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세상을 바꾸는 공연예술 - 아비뇽 페스티벌 [공연예술]

아비뇽 페스티벌이 제시하는 바람직한 공연예술문화
글 입력 2015.11.05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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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공연예술 - 아비뇽 페스티벌



- 바람직한 공연 문화 -


 최근에 공연예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여러 소규모 공연부터 대규모 페스티벌까지 그 공연의 수 또한 많아지고 있다. 여기서 공연시장이 더욱 발전하려면 그에 따른 바람직한 공연예술 문화의 발전도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공연예술 문화에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아직 우리나라의 공연예술 문화는 관객들이 더 자발적이고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문화가 되지 않고 그저 바라보고 구경하는 수동적인 관람이 되고 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공연을 보는 것으로도 만족을 느끼고 즐길 수 있겠지만 한 번 즐기고 마는 소모성 공연이 아닌 그 관객들을 직접 참여시켜 그들에게 경험이 되며 잊을 수 없는 공연이 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누구나 무대에 서고 싶고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는 마음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꼭 무대에 서지 않더라도 어떠한 축제를 자신이 직접 만들고 주체가 되어 참여하였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 때 그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훌륭한 공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공연예술이란 것이 다른 문화산업뿐 아니라 어떤 산업과 비교하였을 때도 들어가는 예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보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상업성으로의 문제가 있다는 점, 그로 인해 관객들을 많이 모으기 위해서는 보편화되고 대중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저 관객들을 최대한 많이 모아서 멋진 무대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관점이 잡힐 수밖에 없다. 그래서 쉽지 않다. 하지만 훌륭한 예가 있기에 소개해 보려고 한다. 바로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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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뇽 페스티벌 교황청 궁전 마당 (사진출처 - 웹진아르코) 


- 아비뇽 페스티벌 개요 -

 프랑스는 세계에서도 대표적으로 여러 공연예술 축제들로 유명한 나라이다. 아비뇽은 프랑스 남부지역에 위치한 인구수 8만 명 정도의 중소도시로, 교황청을 중심으로 중세도시의 모습과 역사적인 유물을 보유하고 있는 도시이다. 이 역사 깊은 도시인 아비뇽에서는 매년 7월 세계적인 공연예술 축제 아비뇽 페스티벌이 개최된다. 1947년 장 빌라(Jean Vilar)에 의해 시작된 아비뇽 축제는 오늘날 가장 세계적이고 현대적인 주요 행사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역사적인 도시로 축제 때마다 십만 명 이상의 관람객들이 몰려든다고 한다.  아비뇽 페스티벌에서는 한때 가톨릭 교황들이 살았던 옛 교황청 궁전 마당 그대로 야외무대로 변신하고 뿐만 아니라 아비뇽의 도시 전체가 공연 무대로 탈바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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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궁전 마당의 공연 모습(사진 출처 - 컬쳐스토리)


- 아비뇽 페스티벌 구성 -

 아비뇽 페스티벌의 약 600여 명의 스태프진들은 아비뇽에 주거하며 활동한다. 그중 절반 정도가 프랑스 실업구제 시스템에 등록된 사람들인데, 비정규 예술 관련 종사자를 의미한다. 1980년 이후 페스티벌은 비영리단체로 운영되고 있으며 연출가들이 아비뇽 시장과 프랑스 정부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아 진행된다. 
 아비뇽 페스티벌의 공연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주최 측에서 공식적으로 기획하여 초청한 공연인 'Festival In' , 단독적인 공연 집단의 자유로운 참여로 만들어지는 'Festival Off'로 되어 있다. Festival In 은 50편 정도 되며 아비뇽 페스티벌만의 독창성이 만들어지는 Festival Off에는 약 700여 개의 공연으로 구성된다. Festival In에 공식적으로 초청되는 팀들을 제외한 Festival Off 공연은 아비뇽의 학교, 공원, 계단, 옥상 등 공간이 되는 그 어떤 곳이든 무대가 되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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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뇽 페스티벌 길거리 공연 모습(사진 출처 - 브런치)


- 아비뇽 페스티벌의 특징 및 의의 -

 위에서 설명한 Festival Off 의 공연 팀들은 예술감독이 직접 선발하는데 한 번도 대중들에게 보이지 않았던 공연들을 선발한다. 또 선발이 되면 그들은 누구에게도 관여 받지 않고 주체적으로 무대를 꾸미게 된다. 아비뇽 페스티벌 같은 세계 최대 규모의 페스티벌에서 한 번도 보이지 않았던, 어쩌면 검증되지 않은 공연들을 한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었다. 그만큼 여러 큰 공연들에 가려져 훌륭한 작품성을 가졌음에도 알려지지 못 했던 공연들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대중들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하게 할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야말로 진정한 창의성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공연예술이다. 페스티벌의 공연들이 질이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직 아비뇽 페스티벌의 근본적인 취지를 모르는 것이다. 공연 자체의 질보다 모든 공연예술가와 관객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수백 개의 창의적인 공연들이 나오는 데 이보다 훌륭한 공연이 또 있을까!

 또한 아비뇽 페스티벌 중에는 어느 곳에서도 호객행위나 상행위가 존재하지 않는다. 진행되는 거리 홍보들은 모두 Festival Off 공연을 홍보하기 위한 여러 단체들이 자발적으로 진행하며 아비뇽 페스티벌의 규모가 커진 원인이라고 한다. 또한 페스티벌이 진행되는 동안 그 어떤 안내자들도 스태프들도 보이지 않는다. 관객들을 통제하거나 방해할 그 어떤 요인도 없다! 여느 보통 공연처럼 공연예술 기획팀이 직접 선정하여 만든 공연이 아니라 수많은 공연 중에 관객이 원하는 공연을 직접 선택하게끔 하고 계획을 짜서 자율적으로, 자발적으로, 주체적으로 공연을 즐기게 한 것이다. 그 순간 그들은 더 이상 관객이 아닌 공연예술의 주체가 된다. 공연예술과 관객 사이의 벽 자체를 허물어 버린 것이다. 이것들은 아비뇽 페스티벌만의 특색이 된다.

 그렇다면 이 특색들이 가장 크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보통 페스티벌을 즐기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어느 페스티벌에 가도 다들 재밌게 잘 놀고 나도 잘 즐기는데 뭐가 문제인 거지?"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미 거의 모든 공연예술을 기획하는 순간 컨셉이 정해지고 타겟이 정해져서 나머지는 고려되지 않는다. 많은 페스티벌들이 상업성을 위해 관객 수가 가장 많은 쪽으로 만들어지도록 강제되다 보니 특정 수요층만을 고려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보다 많은 대중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공연을 즐길 수 있고 특정 소비층만을 위한 공연이 아닌 평소 소외되던 소비층을 광장으로 끌어내 그들에게 공연예술 문화를 맛보게 하고 알렸다는 점에서 아비뇽 페스티벌이 제시하고 있는 진짜 공연예술의 본질을 반드시 기억하고 있어야만 한다. 


[선인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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