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남자(벤위쇼)는 얼마 남지 않은 유예기간에 쫓겨 매일 코피를 흘리는 여자와 급하게 커플이 되려고 한다.
그러고선 주인공(콜린파렐)에게 이렇게 물음을 던진다.

“숲 속에서 굶어죽는 것과 매일 이렇게 코를 박고 코피를 터뜨리는 것, 
그리고 말도 못하는 동물로 변하는 것 중에서 어떤 것이 그나마 가장 나을까?”

이 물음에 주인공은 이렇게 답을 한다.
“글쎄.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동물로 변하는 게 가장 최악이라는 거야.”





더랍스터1.jpg
 




제68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더 랍스터(The Lobster)'의 한 장면이다. 줄거리만 보고 유쾌한 로맨스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막상 그 속을 들여다보니 웃고는 있지만 뭔가 개운하지가 않는 영화였다. 뭔가 마음 속 한 구석이 자꾸 걸린다.

미리 말하자면, 이 영화는 한 없이 난해하고 비현실적이다. 영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배경이고, 오로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래서 영화 속의 세상과 등장인물들을 쉽게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보다보면 곳곳에 현실이 슬그머니 자리 잡고 있는 걸 발견할 수 있는 아이러니한 영화이다.


 


movie_image (2).jpg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커플이어야만 한다. 커플을 맺어주는 이 호텔에서 정해진 45일 간의 유예기간 내에 파트너를 찾지 못하면, 동물로 변하게 되고 만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본인이 원하는 동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호텔에서 행해지는 일명 '커플정신교육'은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다. 혼자 밥을 먹던 남자가 음식이 목에 걸려 쓸쓸히 죽는 반면, 커플인 남자는 파트너 여자가 구해줘서 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혼자인 여자는 성폭력의 대상이 되지만, 커플인 여자는 파트너와 함께 있기에 피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얼마나 비현실적인가. 그런데 사람들은 이 교육을 듣고 박수를 치고 고개를 끄덕인다. 춤을 추려면 오로지 블루스만 춰야한다. 춤도 혼자 출 수가 없다. 혼자 몰래 무언가를 하다 걸리는 순간 토스터기에 손이 달궈지거나 아무도 원치 않는 동물로 변해버리는 어마 무시한 처벌을 받는다.



인간이라면 당연히 커플이어야 하고, 커플이 되지 않으면 동물로 변해버리는,
즉 인간이길 포기해야 하는 세상인 것이다.



이런 반강제적인 커플 제도를 거부한 사람들은 호텔을 탈출해 숲으로 도망을 친다. 이 숲에는 혼자만의 삶을 선택한 사람들이 모여서 살아가고 있다. 이곳은 호텔과는 정확히 반대라고 생각하면 된다. 절대 '함께' 할 수가 없다. 춤도 혼자 출 수 있는 일렉트로닉만 듣는다. 죽을 때는 알아서 자기가 미리 파두었던 무덤으로 찾아가 쓸쓸히 죽어야한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 입술이 잘려버리는 잔인한 형벌이 기다리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주인공(콜린파렐)은 완벽한 짝을 찾아야만 하는 호텔에서는 찾지 못하더니, 절대 짝을 가지면 안 되는 숲에서 그의 완벽한 짝을 만나게 된다. 현실에서도 늘 겪는 일 중 하나가 아닌가. 필요할 때는 아무리 용을 써도 찾을 수가 없더니, 필요가 없어지면 그때서야 꼭 눈에 보이곤 한다.





movie_image (1).jpg
 

 


이 영화에는 이렇게 극단적인 단 두 개의 세계만이 존재한다. '혼자'를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 무조건 '함께' 해야만 살 수 있는 호텔, 그리고 철저한 '외톨이'어야만 하는 숲이라는 두 개의 세상. 



억지로라도 비슷한 사람을 찾아 비슷한 척 흉내를 내면서 짝을 찾아야 할까,
아니면 말 그대로 철저하게 외톨이로 지내야 할까.

"이 중 어떤 세상에서 사는 것이 행복할까?" 
아니, 사실은 여기서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어느 것이 그나마 견딜만할까?" 이렇게 말이다.



이토록 비현실적인 물음에 현실적인 우리들은 당연히 둘 다 선택하고 싶지가 않다. 그냥 마음가는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가고 싶다. 그런데 이 세상은 우리를 그렇게 내버려두질 않는다. 정해진 틀 안에 맞춰 살아가지 않으면 인간 취급을 해주지 않는 세상이 싫어 도망쳤더니, 알고 보니 도망친 이곳도 완벽하게 통제받고 감시를 받아야한다.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세상이 없다. 사랑마저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알 수 있다. 인간은 혼자인 순간도 필요하고, 누군가와 함께하는 순간도 필요하다. 어떤 것이 절대적으로 더 좋다 나쁘다 평가할 수가 없다.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다.

영화를 벗어나 실제 현실로 돌아와 보자. 이 영화를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으면서 알게 모르게 우리도 이 영화처럼 어느 한 쪽을 더 바람직한 기준으로 세워놓고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movie_image.jpg

 



'커플'이 목적이 되어 맺어진 관계는 언젠가는 깨져버린다. 아무리 훼방을 놓아도 진짜 사랑은 절대 막을 수가 없다. 그래서 주인공은 호텔에서 맺어진 거짓 관계로부터 도망쳤다. 그리고 숲에서 만난 완벽한 짝과 함께 숲을 도망쳐 나온다. 호텔과 숲을 떠난 주인공은 커플로 인정받은 사람들만이 살 수 있는 도시로 향한다. 그리고 도시에서 여자와 완벽한 커플로 살아가기 위해 큰 결심을 했다. 여자 앞에서는 당당하게 말하고 돌아섰지만, 막상 그 순간이 다가오자 주인공은 한참을 머뭇거린다.

과연 주인공과 여자는 완벽한 커플로 도시에서 행복하게 살았을까? 아무도 모른다. 유일하게 커플도 솔로도 아닌 예외가 허용되는 순간이 바로 이 영화의 결말이다. 동물로 변해 혼자 평생을 살아가는 것을 택했을 수도,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여자와 함께 살아가는 것을 택했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주인공이 아니다. 



"만약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 질문을 던진 뒤, 끝나고 한참이 지나도 가시지 않는 진한 여운을 남긴다.
사랑에 관한 가장 기묘한 상상, 더 랍스터(The Lobster)이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영화)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