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극 나는 꽃이 싫다

글 입력 2015.12.28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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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포터즈 6기 박진희입니다.

지난번 프리뷰를 작성했던 12월 22일 연극 '나는 꽃이 싫다' 를 절친과 함께 관람했습니다. 
극장에 도착해보니 저와 친구가 그 날 관람객중 최연소가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저희 부모님세대 관객이 많이 찾아주셨습니다.
특히 여성 관객이 많이 오셨는데 아무래도
연극의 내용이 모녀의 이야기가 소재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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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는 서초동 씨어터송이라는 작은 공연장이였는데
아기자기하고 세련된 어느 호텔방으로 꾸며진 무대세팅이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굉장히 공을 들였다는 느낌이 물씬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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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관람한 날은 
"엄마"역에 김화영 님, "딸"역에 송인성 님이 출연해주신 날이였습니다.
더구나 이날이 첫 공연날이라 긴장하셨을텐데 두 배우가 열연을 해주셨답니다!
등장인물이 오로지 2명이고, 오로지 2명의 대화로만 진행되는 연극인데
어떻게 저 많은 대사를 소화하시는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웹전단 분할 2 (2).jpg
 

다시 한번 시놉시스와 주인공소개를 짚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연극“나는 꽃이 싫다”는 도심의 한 호텔방이 배경이다. 호텔방은 열린 모습으로 관객에게 모든 것을 보여준다. 그곳에서 모녀는 서로에게 부재했던 30년의 시간을 뒤로하고 현재, 현실에서 재회한다. 그리고 갈등하고 화해하며 모녀의 관계에서 한 인간으로 인정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연극은 이 모든 과정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관객이 실시간으로 목격하게 한다. 

엄마 役(57세) 
  내겐 딸이 있다. 걸음마도 시작하기 전에 헤어졌지만 내겐 딸이 있다. 젖 한 번 물려 본 적 없지만 내겐 딸이 있다.

30년 만에 한국에 왔다. 이 땅을 떠나면서 두고 갔던 모든 것들을 찾아 볼 생각이다. 이곳에 두고 간 내 사진도 찾아야겠고, 친구도 만나야겠고, 친척들도 만날 거다. 그리고... 그 딸도 만날 거다. 이 땅이 낯선 만큼 낯선 딸. 내 딸..

딸 役(31세) 
  내겐 엄마가 있다. 같이 자 본적도 같이 목욕한 적도, 일상을 나누며 추억이라 이름 붙일 것이 아무것도 없지만 내겐 엄마가 있다.
 얼마 전 아버지의 장례를 치렀다. 그리고 외삼촌이라는 분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가 날 만나고 싶어 한단다. 엄마... 엄마와 나는 너무 다르다. 있는 집에 배운 것도 많고 미인이란다. 난 보잘 것 없이 자랐다. 지금은 남자와 동거중이다. 
내 인생이 이렇게 된 건 다 엄마 탓이다. 
엄마가 날 버렸기 때문이다.






사실 저는 공연을 관람하기 전, 이 연극의 시놉시스와 주인공 정보를 확인하면서 막연히 내용이 암울하고 철학적이고 어려울 것이라고 다소 겁먹은(?) 부분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이야기 전개 자체는 그리 복잡하지 않았습니다.
주인공들의 대사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짧은 대사, 주인공들의 찰나의 표정과 행동들이 결코 가볍게 지나칠 수 없던 연극이였던 것 같습니다.


공연사진 (4).jpg
 

시놉시스에 언급된대로, 30년간의 부재 끝에 재회한 엄마와 딸의 대화는 불편하고 어색하게 흘러갑니다. 
정말 불편함 그 자체입니다. 어색하더라도 이산가족 상봉하듯, 감격스럽고 반갑게 서로를 맞이 할 수도 있을텐데
그들은 불편하게 대화를 이어갑니다.
딸의 사소한 행동과 버릇에 대해 이것저것 '지적'하는 극 중의 엄마의 모습은
여느 엄마들과 다름없는 모습인듯 보이지만
한편으론 그저 자신과 다르게 살아온 딸에 대해 못마땅한 마음을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딸도 그런 엄마에게 그렇게 친절하진 않았습니다. 
엄마의 잔소리에 대해 그다지 귀담아 듣지 않는 모습이 저를 포함한 수많은 딸들의 모습과 겹치지만
마치 남의 옷을 입은 것처럼 견디기 힘들고 낯설어합니다.





기억나는 장면이 여러가지 있어 참 많은 생각이 들었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몇가지만 언급해보려 합니다.
첫번째로, 딸이 “30년이나 지났어요. 전화 한 통도 힘들었어요? 편지한통이라도?”라고  절규하자,
엄마는 “기다렸다. 스스로 용서할 수 있을 때까지.”라는 말로 대답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저는 이 장면 전까지는  극 중의 엄마가 너무 매정하다고 느꼈습니다. 
제가 아직은 어리고 아직은 '딸'이기 때문인걸까요..
실제로 저런 어머니가 많이 있는 걸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습니다.
하지만 곧 이 장면을 통해 엄마의 태도와 마음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하나뿐인 딸을 두고 가는 마음이 얼마나 아프고 미안했을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스스로도 용서가 되지 않았을 시간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장면이였습니다.

두번째로, 그래도 꼭 버리고 떠났어야 했냐는 딸의 물음에
25살이 그 상황에서 그 나이에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었겠냐는 엄마의 대사도 인상적이였습니다.

가정을 책임지않는 남편과 지긋지긋한 가난 속에서 굳은 의지를 가지고 살아가는게 쉽지않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제가 앞서 언급했듯, 저는 아직 딸이기 때문에, 극중의 딸의 대사가 대부분 와닿았는데
엄마의 대사를 듣고 물론, 버리고 떠난 행동 자체는 잘했다고 할 수 없지만 저도 그 상황이였다면  할 수 있는 선택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불편하지만 솔직하고 힘겨운 모녀의 대화 끝에, 마침내 서로를 포용하고 한 걸음 더 다가가는 마지막 장면이 생각납니다. 엄마도 딸의 힘겨웠던 성장기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딸도 엄마의 그런 모습에 고맙다고 하는 장면은 지금까지의 대화에서 느꼈던 불편함이 싹 가라앉는 듯 했습니다.





극작을 맡은 김수미 작가는 “우리의 인생에 후회가 남는 부분이 있다면 남은 시간 속에서 그 후회를 고쳐나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합니다.
비록 30년의 부재가 있었지만 결국 재회의 시간을 통해 엄마와 딸은 상처를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었던 것처럼,
자신이 과거에 저지른 과오, 엉켜버린 관계들도 솔직하게 마주보고 진심을 다해 풀어나가려 노력한다면
우리의 인생은 조금 더 보람차고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어머니와 함께 보러 가실 것을 강력하게 추천해 드리며 이번 리뷰를 마무리 하겠습니다.





<상세정보>

공 연 명 : 연극 『나는 꽃이 싫다』

기    간 : 2015년 12월 22일 (화) ~ 2016년 3월 13일(일)

공연시간 : 화,목,금 8시 /수 4시/ 주말·공휴일 4시 (월 쉼)
               *2016년 1월 1일, 2월 7일, 8일 쉼

장    소 : 소극장 씨어터 송 (2호선 서초역 7번 출구)

제    작  : 극단 그룹 動·시대

관 람 료 : 전석 30,000원

예    매 : 인터파크티켓 (154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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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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