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영문학의 역사Ⅳ:(2)소설의 등장[문학]

신고전주의 그리고 고딕문학(2) The Rise of the Novel
글 입력 2015.12.28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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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학의 역사Ⅳ

신고전주의 그리고 고딕문학(2)
The Rise of the Novel

1713 – 1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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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0년대 초, 영국에는 새로운 문학열풍이 불었다. 전 세기까지의 주류 장르가 드라마였다면 이제 그 자리는 소설이 대신하게 된다. 하지만 소설이 갑자기 어디선가 튀어나온 것은 아니다. 소설은 영국 문화 성장의 상징이자 드라마의 빈 자리를 채울 수단이기도 했다. 이번 오피니언에는 영문학에 대해 관심이 없던 사람이라도 한번 쯤 들어봤을 대표적 소설가들이 등장하니, 어떻게 소설을 중심으로 한 영국 문학이 발달하기 시작했는지 흥미를 갖고 읽어보도록 하자.  



소설, 새로움(Novella)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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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세기 산업혁명으로 인해 영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막대한 부를 축적해간다. 산업혁명과 함께 성장한 중간계급들 사이에서 자본주의적 개념이 발달하였고, 이러한 사회경제적 여유로움 속에서 인쇄술이 더욱 보편화되며 많은 사람들이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되었다. 그 가운데 특히 중산층 여성들을 타겟으로 하는 문예수요가 증가했고, 자연스레 독서계층이 확대되는 결과를 낳았다. 1737년의 공연허가제는 드라마의 침체기로 이어져 대중에게서 멀어졌다. 이 때, 행동(Act)중심의 드라마를 대신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소설’이다.

 소설(Novel)은 인물·사건·배경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를 담았다. ‘novella(새로움)’이라는 의미의 소설은 새로운 사건, 특히 사실적인 사건에 관해 쓰였기 때문에, 초기 소설은 주로 사실주의적인 경향을 띠었다. 또 새로이 독서층에 편입한 여성들에게 사회적·문화적 실태를 알리고 교육하기 위한 계몽주의적 성격의 글도 다수 쓰였다. 즉, 소설은 신흥 중산계급인 부르주아의 대표적인 표현 양식으로 자리 잡으며, 특히 영국이 유럽의 새로운 장르를 주도했다는 점으로 큰 문학사적 의의를 갖는다.



애프라 벤
[ Aphra Behn, 1640-1689 ]

이 시기 저널리즘의 발달과 함께 ‘작가’는 전문직으로 격상하였는데, 그들의 주 고객층은 여성독자들이었다. 초기의 여류소설 작가인 애프라 벤 또한 여성독자들을 대상으로 여성의 권리와 성적 자유를 강조한 계몽적 소설을 써냈다. 특히 그녀의 가장 유명한 소설 《오루노코》는 영국 최초의 철학소설로 노예매매와 식민주의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소 논쟁의 여지가 있던 그녀의 소설은 당시의 남성 주도적 문학계에서 배제되었다.



 처음 소설이 쓰이고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소설은 비평가들의 인식 밖의 문제였다. 그러나 중류층 여성독자들의 수요가 급증하며 영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걸쳐 거대한 수의 여성독자층이 형성되었다. 이렇게 여성에 의해 쓰이고, 또 여성에 의해 읽히던 소설작품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남성작가들에 의하여 그 지위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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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디포
[ Daniel Defoe, 1660 - 17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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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널리스트이자 소설가였던 디포의 소설 《로빈슨크루소, 1719》는 1인칭 해설자 기법을 사용하여 인간의 정신력을 찬미한 생존 우화로, 로빈슨 크루소는 섬에 새로운 왕국을 세워 부강한 나라로 성장시켰다는 점에서 백인 유럽 사회의 신흥 자본가를 상징한다. 다니엘 디포는 작품 속에 자신의 경험과 시대의식을 반영하였는데, 특히 신세계와 새로운 사상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또 대부분의 18세기의 많은 사실주의 소설들이 삶의 부정적인 면모를 극명히 드러낸 것과 대조적으로, 디포는 애써서 일궈내야 할 삶의 가치를 해피엔딩을 통해 드러내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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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너선 스위프트
[ Jonathan Swift, 1667-17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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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 읽어 봤을만한 스위프트의 유명한 소설 《걸리버 여행기, 1726》는 다들 어릴 적 아동소설로 읽어봤겠지만 이 작품은 본래 풍자소설이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소인국 이야기는 소설의 네 개의 파트 중 첫 번째에 해당한다. 삶에 대한 스위프트의 비관적 관점과 시대적 풍조에 대한 우려는 크기의 문제, 지식의 무의미함과 인간의 불결함이라는 줄거리로 드러난다. 작품 전체를 통해 종교·정치·인간·과학 등 광범위한 대상에 대한 당대 지식인들의 현대적이고 통렬한 비판의식을 엿볼 수 있다.



 영국의 출판업자였던 사무엘 리처드슨(Samuel Richardson)은 인쇄물로 중류층 여성들을 대변할 수 있다고 여겼으며, 편지의 형태로 서술되는 서간체(epistolary) 소설을 발표했다. 그의 대표작 파멜라《Pamela, 1740》는 가난하지만 착한 시대적 여성영웅의 전형으로, 좋은 아내의 본보기가 되는 여성상을 나타냈다. 뿐만 아니라 남성을 위해 희생하거나, 또는 남성에게 희생당하는 여성의 모습을 소설 속에 고정하였다. 따라서 너무 인위적인 해피엔딩과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과도한 도덕성 때문에 많은 여류소설가들의 비판을 받았다.

 이 시기를 대표하는 또 다른 소설가로는 헨리 필딩(Henry Fielding)이 있다. 주로 여성적인 심리를 다루었던 사무엘 리처드슨과 반대로, 필딩은 주로 남성적인 심리를 작품 속에 드러냈다. 즉, 그는 영웅들이 겪는 경험들과 영웅적 성격의 형성방법을 강조했다. 리처드슨의 《파멜라》를 패러디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필딩의 대표작 《Joseph Andrews,1742》는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고 삶의 기쁨에 집중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영국 희극 소설의 전통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18세기 후반의 소설: 더 새롭게, 더 다양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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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50년에 이르기까지, 초기 200년 동안 내러티브(Narrative)형의 소설들은 많은 기법들을 접목함으로써 다양한 주제와 문체들을 발전시켰다. 그러나 사무엘 리처드슨과 헨리 필딩 이후 소설에는 더 다양한 장르가 생겨났고, 다음 50년 동안 소설은 더욱 새롭고 다채로운 경향으로 변모하였다.

 먼저 여류소설가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소설장르는 여성적 경험과 관점에 맞추어 서술되어 주 소비층이던 여성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남성 우월적이고 여성의 희생을 강요하던 사무엘 리처드슨의 《파멜라》에 반하는 시각의 소설들이 집필되었는데, 여성은 이제 그 역할을 바꾸어 남성을 노예로 삼거나 희생시키기도 하였다. 이러한 여류소설가들로는 Sharlotte Lennox, Eliza Haywood, 그리고 헨리 필딩의 누이 Sarah Fielding이 있었다.

 소설의 3요소인 인물·사건·배경에 더욱 집중하여 기법적인 면에서 더욱 성장한 시기였다. 로렌스 스턴(Laurence Sterne)은 영문학 사상 의식의 흐름 기법을 최초로 소설에 도입하였다. 그는 희극소설 《Tristram Shandy》에서 전통적인 플롯구성(처음~중간~끝)을 변화시킴으로써 자신만의 Plot line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공포파 소설가 호레이스 월폴(Horace Walpole)은 중세시대의 성을 배경으로 유령과 실종사건 등을 다루는 공포소설을 탄생시킴으로써 당대의 고딕 양식에 큰 유행을 일으켰다. 단순히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나 도덕적 교훈을 제공하는 기존의 목적을 넘어서, 이제 소설은 독자의 흥미위주로 쓰이기까지 발전한 것이다.



소설이 주는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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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야흐로 소설속의 시대다. 소설은 아직까지도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소설을 기반으로 한 문화산업은 이것을 찾는 사람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며 전 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해왔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이제는 인쇄과정 없이 웹상에서 쓰인 인터넷 소설이 영화로 개봉되기도 한다. 더 오래 전부터 존재하던 시나 역사서가 예전만 한 인기를 누리지 못하는 현대에도 오직 소설만큼은 밀려나지 않고 우리 가까이에 남아있다. 
 
 하지만 몇 세기 전만 하더라도 소설은 세상에 있을 수 없는 사건을 그린, 그저 여자들이나 읽는 글이었다. 그 허구성으로 문학계에서 무시당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여성 독자들에 대한 남성 작가들의 억압을 내포하기도 했다. 가정에서 소설로 세상을 배울 수밖에 없던 이 시기 여성들에게 소설을 통해 ‘그저 순한 여자가 제일이다’는 교훈을 주고자 한 리처드슨. 당연한 듯 여성들을 세뇌시킨, 빗나간 ‘계몽’이었다. 그러나 가장 불공평한 이 자리에서 여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여성독자를 위한 장르였기에 그들을 대변하는 문학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19세기 중반부터 시작되는 페미니즘 문학이 주로 소설을 통해 나타나는 것 또한 이 때문이다.

 이제는 남녀노소에게 사랑받는 주류 장르 소설. 그 허구성을 방패삼아 낼 수 있던 작은 목소리가 이룬 엄청난 변화. 여성인권의 신장으로까지 이어진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그 결과는 대단했다. 허구를 통해 현실을 실현해낸다는 점에서 소설이 가진 아이러니가 얼마나 큰 힘을 가졌는지 글을 읽으며 많은 이들이 체감해보길 바란다.



<참고문헌>
The Penguin Guide to Literature in English: Britain and Ireland, ed. Ronald Carter and John McRae (Pearson Longman, 2010) ISBN: 978-0-582-46567-1

<사진출처>
● 다니엘 디포 이미지
http://www.cosmovisions.com/Defoe.htm
● 조너선 스위프트 이미지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892710&cid=41773&categoryId=41780
● 걸리버여행기 이미지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942258&cid=47323&categoryId=47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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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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