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연극 [산토끼] - ‘제사’를 지낸다는 것

여러분은 부모님 제사를 지내실 건가요?
글 입력 2015.12.03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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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부모님 제사를 지내실 건가요? 취업 준비에 밤잠 설치고 있는 우리 20~30대에게 너무 먼 이야기 같은가요? 저 역시 제사를 지낸다는 것을 그리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가끔 부모님과 농담 비슷하게 “난 엄마, 아빠가 좋아하는 음식 한 가지만 올리고 제삿날 엄마, 아빠 생각하면 그게 제사 아닌가?”라고 말했던 적은 있었죠. 현재 한국 사회 역시 격식에 맞게 제사를 지내는 풍속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요. 아래의 통계자료만 보더라도,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제사상을 집에서 직접 차리겠다는 수치는 점점 감소하는 걸 알 수 있잖아요.
 

캡처.PNG
 
 
사실 아직까지 우리 부모님 세대만 보더라도, 여자들은 일명 명절증후군을 앓고 있잖아요. 즉, 여자들은 제사상 차리는 데 병까지 앓는데 반해 남자들은 앉아서 차려주는 밥만 먹잖아요. 기껏해야 밤 정도 까주시면서 생색내는 저희 삼촌들도 생각나네요.(물론 그렇지 않은 집들도 분명 있겠죠?) 그렇다면 우리는 꼭 제사를 지내야만 하는 걸까요? 그렇다면 이렇게 힘들고 번거로운 제사를 우리는 왜 계속해서 지내왔던 것일까요? 연극 [산토끼]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하게 해줘요.


명절증후군.PNG
 
 
연극 [산토끼]는 김씨 4대조가 저승에서 평화롭게 일상을 지내는 것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요. 시간 배경만 저승으로 바뀌었을 뿐, 그들의 생활 역시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죠. 다만, 그들은 매번 자손들의 제사상을 기다리는 낙으로 일상을 보내죠. 그러던 어느 날 자손들은 이제부터 모든 기제사를 지내지 않고, 명절에 한 번 차례를 올리겠다고 결정해요. 김씨 4대조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죠. 더구나 4대조가 묻혀있는 선산을 팔아, 후손들은 유학자금을 대고, 유골은 화장을 하겠다고 하죠. 연극은 제사를 지내지 않는 세태를 풍자함과 동시에 현재 너무 격식에 얽매인 제사 풍속도 함께 비판해요. 또한 제사를 지냄으로써 우리가 어떻게 죽은 가족들을 추억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지고 있어요.
 

가래떡.PNG
 

이 질문을 가장 집약해서 보여주는 장면이 ‘떡’을 먹는 장면이에요. 지금이야, 쌀을 방앗간에만 맡기면 떡을 손쉽게 만들 수 있고, 심지어 빵을 팔 듯 떡을 파는 체인점도 많아 간편하게 떡을 먹을 수 있지만, 그 옛날 떡을 만들어 먹는다는 건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어요. 우리 조상들은 죽은 가족들을 위해 정성스레 떡을 만들며 그 속에서 죽은 가족을 추억했을 거예요. 연극은 그 지점을 강조해서 보여주고 있고, 그래서 극 중 4대조 할아버지는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떡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주죠. 결국 떡은 이승의 자손과 저승의 조상을 연결시켜 주는, 혹은 가족들을 이어주는 매개체라고 볼 수 있죠.
 
연극 [산토끼]는 판소리, 민요 등 우리 내 가락을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우리 조상들의 감정을 북소리에 맞춰 판소리로 표현하는 대목은 판소리에 관심이 많지 않는 저도 가슴을 아리게 했어요. 물론 배우들의 연기는 무척이나 훌륭했어요. 특히 1대조 아버지(심원석)역 배우의 술에 취한 연기는 너무 자연스러워 연극 내내 저를 웃게 해 주었고, 3대조 작은할머니의 억척스러움은 한층 과장되어 웃음을 자아냈죠.
 
물론 연극을 보며 아쉬움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에요. 객석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뒤 늦게 시간에온 관객들은 자리 잡는 불편함이 있었죠. 물론 극중 참새로 등장하는 배우 분들이 열심히 마련해 주시기는 했지만 미리 자리를 정리해 놓았으며 하는 작은 아쉬움이 있었어요. 또한 연극 내내 자손들이 제사를 지내지 않는 것에, 대해 계속 ‘요즘 세상이 그래요’ 라는 반복적인 대사는 문제의식을 뭉뚝하게 만들어 버렸어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왜 요즘 세상이 제사를 지내지 않는지에 대해 다루었다면 좀 더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표현할 수 있을 거예요.
 
나와 가까운 사람, 심지어 가족이 죽는다는 어떤 느낌일 까요? 아직 전 상상조차 못 하겠어요. 하지만 분명한 건 우리는 언젠가 가족과 이승과 저승을 사이에 두고 헤어지게 되겠죠. 그리고 시간이 지나 우리는 각자가 사는 공간에서 어느 순간 서로를 잊은 채 살아가겠죠. 매번 죽은 이를 기억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일 거예요. 다만, 죽은 이가 이승과 작별한 날, 이승에 살고 있는 우리가 저승에 살고 있는 그들을 추억하는 날이 제사가 아닐까요? 우리가 그들을 추억하는 데 있어, 꼭 거창한 상차림이 필요한 건 아닐 거예요. 실제로 베트남에서는 제사상 위에 초코파이를 올린다고 해요. 베트남에서는 초코파이가 귀한 음식, 혹은 죽은 이가 좋아하는 음식일 경우 초코파이를 제사상에 올리는 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해요.
자신에게 있어 가족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싶은 분들께 이 연극을 추천 할 게요. 공연은 12월 6일까지이고, 공연 장소는 대학로 연극 실험실 혜화동 1번지(혜화역 4번출구 10분 거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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