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일단 유명해져라, 그럼 똥을 싸도 박수를 받을 것이다 [문화전반]

글 입력 2016.02.15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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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일단 유명해져라, 그럼 똥을 싸도 박수를 받을 것이다 [문화전반]


“Be famous, and they will give you tremendous applause when you are actually pooping” 

해석하자면, “일단 유명해져라, 그렇다면 사람들은 당신이 똥을 싸도 열렬히 박수쳐 줄 것이다.”라는 의미입니다. 

명성과 예술에 대한 냉소적이고 날카로운 시선이 담겨있는 이 명언은 시각예술 전반에 걸쳐 혁명적인 변화를 주도했던 앤디워홀이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4.PNG▲ 출처 : lalawin.com
 

앤디 워홀은 누구일까요?

그는 미국의 화가이자 예술가이며 우리에게는 ‘팝아트’의 선구자 혹은 대명사로 널리 알려진 인물입니다. 현대미술계에서 예술성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붙잡은 예술가로도 유명합니다. ‘배고픈 화가’와는 거리가 멀 정도로 높은 부와 성공을 거머쥔 예술가였습니다.


2.jpg▲ 출처 : www.1stdibs.com
 

살아있던 당시에도 이미 전설이었고, 사후 더 유명해진 그는 동시대 문화와 사회에 대해 날카로운 시선과 통찰력을 가졌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실제로 그는 본인의 예술을 세상의 거울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의 대표 작품인 캠벨 수프 캔 시리즈와 마릴린 먼로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캠벨 수프 시리즈는 상품화에 대한 대중의 무관심함을 표현했으며, 마릴린 먼로는 번지르르하게 포장된 천박함에 대한 작품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달러 기호 ‘$’를 반복적인 이미지로 표현한 작품 역시 과열된 미술시장에 대한 조롱의 의미로 해석되곤 합니다. 


7.jpg▲ 출처 : www.telegraph.co.uk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워홀의 작품은 그의 사후 최고가를 갱신하며 미술시장을 더욱 과열시켰습니다. "대상을 너무 오래 바라보면 그것의 의미를 모두 잃게 될까봐 두렵다"라고 말했던 그가 보면 안타까워할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미술시장의 과열만큼이나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바로 이 팝아트입니다. 더 정확히는 팝아트를 포함한 전반적인 현대미술입니다. ‘이것을 예술로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8.jpg▲ 출처 : www.moma.org
 

흔히 우리는 팝아트 혹은 현대미술을 굉장히 가볍고 냉소적인 시각으로 바라봅니다. 

특히 만화책에서나 볼법한 팝아트나 언뜻 이해하기 힘든 추상표현주의 작품들을 두고는 그 냉소적인 시선과 조소는 더욱 심해집니다. 마크 로스코의 작품을 두고선 ‘나도 그릴 수 있겠다’라는 비아냥거림이 쏟아지고, 잭슨 폴락의 작품을 두고선 ‘어린애들 장난’같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11111.jpg▲ 출처 : www.ruthiev.com(좌) / www.bbc.com(우)
 

물론 미술에 큰 관심이 없는 입장에서 이런 냉소적인 시선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비판이 아닌 근거 없는 비난은 본인의 격과 수준을 떨어뜨리는 행동일 것입니다. 제대로 알고 비판하는 것과 모르고 비판하는 것 사이에는 굉장히 큰 간극이 있습니다.

이쯤에서 다시 글의 처음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일단 유명해져라, 그렇다면 사람들은 당신이 똥을 싸도 열렬히 박수쳐 줄 것이다.”
  

3.png▲ 출처 : pgr21.com
 

앤디 워홀의 명언으로 알려진 이 문장은 사실 앤디 워홀이 한 말이 아닙니다.  

그 어디를 찾아보아도 앤디 워홀이 공식적으로 저런 말을 한 기록은 없습니다.
저 문장은 유독 우리나라의 인터넷에서만 ‘앤디워홀의 명언’으로 포장되어 있습니다.
어쩌다 우리나라에서 저 문구가 앤디 워홀이 남긴 명언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전 세계 어디를 살펴보아도 우리나라 인터넷에서만 유명한 저 문장은 어쩌면 짓궂은 누군가의 가벼운 장난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하필 팝아트의 선구자이자 성공한 예술가, 더욱이 대중문화를 비꼬았던 ‘앤디 워홀의 명언’이라는 수식어로 포장된 것은 어쩌면 우연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5.jpg▲ 출처 : www.telegraph.co.uk
 

우리는 여기서 두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미술, 음악, 영화, 조각, 사진 등 장르 구분 없이, 우리가 ‘예술’이라고 알고 있는 유명한 작품들이 정말 ‘예술’인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합니다. 그것이 작가의 명성을 등에 업고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빛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마치 지금 우리가 출처를 알 수 없는 문장을 두고 앤디 워홀의 명언으로 ‘포장’해서 ‘유통’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두 번째는 반대급부로서 무조건적인 비판은 경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변기를 전시했던 마르셀 뒤샹의 ‘샘’이나 포름알데히드로 채운 유리장 안에 동물 시체를 전시한 데미안 허스트는 아직까지도 많은 논란과 비판의 중심에 서있습니다. 그것을 예술로 보아야하는지, 얼마나 유의미한 작품으로 보아야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2222222222222.jpg▲ 출처 : www.heelsandwheelsonline.com(좌) / www.cnn.com(우)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근거 없는 비난은 비판 사이의 간극은 굉장히 큽니다. 
‘비평’과의 간극은 더욱 거대합니다. 때문에 우리는 무조건적인 비난을 경계해야 합니다.

예술에 감화된다는 것은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영역과 거리가 먼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떠한 후광 때문에 작품이 고평가되어 비판이 불가능한 성역의 영역으로 들어가거나, 아무런 근거도 없이 비난하고 비난 받는 일은 예술의 진정한 가치와 순수성을 훼손시키는 행위일 것입니다.   


14.jpg▲ 출처 : www.flickr.com
 

언제나 모든 선택과 판단 그리고 책임은 본인의 몫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예술을 즐기는 것에 있어서도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성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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