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 < 어린왕자 > #2 - 생각해보세요. 우리도 어린이였잖아요.[시각예술]

글 입력 2016.01.17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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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 #2 - 생각해보세요. 우리도 어린이였잖아요.



4. 어린이를 잃어버린 어른들

  할아버지가 병이 들어 병원에 실려 가자, 소녀는 둘도 없는 자신의 소중한 친구인 할아버지를 돕고자 비행기에 올라탄다. 그리고 또 다른 소중한 친구 여우 인형과 함께 어린 왕자를 찾아 떠난다. 소녀가 도착한 곳은 소녀의 방 선반 위에 놓여있던 장식품들과 비슷하게 생긴 삭막한 도시다. 놀랍게도 그곳에서 소설 속 비판의 대상이 되는 인물들을 만난다.

(1) 허영쟁이 - 경찰관
  허영쟁이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고, 타인으로부터의 관심에 집착한다. 사람들의 박수갈채에 대한 답례를 위해 착용한 모자는 그의 허영심을 여실히 드러낸다. 허영쟁이는 도시 속에서 경찰관이 되어 나타난다. 이곳에서도 허영에 가득찬 태도를 보이고, 소녀의 간절한 이야기는 듣지도 않은 채 오직 법만을 들이대며 으름장을 놓는다. 경찰서로 데려가기 위해 소녀와 여우 인형을 붙잡았지만 사람들의 박수갈채에 답례하는 데에 신경 쓴 나머지 그만 놓치고 만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야 만이 행복해지고, 겉치레에만 신경쓰다가 정작 중요한 본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허영쟁이 경찰관이 참 안쓰러웠다.

(2) 권위적인 왕 - 엘리베이터 도우미
  소설 속에서 왕은 매우 권위적인 태도로 어린 왕자를 맞이했다. 왕은 명령만 하면 뭐든 다 해낼 수 있을 것처럼 얘기했다. 하지만 해 지는 모습을 보게 해달라는 어린 왕자의 말에 ‘조건’이 갖추어지면 보여주겠다는 대답을 했다. 참으로 꽁무니 빠진 우스운 모앙새가 됐다. 왕은 도시에서 엘리베이터 도우미로 나온다. 아니나 다를까 여전히 권위적인 모습으로 우쭐댄다. 소녀는 권위를 좋아하는 엘리베이터 도우미에게 소설 속 내용을 바탕으로 ‘조건’이 갖추어진다면 옥상으로 가게 해주실 수 있느냐고 부탁한다. 옥상으로 가기 위한 조건, 엘리베이터 꼭대기 층 버튼이 있으므로 그는 당황하지 않았고, 기세등등하게 떵떵거렸다. 그리고 마치 기꺼이 해준다는 표정으로 맨 위 층 버튼을 누른다.

(3) 별을 모으는 사업가 - 사장
  사업가는 '별'을 사들이고 모으는 데에 온 일생을 바친다. 별은 ‘돈’을 상징하는 것으로, 돈이 인간의 삶을 잠식하고 지배해버린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상인은 도시에서 사장으로 나오는데 역시나 소설 속에서처럼 별을 세상 제일의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커다란 통에 별을 한가득 모아놓고 그것으로 마음껏 권력을 휘두른다.




5. 돌아온 미스터 프린스, 리틀프린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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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이 된 어린 왕자를 만난다는 설정이 꽤 흥미로웠다. 어른이 되어 순수함을 잃고, 자신의 존재 가치를 돈에 맡겨버리며 하루하루 버겁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반영했다. 소녀가 처음 맞닥뜨리게 된 미스터 프린스는 직장에서 해고 당할까 봐 불안해하고, 어린 시절의 소중한 기억들은 잊어버린 실망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또한 그를 돈을 버는 기계로 만들어 버린 사장에게 오히려 감사해하며, 소녀를 그 끔찍한 길로 안내하는 실수까지 저질러 버린다.

  다행히 소녀 덕에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찾고, 자신의 가치는 돈 따위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필자는 “나는 어린 왕자야!”라는 그의 외침에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통을 깨트려 별이 사방으로 흩어지게 만든 후 그 별을 타고 자신이 너무나도 사랑했던 장미를 찾아간다. 이 장면은 돈은 삶의 목적이 아니라 삶의 중요한 가치들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만 작용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게 도착한 B612. 기대한 것처럼 싱그러운 장미의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어린 왕자 리틀프린스로 돌아온 그는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다시 터득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순수하고 인간다운 삶, 사랑이 있고 낭만이 있고 여유가 있는 삶을 살아간다.




6. 할아버지와의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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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아버지와 영원히 함께할 수 없다는 사실에 크게 실망한 소녀는 소설로 허황한 꿈을 심어주었다며 할아버지에게 잔뜩 화를 내곤 사라진다. 하지만 곧, 마음 속에서 늘 함께한다는 ‘믿음’이 있다면, 할아버지를 더이상 눈 앞에서 볼 수 없을지라도 함께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할아버지와 눈물의 화해를 하며, 손수 책으로 만든 <어린왕자>를 할아버지에게 선물해준다. 동심의 세계로 초대해 준 할아버지에 대한 감사함과 할아버지를 속상하게 만든 것에 대한 미안함의 표시로 말이다. 

  소녀는 할아버지와 평생을 함께할 수 없기에 눈물 흘릴 것을 각오해야 한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길든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평생을 외로워하며 살진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소녀는 언제나 마음 속에 할아버지를 간직하고 있을 테니까. 




7. 소녀를 이해하기 시작하는 엄마

  너무 갑작스러운 엄마의 행동 변화에 사실 의아하긴 했다. 인생계획표를 강요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할아버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소녀와 밤에 별을 보면서 다정한 대화를 나누며 가족의 삶을 되찾은 점이 조금 놀라웠다. 아마 어린 왕자와 함께 진정한 삶의 가치를 찾아 나서기 시작한 소녀가 엄마에게 그 가치의 중요성을 몸소 보여준 덕택이 아닌가 싶다. 소녀와 갈등하면서 자신의 욕심대로 행동한 것에 회의감이 들고, 소녀가 할아버지를 향해 빗속을 달려가는 것을 보고 우정의 소중함을 무시한 것에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순간순간의 감정들이 모여 엄마의 비뚤어진 가치관에 변화가 찾아왔다.

  끝끝내 아버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점이 참 아쉬웠다. 하지만 적어도 엄마는 잘못을 깨닫고 딸을 대하는 태도가 긍정적으로 변했다는 점에선 매우 흡족했다.







언젠가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어른이 되는 게 너무 싫고, 평생 어린아이로 살고 싶다.’고
현실이 대체 뭐길래 꿈 깨고 현실을 따지라고 하는 것이며, 누가 나의 현실을 멋대로 정해놓은 걸까. 나의 현실은 현실로 인정받을 수 없는 걸까. 어른이라는 이유로 돈을 따지기 시작하고, 순수함을 잃어가야 한다면, 그리고 내가 원망했던 어른, ‘저렇게 되지 말아야겠다.’ 생각한 어른이 되어야만 한다면, 차라리 어른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과연 사회적 지위, 명예, 돈과 같은 것들만이 중요한 것일까? 10대 때도, 20대가 되어서도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세상에 발을 디딜 때마다 마음에 상처투성이로 가득했다. 그때마다 나를 다시 일어서게 한 건 놀랍게도 어린 시절의 나였다. 외부적 요인으로부터 벗어나 오직 나의 소중한 내면적 가치들에 관심을 두던 어린 시절의 나 말이다. 종종 어린 시절 사진을 들여다보며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가곤 한다. 그리고 어린 내게 이렇게 말해준다. "지금의 내가 본 너는 굉장히 사랑스럽고 소중한 존재야. 그러니까 혹여나 나중에 힘들고 아픈 일이 있더라도 너는 그런 존재라는 것을 잊지마. 다른 사람은 몰라도 지금의 나는 너를 많이 아껴주고 사랑해주고 있으니까 울지마. 혹시나 내가 무너져가는 모습이 보이거든 날 불러세워서 널 바라볼 수 있게 해주렴. 오늘은 잠깐 잊고 있던 너를 다시 만나서 기쁜 날이었어. 고마워."

기억하자. 우리도 한때 모두 어린이였다는 것을.
그리고 마음속에 간직하자.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세상을 볼 줄 아는 어린이를.
또 명심하자. 어린이도 생각할 줄 알고, 이 세상에 태어나 행복하고 자유롭게 살 권리가 있다는 것을.

“어른이 되는 것은 문제가 아니야. 어린 시절을 잊어버리는 것이 문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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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네이버 영화 - 어린 왕자


[정선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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