느 날 그녀의 집은 도시의 철거 작업으로 거대한 크레인에 의해 공중으로 들러져 버린다설상가상으로 철거 회사의 파업으로 철거가 중단되어 결국 그녀는 그 공중의 집에서 살게 된다그 공중의 집을 찾아오는 전 남자친구 (고양이 남자)를 위해 매번 파이를 만들어 주던 여자는 결국 고양이남자에게 잡아먹힌다는 내용이다.

1) 먹다를 통해 드러난 욕망 그리고 사랑

 

여자는 매번 고양이 남자를 위해 파이를 만든다그녀는 배고프다고 하는 남자에게 다음에 더 만들어 놓을게라고 하며독백으로 그는 가끔 파이를 먹으러 오고 나는 그를 기다리며 파이를 만든다.”고 말한다왜 그녀는 이렇게 파이를 만들어 놓으려고 할까여자는 먹는 것 (파이)을 만들어 놓는 것으로 그녀의 욕망 즉사랑받고 싶어 하는 마음을 드러낸다따라서 먹을 것을 만들어 놓는 것은 근본적으로 남자친구가 다시 자신에게 돌아오길 바라는 사랑을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영화 내에서 여자는 헤어드라이기 바람에 떠오를 정도로 매우 가볍고 힘이 없는 존재로 표현된다그렇기 때문에 집이 강제로 철거당해도 순응하고 살고 있다이렇게 가볍고 힘이 없는 존재가 된 것은 도시에 정착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이 도시에서 유일하게 의지했던 남자가 자신을 떠났기 때문이다그래서 여자는 도시에서 혼자되는 것이 두려워 남자에게 오지 말라고 하면서도 파이를 만들어 놓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그녀에게 있어서는 파이를 만드는 것이 자신의 사랑 표현방법이자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유일한 수단인 것이다.

 

영화는 고양이 남자를 통해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구인 성욕과 식욕을 먹는 것으로 표현한다그는 헤어진 전 여자 친구의 집에 자신의 욕망 즉식욕과 성욕을 채우려 가는 굉장히 탐욕스러운 남자이며 히히하고 웃는 모습이 그의 탐욕스러움을 잘 들어내고 있다.

남자는 매번 올 때 마다 파이를 먹는데그는 아직 배고픈데더 먹을 것이 없냐고” 묻기도 하며 파이를 좀 많이 해놓으라고 닦달한다처음에 그가 여자의 집을 방문했을 때 파이를 한 개를 먹고 다음번에는 두 개를 그 후에는 여러 개를 먹더니 결국 그는 제어할 수 없는 식욕으로 의자와 식탁까지 삼켜버리고 마지막으로는 여자를 삼켜버린다엄청난 식욕으로 모든 것을 다 먹어 치우는 남자는 그녀의 집을 방문할 때마다 몸 사이즈가 점점 비대해진다이런 그의 모습이 도시에서 살아가며 욕심 많고 삭막한 도시 사람이 되어 가는 과정을 그려냈다고 생각한다또한 매번 고양이 남자는 이렇게 파이를 먹고 난 뒤 여자에게 그쪽으로 가도 돼냐는 질문을 한다그러면서 자신의 반대편에 서있는 여자에게 돌진하지만 매번 기울어지는 집 때문에 여자와 가까워지지 않아 화가 난 채로 나가버린다두 번째 방문에서는 그의 시선으로 여자의 가슴을 클로즈업 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걸로 보아 그녀와의 육체적 관계를 원하는 그의 성욕을 암시한다고 보았다파이부터 시작하여 가구 그리고 여자를 먹어치우는 남자의 모습은 식욕에 지배당하여 인간성을 상실했다고 보았다욕망의 노예가 되어 자신의 인간성을 상실한 것이 더 이상 제어할 수 없는 이성으로 인하여 성욕의 분출로 이뤄지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

 

2) 공중 집의 균형

 

애니메이션은 하나의 독립적인 세계를 가진다가상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진행시킴으로써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다그러므로 애니메이션의 공간은 캐릭터가 움직이는 물리적 공간이며 동시에 스토리가 진행되는 서사적 공간이다그렇기 때문에 애니메이션 공간연출은 관객에게 물리적 공간의 시각정보를 전달하고 서사구조로의 감정이입을 보다 효과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표현장치로 활용될 수 있다.

위의 글처럼 감독은 애니메이션의 대표적 공간인 기울어지는 집이 가진 여러 의미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며 관객이 자연스럽게 받아드릴 수 있는 효과적인 연출을 보여주고 있다.

이 공간적 배경인 집은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첫 번째집은 그녀 자체이다집채로 크레인에게 들렸기 때문에 지탱하는 땅이 없어진 것처럼 그녀는 자신을 지탱할 어떤 심적인 여유가 없다가난한 도시의 생활로도그녀를 떠나간 고양이 남자로 인해 그녀는 심적으로 위태로운 상태임을 암시하고 있다그럼에도 이 위태로운 공간에서 벗어나지 않고 남자를 기다리며 파이를 만드는 것은 남자가 다시 돌아올 거라는 희망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이 집은 그녀의 심리상태를 드러내는 공간이다그녀의 심리상태를 감독은 균형으로 드러내고 있다고양이 남자가 그녀의 집을 찾아오면 집이 기울어진다집의 균형을 잡기위해 그녀는 그에게서 멀어진다이 두 남녀의 물리적 공간은 여주인공의 심리적 거리감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고양이 남자를 의지하고 싶고 다시 사랑하고 싶은 감정과 변해버린 그를 멀리해야함을 아는 감정으로 집 또한 기울어짐을 반복하는 것이다일반적인 여자의 사랑을 (파이받고 뚱뚱해진 남자로 잡은 무거운 남자쪽으로 계속 기울어지며 여자와 남자 사이는 점점 더 불균형해진다그에 여자는 남자에게 살 좀 빼지 그래?”라고 말한다이 말에 남녀의 관계에서의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을 하라는 의미가 숨겨있다고 본다하지만 남자는 계속 살이 찐다이는 둘 사이의 균형을 맞추려 하지 않는 남자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또 미래가 준비된 신혼부부가 왔을 때그녀가 그들은 불안하리만치 집을 집을 돌아다니지만 집은 이상하게도 중심을 잃지 않는다내가 그와 있을 때의 불안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나는 이 집과 그리고 그와의 이별을 받아 드릴 때가 된 것인가?”독백하듯이 다른 사람들이 방문했을 때는 집은 균형을 잃지 않았다오직 남자와 있을 때만 기울어지는 집이라는 공간에서 그녀의 심리를 가장 잘 표현한다고 생각한다.

 

II. 반복되는 상처로 무덤덤해진 주인공

 

감독은 그림체와 색감대사의 어조 그리고 음악으로 주인공들의 상처를 담담하게 드러내며 시각적으로 청각적으로도 더 와 닿는 효과적인 영상을 연출을 하였다.

 

3.1 그림체

 

그림체는 기호로서 애니메이션 작품의 기표가 되므로 사회적 의미의 형성과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초현실주의적인 느낌의 그림체로 그려진 여주인공은 매우 위태로워 보이며 서정적으로 표현되고 있다또한 특유의 비온 날처럼 가라앉은 색감은 관객을 차분히 가라앉힌다.이런 그림체와 색감은 효과적으로 여주인공의 감정을 유입시키게 하고 적막이 흐르는 분위기를 조성했다그 중에서도 내 눈길을 끈 것은 여주인공의 무표정한 얼굴이었다집채로 크레인에게 잡혀 공중에 떠있을 때도바닥이 뚫린 화장실에서 세수를 해도 그녀는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그녀의 이런 체념한 표정은 그녀가 상처를 받는데 익숙해진 그녀의 비극성을 더 드러낸다세상에 해탈 한 듯 보이면서도 어딘가 슬퍼 보이는 그녀의 표정은 이미 남자와 도시 그리고 도시와 관련된 그 사회에서도 그녀는 많이 상처받았음을 보여주고 있다그래서 이런 그녀의 표정은 현재 사회의 슬픈 현실을 풍자하는 것 같아서 더 마음이 안타까웠다.

3.2 대사와 그 어조

 

또한 여자의 말의 어조나 행동은 그의 행동에 매우 담담한 척을 하지만 불안감이 느껴졌다점점 더 많은 식욕과 성욕을 요구하는 남자의 모습과 둘 사이의 관계를 회복하려는 의지가 안 보이는 남자에 매번 상처를 받는 여자는 결국 도시 틈에 집을 구하겠다고 말한다그러면서 이제는 오지 말라고 남자에게 선전포고를 내린다이 선전포고는 그녀가 남자와 같이 도시에 녹아드는 고양이가 되어 가벼운 사랑을 하겠다고 하는 것과 같은 표현이라고 생각된다결국 그녀도 더 이상 그에게 상처 받기 싫어 이런 자세를 취하지만 집을 팔지 못하고 남자에게 먹혀버린다그의 배속에 들어가는 여자는 육체적 관계를 원하던 남자를 외면하다가 결국 관계를 맺어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없음을 직시하게 된 상처로 인한 정신적 죽음을 맞이했다고 보았다.

 

3.3 내레이션과 엔딩음악

 

그녀의 건조한 내레이션은 관객을 감정적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절제된 표현으로서 심리묘사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효과적인 접근이 가능하다고 보았다잔잔한 분위기에서 전개되는 애니메이션 엔딩은 고양이 남자의 노래로 끝이 난다처음으로 영화를 보았을 때는 남자가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그렇지만 두 번째로 보았을 때는그도 결국 도시로부터 상처를 받은 남자로 다시 상처 받는 것이 두려운 남자인 것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어디 한 둘 이겠어누구나 상처 주는 이

누구나 그렇듯이 마음에 담아둔 얘길 했는데왜 자꾸 생각나는지 

축 처진 너의 뒷모습 그렇게누구나 그렇듯이그저 할 말을 했을 뿐인데알잖아

그런 게 아니었어 

상처 주려 했던 게 아니었어

아니면 혹시 있다가 내가 너 상처 받을까봐그랬나봐 하지만 이미 너는 없는데

 

 

가사 첫줄의 어디 한 둘 이겠어누구나 상처 주는 이.’ 남자는 상처에 무감각해졌다는 느낌이 든다그러나 그는 그녀가 계속 생각난다고 말한다이 가사를 보면 그는 본질적으로 나쁜 사람이라기보다는 무엇으로부터 상처를 받았고 그것으로 인해 여자에게 모진 행동을 하고 있었다고 보았다더 크게 보자면 남자도 여자와 같이 무언가로부터 상처받는 과정을 겪어보았고 그래서 상처받지 않기 위한 자기방어를 하지만 그게 표면적으로는 식욕이나 성욕으로 여자에게 분풀이를 하는 것 같다고 보았다.

작품에서는 철거를 피해 도시의 틈바구니로 가 가끔 고개를 빼꼼 내미는 사람을 고양이라고 표현했다도시에서 살아가기에는 많은 돈이 필요하고그 돈이 없는 남자는 가난하기 때문에 사랑을 하는 것조차 현실에서 허락되지 않는다결국 그는 상처를 받지 않으려고 쾌락 중심적인 가벼운 사랑을 하려고 한다이런 가벼운 사랑을 취하는 모습이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고양이의 모습과 닮아있다또한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현실을 도피하는 모습이 마치 숨어버리는 고양이 같은 존재어서인지 남자를 인간이 아닌 고양이의 탈을 씌운 것이 아닐까마치 그가 자신의 모습을 도시에서부터 숨기고자 했듯이.

결론

영화제목이 <도시에서 그녀가 피할 수 없는 것들>임과 결국 모든 것의 원인은 도시이다도시는 남자와 여자가 만난 곳이기도 하지만 헤어지게 된 원인이기도 하며 오늘의 사랑을 가볍게 만든 곳이고 의지할 사람 한명 없는 그런 삭막한 곳이다그리고 여자와 남자에게 상처를 준 곳이기도 합니다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여자는 남자에게 먹힌다그 후 남자는 우산을 타고 공중의 집에서 땅인 도시로 내려오는데그녀는 남자의 배속에 있기 때문에 그녀 또한 결국 도시로 왔다고도 생각했다원래 도시가 아닌 공중에 떠 있던 그녀는 아마 이 도시에서 굉장히 이질적인 존재였다그러나 공중에서 지상도시로의 이동은 결국 도시의 삶에 순응해버린 도시 틈새에 사려는 고양이가 되어버린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보았다.

 

감독 박지연씨는 <도시에서 그녀가 피할 수 없는 것들>를 통해 글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남녀사이의 애매한 감정들을 시각적인 영상으로서 잘 묘사한 것 같다또한 그녀만의 상상력으로 표출된 초현실적인 일은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그런 연출이 너무 인상 깊었다헤어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리면 그녀는 공중에 붕 뜨는 모습은 단지 유쾌한 발상일 수도 있으나 이것은 그녀가 도시에서 얼마나 존재감이 희미한지를 보여주었고, ‘먹다를 통해 각각 다른 여자와 남자의 욕망을 표현하였다또한 집이 무엇을 뜻하는지집의 기울어짐이 남녀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의미하고 있는지에 알아보았다그 외에도 청각적이고 시각적인 요소로 현대인들을 삭막하게 만드는상처를 주는 이 도시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흡입력 있게 전달하려는 감독의 숨어있는 연출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었다.

[김하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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