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조너던 스위프트의 "겸손한" 제안(A Modest Proposal) [문학]

빈민 문제, 겸손한 제안 하나 해볼까요?
글 입력 2015.11.23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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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athan Swift

< 겸손한 제안 > 
(A Modest Proposal)

빈민의 자녀들이 그들의 부모나 국가에 부담이 되는 것을 예방하고, 
그들을 대중에게 이익이 되는 존재를 만들기 위한 겸손한 제안
(A Modest Proposal for Preventing the Children of Poor People From Being a Burthen1)
 to Their Parents or Country, and for Making Them Beneficial to the Publick2))



A_Modest_Proposal_1729_Cover.jpg

"A Modest Proposal 1729 Cover" by Jonathan Swift 3)
 


 조너던 스위프트는 우리에게 소설 <걸리버 여행기>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소설가이기 이전에 유명한 정치평론가이기도 하다. <겸손한 제안>은 1729년 스위프트가 아일랜드에 대한 영국의 착취를 비판하며 익명으로 발표한 정치적 팸플릿이다. 그는 극도의 반어적 어조 ‘겸손한 제안’을 앞세우며 아일랜드의 비참한 현실을 고발한다. 당시 아일랜드의 상황에 감정 이입을 하기 위해서 일제 강점기를 떠올려보자. 일본은 자국민들을 조선에 이주시키기 위해 조선의 토지를 약탈했다. 또한 토지조사사업(1910)으로 농민들의 토지를 몰수, 토지를 빼앗긴 농민들은 소작농으로 전락해 빈곤한 삶을 살게 된다. 우리의 지난 아픈 역사를 떠올리며 스위프트의 겸손한 제안을 들어보자.



영국의 식민지, 아일랜드


   18세기 아일랜드 상황은 좋지 않았다. 아일랜드의 좋지 못한 상황을 따져보기 위해 역사를 조금 거슬러 올라가 볼 필요가 있다. 과거 아일랜드는 영국의 헨리 2세(1154~1189)때부터 시작된 잉글랜드의 침입을 15세기에 물리쳐 냈지만, 이후 헨리 8세는 아일랜드를 다시 정복하고 1542년에 자신을 아일랜드의 왕으로 선언한다. 이 시기부터 아일랜드에 대한 영국의 식민 통치는 본격화된다. 종교 개혁에 성공한 잉글랜드는 소위 ‘아일랜드 플랜테이션’이란 아일랜드 식민지화 정책을 펴는데, 많은 영국 국교도들을 아일랜드에 이주시키는 것이 아일랜드 플랜테이션 계획 중 하나였다. 영국은 아일랜드 국민들의 토지를 몰수해서 아일랜드에서 이주해온 개신교도들에게 토지를 나눠준다. 자연스레 이주자들은 지주층이 되었고, 아일랜드 사람들은 소작농으로 전락하였다. 또한 영국은 성공회로의 개종을 강요하는데, 페널 법(Penal Laws)의 제정으로 성공회 신자가 아니면 공직에 임명되지 못하도록 만든다. 가톨릭교도인 아일랜드인들은 당연히 국가 요직에 등용될 수 없었다.4)



빈민 문제, 겸손한 제안 하나 해볼까요?


   18세기에 이르러 영국의 수탈, 특히 지주들의 서민 수탈은 더욱 심해졌고, 아일랜드의 빈민은 점점 증가해간다. 아일랜드의 빈민들은 가뜩이나 좋지 않은 아일랜드의 상황에 국가적 불안 요소일 뿐이다. 이런 암울한 상황에서 조너던 스위프트는 아일랜드 빈민 문제를 해결할 “겸손한 제안”을 던진다. 스위프트의 제안은 어린 아이(1세)를 “높으신 영국 분들”에게 ‘식품’으로 판매하는 것이다.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받아들일 사람은 없을 것이라 믿는다. 당연히 극도의 반어법이다. 당시 영국인들의 수탈이 얼마나 가혹했으면 이런 극단적이고 냉소적인 주장을 했을까 생각해보자) 그의 주장은 꽤나 구체적인데, 그의 계산에 의하면 1년에 약 12만명의 빈민들이 태어난다. 아일랜드 총 인구수 약 150만명 중, 가임기 부부는 약 20만쌍이다. 이 20만쌍에서 자녀를 부양할 능력이 있는 3만 쌍을 제외하면 17만이 남는데, 이 17만에서 유산되거나, 출산 후 1년 내에 사고나 질병으로 자녀를 잃게 될 5만 쌍을 제외하면 약 12만 쌍이 남는다. 아일랜드는 현 상황에서 이 12만 쌍의 부부가 낳을 연간 12만명의 빈민 아이들을 책임질 수 없다. 그렇다면 스위프트의 구체적인 제안을 들어보자:



빈민은 국가의 짐


   18세기 본격적인 산업 사회의 시작은 ‘인간이 곧 국가의 부’라는 생각을 확산시킨다. 이제 인간은 상품이다.5) 하지만 12세 이전의 아이들은 ‘상품가치’가 없는 존재들이다. 이들은 제대로 된 생산 활동을 할 수 없으니, 이들의 존재는 적자만을 발생시킬 뿐이다.(도둑질도 6살은 넘어야 할 수 있다.) 가계와 국가 경제에 보탬이 안 될 바에야 어렸을 때 판매해 버린다면 이 아이들은 유용한 국가 구성원이 될 수 있다. 또한 다음과 같은 이점이 발생한다:


 
1. 가톨릭 교도의 숫자가 감소한다.
가톨릭교도들은 개신교도들의 적인데다가, 아이까지 많이 낳음으로서 빈민 증가에 기여한다. 이 제안은 너무 많은 아일랜드의 가톨릭교도 숫자를 줄여준다. (아일랜드 국민들을 개신교로 개종시키는 것이 영국의 목표인데, 이 제안은 아일랜드의 가톨릭 신자 숫자를 확실히 줄여주는 방법이다.)

2. 가난한 소작인들이 약간의 재산을 갖게 될 수 있다.
아일랜드의 가난한 소작인들은 모든 재산을 압류당한 상태이다. 이들이 아이 하나에 10실링정도를 받고 판다면 그 판매한 돈으로 압류당한 재산을 되찾고 지주에게 밀린 소작료도 갚을 수 있다. 

3. 빈민 아이들 부양 비용이 줄어들어, 국가 전체 자산이 연간 5만 파운드 증대한다.
이는 아일랜드의 화폐 순환을 촉진시켜 줄 것이며, 아일랜드에서 재배된 제품들(아마 아이를 의미하는 듯하다)이 유통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또한 세련된 미각을 지닌 “높으신 영국 분들”에게 새로운 요리를 소개할 수 있는 기회도 된다.

4. 가임 여성은 연간 8실링의 이익을 거둘 수 있다.
빈민들이 자녀를 부양하는데 드는 비용은 연간 2실링이다. 아이가 1살이 되었을 때, 10실링(고가이다)에 판매한다면 연간 8실링의 순이익을 얻게 될 뿐만 아니라 1살 이상의 자녀 부양 비용 또한 들지 않게 된다. 또한 여성들의 낙태와 사생아 자녀 살해를 예방할 수도 있으며, 벌어들인 돈으로 다른 아이를 생산하기 전까지 일하며 건강도 챙길 수 있다. 

5. 음식점의 고객이 증가할 것이다.
높으신 분들은 음식 지식으로 잘난척하기 좋아하는데, 이 훌륭하신 분들이 새로운 음식을 맛보러 자주 찾아와 음식점의 매상이 증가할 것이다.

6. 결혼에 대한 좋은 유인책이 된다.
아이를 판매함으로써 이익을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은 최고의 결혼 장려책이다. 게다가 평소에 아내 폭행을 일삼던 남편들도 그들의 ‘수입원’의 유산이 걱정되므로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왔던 아내 폭행을 그만둘 것이다.




멋진 지주가 되세요!


  아일랜드의 빈민들은 이들은 어릴 때 판매됨으로서 국가와 그들 자신을 불행함으로부터 구해준다. 가장 적합한 판매 대상은 '지주'들이다. 이 ‘식품’은 고가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지주들에게 적합하다. 이미 지주들은 (판매될)아이들의 부모를 집어삼켰으니, 이 아이들을 집어삼키는 데도 아주 적격자이다.(이미 부모를 수탈했으니 이제 아이들을 수탈할 차례이다!) 이런 멋진 요리를 대접하면 훌륭한 지주가 될 수 있다. 심지어 지주가 수탈하는 소작농들 사이에서도 인기 있는 지주가 될 수 있다. (소작농들은 가장 적합한 아이 판매 대상인 지주와 거래할 수 있지 않는가?)



가장 현실적인 주장


  물론 스위프트는 다른 제안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한다. 예를 들면, 지주들에게 세금 부과하기, 외국 제품 대신 국산품을 이용하기, 사치품 자제하기, 조국애를 실천하기, 지주들이 소작인들에 대한 자비심 갖기, 상인들이 공정한 거래를 실천하기. 하지만 그에게 이런 것들은 모두 쓸모없는 주장일 뿐이다. 스위프트는 자신의 주장은 현실적일 뿐만 아니라 비용도 들지 않으며, 영국의 비위를 건드리지도 않기 때문에 최선의 주장임을 강조하며 글을 끝맺는다. 



  아이를 영국인들에게 식품으로 판매한다는 스위프트의 주장은 전혀 겸손하지 않다. 끔찍하다. '겸손한' 이란 단어 자체부터 그의 냉소와 비판이 들어있는 것이다. 스위프트의 ‘겸손한 제안’이 끔찍하게 들린다면 스위프트는 우리에게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는 결국 영국에게 착취당하며 불행하게 살 바에야, 식품으로 팔리는 게 행복하다며 영국의 가혹한 식민지 수탈을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스위프트의 지식인 다운 사회 비판 모습이 돋보이는 글이다. 

  아일랜드의 식민지 상황을 다룬 작품들을 볼 때마다 우리 나라와 아일랜드의 역사는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한다.(아일랜드의 식민지 역사가 훨씬 길지만) 안타까운 점은 아일랜드는 기나긴 저항 끝에 결국 아일랜드 식민지에서 독립하지만 아일랜드의 토착어인 게일어(Gaelic)는 화자 수가 점점 줄어들어 사멸의 위기에 서 있다. 문득 내가 지금 이시간 '한글'을 사용해 글을 쓴다는 것에 감사하게 된다.




문화리뷰단_이슬기.jpg
 

참고


1) 고어. burden

2) 고어. public

3) 그림 "A Modest Proposal 1729 Cover" by Jonathan Swift -
Licensed under Public Domain via Commons -

4) Wikipedia "Monarchy of Ireland"
   Wikipedia "아일랜드의 역사"

5) Wikipedia "A Modest Proposal" > Economic themes > "People are the riches of a nation."

<겸손한 제안> 본문 참고
The Battle of the Books 책들의 전쟁, Jonathan Swift. Trans : 류경희. 미래사, 2003. 


[이슬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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