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극 "허튼 웃음" - '웃음'의 의미

허튼 : (관형사) 쓸데없이 헤프거나 막된
글 입력 2015.11.09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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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일,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11월의 첫 번째 문화초대로 
연극 "허튼 웃음"을 관람하고 왔다.


1. 포스터_허튼웃음_극단산.jpg
 

허튼 : (관형사) 쓸데없이 헤프거나 막된


 웃음(笑)에는 여러 종류가 있기 마련이다. 미소, 실소, 폭소, 냉소, 조소, 박장대소, 파안대소 이 밖에도 뭐 기타 등등. 그런데 웃음이라는 글자 앞에 '허튼'이라는 수식어는 처음 봤던 거 같다. 그러니 이 연극이 궁금해질 수 밖에. 헛웃음(마음에 없이 지어서 웃는 웃음,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는 웃음)과는 또 다른 웃음인가? 사전에 찾아보기도 하고. 연극의 제목도 호기심을 자아내는데, 극 중 극 중 극이라는 3중의 극으로 이루어진 연극이라니. 과연 어떤 식으로 이야기는 전개될 것인가 궁금했다.


2. 참고사진1.jpg
 

 극 속의 극을 표현하는 작품은 그렇게까지 낯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 속의 또 하나의 극이 더 있다는 건 작품을 풍부하게 즐길 수 있게 해주고 또 많은 호기심을 자아내긴 하겠지만, 자칫 잘못하다가는 관객이 흐름을 놓치기 쉬운 구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등장인물과 줄거리를 알고 갔음에도 처음에는 좀 어리둥절했다. 극이 순식간에 전환이 되어버리니까, 이해가 느린 나 같은 유형의 관객들에게는 더더욱 그렇게 느껴질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연극이 이 전에 보았던 연극들과 달랐던 또 다른 점은 무대의 구조였다. (관객이 바라보는) 한 방향의 무대가 아닌 (앞 뒤로 놓인) 두 방향의 관객석 사이에 무대가 놓여져 있었기 때문에, 배우가 관객들에게 등을 돌리고 연기를 펼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래서 더 당황스러웠는지 모른다. 연기를 보러 왔는데, 배우들이 얼굴을 보여주지 않고 등을 돌려서 연기를 펼치고 있으니까. 그런데 점차 시간이 지나고 이야기가 진행되니, 극에 집중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낯선 구조였을 뿐이지 극의 내용은 생각보다 짜임새 있게 전개되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2. 참고사진3.jpg▲ (왼쪽부터) 수용, 진명, 선미, 용호 役
 

 
시놉시스

 서로 사랑하는 연인 사이인 진명과 수용, 용호와 선미는 모두 연극반 동료들이다. 이들은 연극반 30주년 기념 공연을 위한 연극 연습을 하고 있다. 사법고시를 합격하고 오랜만에 연극반 공연에 함께 하는 용호는 이전에 진명과 연인 사이였다. 용호가 공연에 합류하면서 진명은 연습에 조금 더 예민해 지고 진명의 불안과 예민함을 알고 있는 수용은 단원들 간의 화목을 위해 더욱 노력한다. 작가 겸 연출인 진명은 '신라 선덕여왕 시대에 왕과 왕가에 대한 비방서의 진실'을 소재로 대본을 작업 중이다. 신라 선덕여왕 시대 늦은 밤, 궁으로 날아든 화살. 화살에 꽂힌 비방서. 비방서에는 현재 선덕 여왕에 대한 비방과 왕가에서 벌어진 사랑과 배신에 대한 비난이 담겨 있다. 과거에 선덕여왕은 남편이었지만 현재는 선덕의 언니인 천명 공주의 남편으로 살고 있는 용춘 전군은 왕가에 대한 비난을 그냥 둘 수 없다면서 특별 수사본부의 장을 자처하고 선덕은 용춘에게 수사의 전권을 준다. 용춘은 비밀 수사를 위해 화랑과 원화를 수사관으로 임명하고 그들에게 궁중 연회에서 연극을 통해 사건의 진실을 밝혀 볼 것을 지시한다. 결국 선덕 여왕이 지켜보는 가운데 연극이 펼쳐지고 연회의 공연인줄 알았던 연극에서 비방서의 범인이 드러난다.

 한편 진명이 쓴 극을 공연하기 위해 연습하는 연극반 단원들은 연습이 진행 되면 될수록 극중 인물과 현재의 자신이 비슷한 것을 발견한다. 이들은 공연 연습을 하며 자신이 극 속의 인물인지 현재의 자신인지를 혼란스러워한다. 연습이 진행되고 극이 진행될수록 극중 인물과 사건이 현실의 인물 관계와 상황과 점점 일치되면서 극은 더욱 미궁으로 빠져들게 되는데...



 내가 이 공연을 보기 전에 '두 커플이 서로 사랑하는 연인 사이'라는 대목을 너무 그대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공연을 보고 든 생각은 진명이 너무 이기적인 여자라는 것이다. 자기 자신의 감정만, 본인의 사랑만이 중요한 여자 같았다. 아무리 연출자이자 작가라지만 같이 연기하는 모든 배우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곁에 있는 연인과 전 연인까지도 불행하게 만드는 건 여자이기 전에 동료로서, 사람으로서도 그러지 않았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자신의 사랑을 이루고 싶다 라기 보다는, 마치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못하고 자기 연민에 빠져서 비극의 여주인공이 되기를 바란 건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진명'이란 인물에 대한 나의 평가가 다소 심한 거 아니냐는 생각을 할 지도 모르겠다. 내가 너무 '수용'이라는 인물에 감정이입을 했던 탓일 수도 있다. 그래도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인물들의 행동이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상처 때문이라는 변명은 적어도 나에게는 통하지 않았다라는 것이다. 꼭 저렇게 했어야만 했을까? 저런 결말 밖에는 방법이 없었던 것일까? 라는 생각이 내 머리 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인물이 지었던 웃음은 정말 '허튼 웃음' 일까? 자기 자신에게 짓는 조소 혹은 쓴웃음은 아니었을까?


2. 참고사진2.jpg
 
2. 참고사진4.jpg
 

 당신이 연극 "허튼 웃음"에 미스터리 수사 극의 요소를 기대하고 보러 간다면, 실망할 수 있을 것이란 게 내 의견이다. 너무나도 쉽게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다소 아쉬운 부분들이 몇몇 있었으나 그럼에도 인물들의 관계 라던지 이야기의 전개를 두고 보았을 때, 관객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연극이란 생각이 들었다. 보다 신선한 구조의 식상한 전개가 보고 싶지 않은 당신이라면, 대학로 선돌극장을 찾아 보는 건 어떨까?





허튼웃음 _ 상세페이지(수정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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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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