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미안해, 정말 미안해 - 베를린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 & DMZ 스토리 전시회

분단... 그리고 통일 그 염원에 대하여
글 입력 2016.02.16 18:1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지난 2월 6일 토요일, 모네전을 보고 왔던 전쟁기념관으로 
베를린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 & DMZ STORY 전을 보고 왔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어쩌면 당연하게 관심이 가는 주제라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전시가 이러한 때에 있을 수 있다는 게 다행이었다.
들어가자마자 보였던 건 전시를 축하하는 여러 화환들,
그리고 처음으로 마주한 건 DMZ 스토리 였다. 


포스터1.jpg

IMG_1786.JPG
 

처음에는 독일의 작품보다 신경을 덜 쓴 듯 보이는 우리나라의 작품이 조금 아쉬웠다. 
꼭 '베를린 작품이 걸리니, 우리도 해야 해' 하면서 끼워넣은 듯한 느낌이 들어서. 
이내 DMZ 스토리라고 자각한 이후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가긴 했지만, 
전시장이 다소 휑한 느낌을 주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전시장에 발을 디뎌놓자마자 유독 인상 깊은 작품이 제일 처음에 걸려있었다. 
이 날의 전시 중에 가장 나에게 영향력 있던 작품이기도 했다.


IMG_1801.JPG
▲ DMZ의 씨앗 장진호 전투 - 김미정


 
DMZ의 씨앗
장진호 전투 - 김미정

1950년 11월 27일~12월 11일 사이에 미 해병 제 1사단은 장진호 계곡에서 중공군 7개 사단의 포위공격을 받았다. 영하 40도의 강추위 속에서도 중공군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며 성공적으로 철수하였다.



 '전쟁'이라는 단어의 무게감은 나에게 언제나 더 크게 다가오곤 했다. 특히나 이를 다루는 문화예술을 볼 때마다 더욱 그런 느낌을 받았다. 위의 사진 또한 마찬가지이다. 중공군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혀, 성공적으로 철수한 그들은 기뻤을까? 기뻤다면 어떤 종류의 기쁨을 느꼈을까.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이 기쁨이라는 사실에 혹시 괴롭지는 않았을까. 전쟁이란 것은 일단 전투에서 이겨야 하는 것이고, 전투에서 이기려면 상대방을 죽여야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잠깐의 망설임은 곧 자신의 죽음을 의미하니까 말이다. 줄지어 행군을 하고 있는 이 병사들도, 차에 타고 있는 한 남자의 공허한 눈빛도 마음 아픈 그림일 수 밖에 없었다. 이 남자의 눈빛만 보면 자아, 미래에 대한 계획 이런 것들을 제대로 성립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하루하루가 깜깜한 날의 연속일 것 같아서 더욱 마음이 아팠다. 그건 살아있지만 죽어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싸우는 건 우리의 의지가 아니고,
결국 권력을 잡은 사람들의 갈등인 동시에 이념의 갈등인데
왜 아파야하는 건 우리의 몫 인가.


IMG_1789.JPG
▲ 카니 알라비(Kani Alavi) - 11월에 일어난 일 (It happened in November)



카니 알라비(Kani Alavi) - 
 11월에 일어난 일 (It happened in November)

 이란 출신 화가 알라비는 베를린의 체크포인트 찰리 부근 예술센터에 작업실을 가지고 있었다. 자기 스튜디오에서 그는 베를린 장벽 붕괴 당시의 상황을 매일 관찰할 수 있었다. 자동차들이 베를린 장벽에 도착했다가 되돌아갔다. 1989년 11월 9일을 제외하고는, 사람들은 조용히 분단경계선을 넘어 다녔다. 그날 자정이 되기 직전에 경계선이 개방되고 수천 명의 동독 사람들이 서베를린으로 가기 위해서 몰려들었다. 그날 밤 카니 알라비는 그 광경을 작업실에서 내려다보며 조감도처럼 스케치했다. 다음날 그는 작업실에서 내려와 장벽에 모여든 사람들의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그 인상들이 베를린 장벽 이스트사이드 갤러리에 그려져 세계적으로 이름 난 그의 작품 '11월에 일어난 일'을 그리는 영감이 되었다.



 전시를 가기 전 프리뷰로 보았을 땐, 별다른 생각이 없었던 작품이다. 직접 보니 무서웠다(사진을 찍을 때 휴대폰 카메라가 얼굴로 인식해서 더 무서웠다). 갈망 혹은 욕망 같은 것들이 느껴졌다. 마치 '내가 여길 벗어나서 서독으로 향하면 난 행복하게, 부족함 없이 잘 살 수 있을 거야' 하는 그런 종류의 느낌을 주었달까. 한국도 똑같을까. 우리도 흔히들 남한과 북한을 서독과 동독으로 많이 비교하곤 하지 않는가. 물론 똑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래도 비교해야 한다면 그럴 거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미래도 그 갈망과 욕망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로써 우리가 감당하고 감수해야 할 몫까지도 말이다.


IMG_1790.JPG
 
IMG_1793.JPG
 
IMG_1796.JPG
 

 베를린 이스트 갤러리의 사진을 담은 전시는 참 알록달록했다. 분단과 장벽의 무너짐을 유하게 보이려는 듯 부러 더 환하게 보이려 애쓴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은 분단의 역사를 장벽을 스스로 무너뜨리며 맞이하였는데,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맞을 수 있을까 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해보았다. 부디 전쟁만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더욱 간절해졌다. 전쟁밖에 방법이 없다면 결국 또 아파하는 건 남한과 북한의 국민일 테니 말이다. 이념의 갈등으로 엇갈린 우리는 화합할 그 날을 위해서라도 더 많은 대비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리뷰를 마친다.


IMG_1787.JPG
 


문화홍보팀 팀장_황주희.jpg


본 전시는 아트인사이트(ART insight)가 
미디어 파트너로 후원하는 전시입니다.
 
Art, Culture, Education - NEWS 
< http://www.artinsight.co.kr >


[황주희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