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피아노 선율이 들려주는 행복한 이야기 -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선우예권 piano

글 입력 2016.01.09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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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선율이 들려주는 행복한 이야기
-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선우예권 piano -
(2016.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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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알리듯 선우예권의 연주는 당차고 희망찼다. 싱그러우면서도 부드러운 선율이 이어지는가 하면,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축제의 장이 열린 듯 화려하고 다채로운 연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관객들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어 보낸 그의 얼굴이 기억에 남는다.

피아노 위를 훨훨 춤추듯 날아다니는 손과 피아노 선율 속에 빨려 들어가 마치 선율과 하나가 된 듯 몰입한 표정, 그리고 음의 세기와 높낮이에 따라 움직이는 고개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음악을 통해 행복을 전하고 싶다는 그의 마음이 내 가슴에 온전히 전해졌다. 그의 연주를 듣고 있으면 온 몸에 소름이 끼치고, 마음을 울려 눈가가 촉촉해진다.







1. 알프레드 그륀펠트 ‘박쥐’ 서곡에 의한 패러프레이즈 ‘빈의 저녁’, Op.56
 Alfred Grünfeld Concert Paraphrase ‘Soirée de Vienne’ from ‘Die Fledermaus’, Op.56

연주의 시작을 알리는 첫 곡 '빈의 저녁'은 졸졸졸 흐르는 시냇가 주위를 산책하는 모습을 상상하게 했다. 부드러우면서도 생동감 있는 선율은 흐르는 시냇물을 연상케 했고, 주위를 행복하게 거닐며 내일은 또 어떤 즐거운 일이 펼쳐질까 기대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리고 꽃망울이 터지며 꽃들이 아름답게 피어나는 모습도 연상됐다. 공연의 첫 곡으로 삼기에 안성맞춤이라 생각한다.


2.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제10번 C장조, K.330
 Wolfgang Amadeus Mozart Piano Sonata No.10 in C Major, K.330

개인적으로 네 곡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다. 이 곡을 듣는 동안 머릿속에 한 편의 동화가 펼쳐졌다.

당차고 즐거운 선율과 함께 작은 꼬마 아이가 신나게 뛰어다닌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돌아가신 할머니와의 추억이 담긴 장소를 발견한다. 그리고 음악은 쳐지기 시작하고 우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이는 슬퍼하고 울먹인다. 아이는 할머니와 함께 했던 순간들을 추억하며 곱씹어 본다. 할머니와의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니 다시 기분이 좋아진다. 이제 할머니는 계시지 않지만 그래도 괜찮다. 함께했던 나날들이 행복했으니까. 연주는 다시 생동감 넘친다. 아이는 다시 기쁘게 뛰어다닌다. 아까보다 더 높이 뛰어오르기도 하고, 덤블링을 하기도 하고, 토끼를 잡으려 쫓아다니기도 한다.
꼬마 아이가 계속 행복했으면 좋겠다.
 

3.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피아노를 위한 페트루슈카 
 Igor Stravinsky Petrushka for Piano
 Russian dance
 In Petrushka's cell
 The shrove-tide fair

프리뷰에서도 언급했듯이 다른 곡들과는 달리 이 곡은 이전에 강의를 통해 접해본 적이 있다. 물론 당시에는 발레 음악이었기 때문에 피아노를 위해 작곡된 이 곡과는 차이가 있을 것이란 생각은 했다. 예상은 했기에 마음의 준비가 됐다고 여겼지만, 처음부터 강렬하고 웅장하게 시작하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오케스트라 소리만큼 풍부한 느낌을 피아노 한대로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참 대단했다. 앞서 들은 곡들은 연주자의 부드러운 연주를 느껴볼 수 있다면, 이 곡은 힘있는 연주를 느껴볼 수 있었다.

또한 음의 세기가 자유자재로 변하여 작아졌다가 커졌다가를 반복하고, 피아노 건반의 왼쪽 끝부터 오른쪽 끝까지 다양하게 사용함으로써 화려한 축제의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마치 여러 곡이 연결되어 하나의 곡이 완성된 느낌이 들었다. 


4. 모리스 라벨 피아노를 위한 라 발스
 Maurice Ravel La Valse for Piano

초반은 우울하면서도 모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잿빛 구름 속을 날아다니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그러다 이내 하늘이 맑고 깨끗해지면서 밝고 명랑한 소리가 이어진다. 그러다 땅으로 내려와 숲 속을 여행하기 시작한다. 다채롭고 생명력 넘치며 화려한 연주는 숲 속에서 커다랗고 작은 여러 동물들과 뛰노는 듯한 느낌이 든다. 묵직한 소리는 큰 동물들의 발자국 소리와 같고, 가벼우며 발랄한 소리는 새들의 지저귐, 다람쥐의 종종 거리는 발걸음 같았다. 피아노 건반 위를 동물들이 춤추며 거니는 것만 같았다. 악상은 점점 고조되다가 절정에 치달았을 때 마무리된다.







선우예권의 연주는 이미 여러번의 입상으로 증명됐지만, 직접 들어보니 역시 괜히 대단한 피아니스트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본 공연이 끝나고 공연장은 환호와 박수갈채로 가득했다. 그리고 3개의 앵콜곡이 이어졌고 역시나 모두 훌륭한 연주였다.

하지만 공연을 보는 동안 아쉬운 점이 있었다. 바로 관람객들의 태도와 어셔 근무 태도였다. 지각한 관람객들 때문에 공연이 어수선해졌고, 몇몇 관람객들이 가방을 열고 닫기를 반복하는 등 감상에 방해되는 행동을 반복했다. 피아노 연주는 특히나 고요한 상태에서 선율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한데, 기분이 별로 안 좋았다. 이 공연을 위해서 연주자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연습 했을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좋은 공연은 훌륭한 연주도 물론 중요하지만, 성숙한 관람객들의 태도와 현명한 어셔 근무 태도까지 갖춰져야 비로소 완성되지 않을까? 다음 공연 때는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어 연주자에 대한 예의를 갖췄으면 좋겠다.







2016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1. 5/26 (목) 오후 8시  :  Tribute to Schubert
  2. 6/9 (목) 오후 8시 :  피아니스트의 왼손, 그리고 초절기교
  3. 9/8 (목) 오후 8시  :  프로코피예프 x 전쟁소나타
  4. 12/15 (목) 오후 8시  :  피아노 듀오 with 앤-마리 맥더모트

02-6303-1977



[정선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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