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 굿 윌 헌팅 [시각예술]

‘부모’가 되어준 숀 맥과이어와의 소중한 만남
글 입력 2015.12.0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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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윌 헌팅 – ‘부모’가 되어준 숀 맥과이어와의 소중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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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사람으로부터 관심과 지지와 사랑을 받지 못한다면 아무리 좋은 재능을 갖고 있어도 그것이 밝게 빛날 수 있을까?

주인공 ‘윌 헌팅’은 천재적인 두뇌를 갖고 태어나 그 누구의 도움 없이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두루 섭렵했고, 특히나 수학에 있어서 우수한 재능을 나타낸다. 하지만 그 뛰어난 재능을 활용할 수 있는 일을 하기보다, MIT에서 청소부로 일을 하거나 건설 현장의 노무자로 살아간다. 그리고 대부분의 시간을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폭행을 일삼는 데에 쏟곤 한다.

어느 날 친구들과 야구 경기장을 나와 점심을 먹으러 가던 중, 유치원 때 자신을 팼다던 남성을 발견하곤 친구들과 같이 그 남성과 남성의 무리에 있는 사람들을 폭행했다. 그 결과 윌은 감옥에 갇히게 된다. 그러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MIT의 램보 교수의 보호 아래 감옥에서 나오게 되었다. 램보 교수는 윌이 복도 칠판에 적어놓은 어려운 수학 문제를 척척 풀어낸 것을 보고 그의 재능이 낭비되지 않게 하고 싶었다. 램보 교수는 윌이 감옥에 서 나올 수 있는 대신 2가지 사항을 지켜줄 것을 요구했다.

1) 자신과 함께 더 어려운 수학 문제를 증명하는 시간을 가질 것.
2) 심리 치료를 받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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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은 이에 동의했고, 램보 교수와 수학 문제를 푸는 시간을 갖고 심리 치료도 받았다. 그러나 문제는 만나는 심리 치료사마다 그를 포기하곤 한다는 것이다. 심리 치료사에게 험담을 한다든지 심리 치료에 장난스럽게 임하면서 심리 치료를 받길 거부했다. 램보 교수는 고민 끝에 그의 대학 친구 숀 맥과이어를 찾아가 윌을 부탁한다.그리고 숀은 이전의 상담사와는 다르게 윌을 대했고, 점차 윌은 변화하기 시작한다.

과연 숀은 어떻게 대해줬을까?
 




1. 실제 삶에서의, 진정한 경험의 중요성 알려주기

늘 그랬듯 윌은 숀과의 첫 만남에서 숀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다. 윌은 숀의 방에 있는 책들은 읽을 가치가 없는 것들이라며 무시했고, 숀의 그림을 보며 그의 죽은 아내와 관련해 멋대로 판단해 버리고 모욕적인 말을 퍼부었다. 이에 숀은 윌의 목을 조르며 자신이 너무나도 사랑한 아내를 모욕한 것에 분노를 표출한다. 그리고 일주일 후 윌을 호숫가에 데려가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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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지적이고 자신감이 넘치는 애가 아니야. 오만에 가득찬 겁쟁이 어린이일 뿐이지. 네가 얼마나 힘들게 살았고, 네가 뭘 느꼈고 어떤 애인지 올리버 트위스트만 읽어보면 다 알 수 있을까?”

윌은 실제 삶이 아닌 '책' 속에서 사람을 배우고 세계를 배웠다. 직접 느껴보고 경험해 본 당사자가 아니면서 책 속에서 읽었다는 이유로, 함부로 상대방의 인생에 대해 그리고 상대방의 소중한 사람에 대해 멋대로 판단하고 때로는 난도질해 버리기도 했던 것이다. 윌은 책이 아니라 실제 삶과 더 친해져야 할 필요가 있었다.

숀은 윌에게 자신의 아내와의 첫 만남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전설로 남은 야구 경기를 보러가지 않고 술집에서 만난 지금의 아내와 이야기하기를 선택했다는 숀의 말을 듣자, 윌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아내와의 20년 결혼 생활을 결코 후회하지 않고, 아내의 병간호를 했던 시간 모두 그에게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그동안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하게 여겼던 것을 제치고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 함께 한 시간들이 결코 후회스럽지 않은 것이 바로 진정한 사랑임을 윌에게 가르쳐주었다. 





2. 마음의 문을 열어주기

윌은 한 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하길 꺼려했다. 자신이 어떤 말을 꺼낼까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이런 윌에게 숀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선 네 스스로에 대해 말해야 돼. 자신이 누군지. 그렇다면 나도 관심을 갖고 대해주마.”

윌은 자신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고 같이 고민해 줄 사람을 그동안 만나지 못했다. 그래서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해야 하는 순간들이 익숙하지 않았고 그런 순간들을 애써 거부하곤 했었다. 하지만 숀은 그의 이야기 하나하나 소중히 생각하며, 그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결코 보채지 않았고 윌이 말하고 싶어할 때까지 기다려줬다. 그 결과 윌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숀은 윌이 좋아하는 여학생 스카일라에게도 마음의 문을 열도록 도와줬다. 윌은 스카일라와의 첫 데이트 이후 전화를 하지 않은 이유가 스카일라는 지금 자체로 완벽한데 이미지를 망치기 싫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숀은 다른 입장을 내놓는다.

“반대로 완벽한 네 이미지 망치기 싫어서겠지. 평생 그런 식으로 살면 아무도 사귈 수 없어. 너도 완벽하진 않아. 네가 만났다던 그 여자 애도 완벽친 않아. 중요한 건 과연 서로에게 얼마나 완벽한가 하는 거야.”

자신의 똑똑하고 지적인 모습 외에 아픈 과거가 드러나거나 돈이 없는 자신의 삶이 구질구질하다는 것이 보여지면, 스카일라가 자신을 떠날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자신을 꽁꽁 싸매고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 마냥 거짓말로 자신을 포장해버리곤 했다. 이렇게 해서는 관계에서의 진전이 있을 수가 없다. 자신의 진실된 모습, 진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이상 결코 진정한 만남과 진정한 교류는 있을 수 없다.





3. 타인의 시선이 아닌 윌의 시선으로 바라봐주기

램보 교수는 숀에게 윌이 얼른 자신의 미래를 올바르게 설정할 수 있도록 도우라고 보챘다. 아까운 재능이 낭비되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램보 교수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타인의 시선에서는 윌의 뛰어난 두뇌가 사회에서 의미 있다고 여겨지는 곳에 쓰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친구들이랑 폭행을 일삼고 단순 노동직에 근무하기에는 너무나도 안타까운 재능이라는 생각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윌의 시선이 아닌 ‘타인’의 시선에서 그런 것이다.

램보와 달리 숀은 윌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향의 제시와 조작은 다른 거야. 그 애가 원하는 건 다른 것일지 몰라. 세상에 빌어먹을 수학 수훈상보다 값진 게 많아. 그 애 스스로 원하는 걸 찾도록 시간을 주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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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믿고 지지해주기

윌은 램보 교수의 추천으로 국가정보부에서 일할 기회를 얻지만, 거기서 일하기를 거부했다. 그리고 일하고 싶지 않은 이유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고 돌아왔다. 윌은 갖가지 이유를 대가면서 램보 교수가 추천해 준 좋은 자리들을 전부 회피하고 청소부와 벽돌공으로서의 삶이 고귀하다는 것에만 집중한다. 그러자 숀이 이렇게 얘기했다.

“영혼의 짝이 있어? 널 복돋아 주는 사람 말이야. 영혼의 짝이란 네 마음을 열고 영감을 주는 존재야. 고인들은 대화나 교감을 나눌 수 없어. 넌 너무 부정적이야. 하지만 넌 뭐든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어.”

“왜 하필 MIT에서 일하기로 했지? 왜 밤에 칠판 앞에서 어슬렁대며 세계에서 몇 명만이 풀 수 있는 문제를 푼 거야? 진짜 하고 싶은 게 뭐야?”

“넌 뭘 하고 싶니? 이 간단한 질문에도 정직하게 대답하지 못해. 왜냐면 넌 모르기 때문이야.”


모든 직업은 고귀하다는 생각과 자신의 재능을 인정받고 활용하고 싶은 마음이 서로 충돌하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한 상태였다. 윌이 갈팡질팡하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선택을 응원해주고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사람, 즉 영혼의 짝이 없었기 때문이다.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계속 흔들렸고, 세상에 혼자라는 생각에 겁이 났던 것이다. 오랜 기간 너무 외롭게 지냈었다. 





5. 과거의 아픔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기

숀과 윌은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가정 폭력의 피해자였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숀은 윌의 마음을 더 잘 이해했고, 윌이 이런 아픔과 공포의 기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해줄 수 있었다.

“네 잘못이 아니야.”
“네 잘못이 아니야.”
“네 잘못이 아니야.”
“네 잘못이 아니야.”

숀은 이 말을 거듭 반복했다. 윌은 잘못하지 않았다.  윌이 잘못했기 때문에 윌의 양부가 윌을 담뱃불로 지지거나 칼로 배를 찌른 게 아니다. 폭력의 모든 책임은 가해자인 양부에게 있는 것이다. 윌이 불행했던 이유는 윌이 잘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양부가 잘못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윌은 공포의 순간들이 하필 자신에게 일어난 것에 대해 괴로워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가정 폭력의 아픔과 고통을 진정 이해해주고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 혼자서 아픔을 간직하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숀을 만나고서 그 순간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위로 받을 수 있었고, 불행한 시절을 겪은 것은 자신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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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의 도움 덕분에 윌은 새로운 삶을 얻게 됐다. 자신이 진정 원하는 일을 찾아내어 맥닐 사에 들어가기로 결정했고,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사랑하는 여자를 잡으러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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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은 윌의 ‘부모’ 역할을 해주었다. 삶을 이야기해주고, 윌을 그 자체로 존중해주며, 윌이 스스로 삶을 선택하도록 돕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힘을 불어넣어주는 부모가 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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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가족으로부터 상처받고 버림받은 기억은 미래를 향해 한 발짝 내딛지 못하게 한다. 혹여나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면 외면하지 말고 그들의 가족이 되어주자. 조그마한 관심과 격려, 존중, 사랑이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변화시킬 수 있다. 숀이 그렇게 했던 것처럼.

이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숀의 대사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Good luck, son.
상처 받은 모든 이들에게 행운이 있기를.


[정선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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