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 '대니콜린스'를 통해 본 대중스타, 그들의 숙명 [문화전반]

스타 없는 팬은 존재할 수 없고 팬이 없는 스타는 존재할 수가 없다.
글 입력 2015.12.21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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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날아오를수록, 밑을 보는 것이 두려워지고, 
높이 날아오를수록, 떨어질 때는 그만큼 더 아플 수밖에 없다.
 
이는 '대중스타'라는 존재를 두고 떠올린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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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모 음악평론가님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굉장히 유명한 한 외국 가수가 있는데, 한국에서는 약물을 구할 수 없어 내한 공연을 할 수가 없다고 했답니다.”

실제로 많은 대중스타들이 약물이라는 일종의 도피 수단에 기대고 있다는 사실을 단 적으로 보여준 이야기이다. 화려함 그 이면에 숨겨진 그들의 본 모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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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대니콜린스>에 나오는 한 장면이 있다.
 
‘귀염둥이’라는 노래가 대대적인 히트를 치며 전 국민 모두가 아는 대중스타로 떠오른 대니콜린스(알파치노). 그러나 그 후 30년 동안 단 한 곡도 쓰지 못했던 그가 드디어 진정 자신이 원하는 곡을 쓰게 된다. 그리고 이 곡을 하루 빨리 팬들 앞에서 공개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리고 드디어 신곡을 발표하는 현장에 도착한 대니콜린스.

팬들에게 새로운 곡을 선보이려고 하는 순간, 어디선가 한 팬의 외침이 들린다. “귀염둥이 불러주세요!” 그 외침은 곧 팬들의 커다란 목소리로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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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콜린스는 한동안 멍해진다. 그토록 선보이고 싶었던 자신의 새로운 곡을 부를 것인가, 팬들이 원하는 곡(자신을 스타로 만들어 준 곡이지만, 사실 그 곡을 부르는 대니는 전혀 행복하지 못하다.)을 부를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흔히 감동을 이끌어내기 위한 영화라면, 대니콜린스는 자신이 만든 노래를 불렀을 것이고, 그 노래에 팬들이 환호해주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니가 마이크를 집어 들고 부른 노래는 자신의 신곡이 아닌, ‘귀염둥이’였다. 왜 그는 그토록 부르기 싫었던 ‘귀염둥이’를 부른걸까.
 

대니콜린스는 스스로 ‘대중스타’임을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타란 사람들이 꿈꾸는 ‘워너비’이자, 대중이 가지고 있는 욕망을 만족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사람들이 매력적인 스타에 열광하는 이유는 자신의 ‘현실의 모습’을 잊고 스타를 통해서 그들이 ‘원하는 모습’을 꿈꿀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를 통해 되고자 하는 그 무엇에 대한 간접적인 체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새로운 노래를 부르기에는 대니콜린스도 팬들도 모두 나이를 먹을만큼 먹은 것이다. 대니콜린스와 함께 나이를 먹은 팬들은 ‘귀염둥이’ 노래를 부르는 대니를 통해 그 노래를 즐기던 젊은 그 시절로 순간 돌아가게 된다. 수십 년간 대중스타로 살아온 대니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대중 스타란 결국 대중과의 접점에서 생겨나는 것이고, 대중들의 관심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는 팬들을 실망시킬 수가 없었고, 여전히 '대중스타'인 그는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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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노래를 부르지 못한 채 돌아온 대니콜린스는 홀로 방에서 술을 마시고 약에 빠지며 다시 괴로워한다. 영화 <대니콜린스>는 이렇듯 ‘대중스타’의 현실을 상당히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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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없는 팬은 존재할 수 없고 팬이 없는 스타는 존재할 수가 없다. 결국 대중스타란 대중의 관심이 없다면 존재가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들에 의해 '스타'는 더욱더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 하지만 그것은 순식간에 추락하기도, 부서지기도 한다. 그렇게 가치나 인기가 떨어진 ‘대중스타’는 대중들로부터 쉽게 버려지기도 한다.
 
대중스타란 이렇듯 흑과 백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존재이기도 하다. 밝게 빛날수록 그로부터 생겨난 그림자는 더욱 짙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대중 스타는 소위 ‘추억의 스타’, 즉 ‘옛것’으로 남지 않기 위해 매 순간 대중들을 만족시켜야 하는 부담감과 압박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은 대중스타로 살아가는 피할 수 없는 그들의 숙명인 셈이다.





이미지 출처: 영화 <대니콜린스> 중에서
참고자료: 동국대학교, '동아시아와 한류 - 스타덤과 팬덤의 다이나믹스', 권두현(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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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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