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건 피노 누아가 아니에요! [문화전반]

글 입력 2015.11.12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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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그건 피노 누아가 아니에요! [문화전반] 


"Ce n'est pas pinot noir", “그건 피노 누아가 아니에요.”
 
'피노 누아'를 아시나요? ‘피노 누아’란 고급 와인의 원료가 되는 포도 품종입니다. 
 

피노누아(S).jpg▲ 출처 : www.winefolly.com
 

2006년부터 2008년까지 프랑스 와인업체 뒤카세는 18,000,000병의 가짜 피노 누아 와인을 미국에 수출했습니다. 
 
결국 이 와인은 피노 누아 원액의 가격이 너무 저렴하다는 점을 이상하게 여긴 프랑스 정부에 의해, 2년 만에 진실이 밝혀지며 당시 최고의 와인 스캔들로 화제가 됐습니다. 
 
2년간 가짜 피노 누아 와인을 수입한 세계 최대 와인기업 중 하나인 미국의 'E&J 갤로'와 1800만병을 마신 미국의 소비자들은 왜 이 사실을 몰랐을까요?
 
 
GALLO-logo(S).jpg▲ 출처 : www.gallo.com

 
어떻게 ‘문제없이’ 유통되고 판매될 수 있었을까요? 
도대체 수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아무런 의심도 없이 가짜 와인을 마셨던 것일까요? 
 
맛이 이상하다는 것을 아는 극소수의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약간의 의심정도에서 그쳤을 것입니다. 
 
어쩌면 소비자들은 ‘그냥’ 받아들였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말입니다. 
 
“이렇게 비싼 와인인데”
“고급 품종의 피노 누아 포도로 만든 와인이라는데”
“그 누구도 이 와인의 맛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는데” 
 

sommelier3_1(S).jpg▲ 출처 : www.anpascuola.it
 

어쩌면 가짜 피노 누아 와인은 이런 식으로 얼렁뚱땅 1800만병이 팔렸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게 비단 피노 누아 와인만 문제일까요? 
 
문화와 예술의 범주에 속하는 모든 것들 
책과 음악, 그림과 문학, 사진부터 영화까지
 
무엇이 명품이고, 무엇이 명작이며 ‘더 좋은 것’ 일까요? 
 
 
acquavella-gallery-new-york-at-art-basel-courtesy-of-art-basel(S).jpg▲ 출처 : mikanglickyjazyk.weblahko.sk
 
 
정말 유명하다고 다 좋은 것일까요? 뛰어난 명성은 예술적 가치를 보장해주는 것일까요?

많은 이들은 ‘왜’ 라는 질문과 친숙하지 않습니다. 
합리적 의심이나 의문은 언제나 낯설고 불편한 존재입니다. 

 
butwhy.jpg▲ 출처 : 미국드라마 'House Of Cards' 中
 

사실 우리 생각보다 굉장히 자주 ‘대중은 대중의 선택을 따라가는 경향’이 짙습니다. 

개성보다는 안전해 보이는 길을 선택합니다. 
때문에 ‘이유 없이’ 좋아하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Pre-budget-report-Public--001.jpg▲ 출처 : www.theguardian.com
 

그런데 이러한 경향은 문화를 소비하는 데에 크게 작용하기도 합니다. 
 
물론 문화와 예술은 ‘이유 없이’ 좋아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감정이란 가변적이고 즉흥적인 성격이 크고, 이러한 감정과 예술은 절대 분리할 수 없는 관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본인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문화와 예술, 혹은 특정 작품에 대해 한번쯤은 객관적이고 냉철한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혹시 내가 대중의 선호에 휩쓸린 것은 아닌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 것은 아닌지 
나 자신을 속이고 있던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성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rodin_theThinker(S).jpg▲ 출처 : www.maryhillmuseum.org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어쩌면 아무런 의심 없이 맛있고 훌륭하다고 즐기고 있는 책과 음악, 영화와 미술이 2년 동안 1800만병이나 팔린 ‘피노 누아 와인’의 탈을 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타이틀나 명성에 얽매이지 않고, 이제 당신의 피노 누아를 천천히 다시 음미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김성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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