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히치콕에게 C를 준 교수는 틀렸을까? [문화전반]
글 입력 2016.03.09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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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히치콕에게 C를 준 교수는 틀렸을까? [문화전반]새, 이창, 싸이코, 현기증,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누가 떠오르시나요?모두 서스펜스와 스릴러의 대가 ‘알프레드 히치콕’의 작품입니다.히치콕은 스릴러 영화라는 장르를 확립하며, 명실상부 그 분야의 1인자로 유명한 영화 감독입니다. 그는 인간의 심리적인 불안감을 교묘하게 유도하는 독특한 연출방법으로 ‘히치콕 터치’를 창출하기도 했습니다. 히치콕이 만든 수많은 영화는 모두가 순수하게 공포와 불안을 추구하는 스릴러 영화였습니다.때문에 오늘날 그의 작품은 고전의 반열에 올라 영화를 꿈꾸는 많은 이들에게 교본이 되기도 합니다. 사실 지금에 와서 그는 단순히 한 명의 영화감독이 아닌 ‘장르’로써 여겨지기도 합니다. 때문에 그의 테마와 스타일을 변주하고 모방하는 이들을 우리는 ‘히치코키언’이라 부르기도 합니다.관객부터 감독까지 수많은 이들이 히치콕에게 열광했고 여전히 열광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새로운 장르를 확립한 이도 흔치 않기 때문입니다. 어디서도 볼 수 없던 독보적이고 독창적인 ‘원조’에게 끌리는 것은 어쩌면 우리의 본능인지도 모릅니다.그런데 히치콕 하면 언제나 뒤따르는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바로 ‘히치콕의 손녀’ 이야기입니다.대학생 시절 본인의 할아버지, 즉 히치콕의 초기작들에 대한 강의를 듣던 그녀의 손녀는 수업이 끝나면 히치콕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합니다. 그런데 히치콕은 강의의 내용과 방향이 엉뚱한 해석이라고 말했다고 전해집니다. 때문에 손녀는 강의보다는 할아버지에게 직접 배운 게 더 많다고 언급했습니다.그녀는 해당 수업의 리포트를 작성할 때도 히치콕의 도움을 받았지만, 조사가 미흡하다는 교수님의 평가와 함께 C를 받았다는 이야기는 아직까지 회자되는 에피소드입니다.히치콕하면 반사적으로 뒤따르는 이 흥미로운 에피소드는 우리에게 예술의 해석에 대해 큰 질문을 주는 듯합니다.이 이야기를 접한 이들 중 다수는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해당 교수를 비판합니다.교수가 ‘틀렸다’는 것입니다.영화의 원작자인 감독의 의도를 다르게 해석했으며, 히치콕을 알아보지 못한 교수가 ‘틀렸다’고 비판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교수가 정말 틀린 것인지, 교수의 해석이 옳지 않았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고민해보아야 합니다.영화 역시 다른 예술처럼 다양한 방식의 해석이 가능한 장르입니다.본인의 작품이 고정불변하고 절대적인 하나의 메시지로만 굳혀지는 것을 원하는 감독이나 작가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많은 영화 평론가들이 영화를 분석하고 비평하는 과정에서 감독이 무의식 중에 의도한 연출이나, 배우의 진가가 새롭게 주목받기도 합니다. 실제로 영화의 코멘터리를 보게 되면 “그런 의도로 촬영하지는 않았지만, 어떤 평론가의 해석을 보니 그게 내 연출보다 더 그럴 듯 하더라.” 라고 호탕하게 웃는 감독들도 종종 눈에 띕니다.다양한 비평이 가능하다는 것은 그만큼 작품이 갖는 ‘질문의 힘’과 표현력이 좋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때문에 한편으로 분석과 비평은 문화와 예술을 확장시키는 또 하나의 예술인지도 모릅니다.히치콕의 손녀에게 C를 준 교수, 여전히 틀린 것일까요?[김성현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