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SIDance - 잉크보트 < 선 사이에서 >

글 입력 2015.10.13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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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ance] 잉크보트 - 선 사이에서


main_잉크보트photo by Pak Han.jpg


<선 사이에서>는 시댄스의 많은 작품 중 현대무용의 탈을 벗어난 작품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현대무용을 잘 모르기 때문에 틀을 벗어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 그냥 요즘 무용에 관심이 가서 보고 싶어서, 난해하다면 그 난해함을 온전히 느낄 작정이었다. 근데 <선 사이에서>는 무용수들의 난해한 움직임이 아니라 낯선 형태의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경계에서 - 수면과 가수면, 현실과 기억

무대에 등장하는 무용수는 셋이다. 남자와 여자, 그리고 베일을 쓴 존재. 처음엔 무대 위의 셋이 모두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무용수들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각자의 세계가 충돌할 것 같았다. 하지만 남자와 여자는 나란히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대화를 하기도 했다. 같이 있지만 비현실적인, 꿈이라고 하면 납득할 만한 상황도 있었다. 나에게 무대 상황은 크게 세가지로 분류되었다.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것 같은 존재, 일상적인 두 사람, 비현실적인 공존.

남자와 여자가 같이 있지만 서로 다른 분위기를 내는 장면은 수면 내지는 가수면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보통 기억하는 과거는 '혼자인 상황'보다 누군가와 '함께 했던 시기'인 쪽이 많기 때문에 일상적인 장면은 기억, 그리고 둘이 상반된 분위기로 교차될 때는 현실이라고 느꼈다.


베개와 양동이, 기울어진 사다리와 전등

무대 구조는 단순했고 소품도 많지 않았다. 음향팀 앞에 있는 작고 낮은 울타리, 무대 뒷쪽에 놓여지고 무용수들이 들고 다니기도 하는 양동이, 남자 무용수의 베개, 기울어진 채 흙으로 고정된 전등과 사다리. 베개와 양동이는 특별함을 느끼지 못하는 평범한 소품이었고 기울어진 사다리와 전등은 불안정, 기묘함과 같은 편하지 않은 감상을 주었다.

양동이의 기본적인 기능은 무언가를 담는 것이다. 손잡이를 잡고 이동하기도 한다. 무용수들도 양동이를 들고 움직였다. 무대 우측에서 객석 좌측 위쪽으로 줄 같은 게 있었고, 객석 위쪽에 양동이 하나가 매달려 있었다.베일을 쓴 존재가 줄을 잡아 당겨 양동이를 무대로 가져왔다. 오래된 라디오에서 나오는 것처럼 양동이 속에서 노이즈 섞인 오래된 음악이 흘러나왔다. 먼 곳에서 가까이로. 이것에 대한 질문이 무대가 끝난 후 '예술가와의 대화' 시간에 나왔는데, 기억을 멀리서 가져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현실감을 배가하는 음향

공연이 시작되면서 어디선가 노래가 흘러나온다고 생각했는데 라이브였다. 무대 좌측에 두 음향 스탭이 있었다. 라이브였다. 덕분에 현장감이 훨씬 살아났다. 잘 짜맞춰진, 완벽하게 준비된 무대가 아니라 무대위에서 사건이 진행되고 있는 느낌을 주어서 작품에 몰입할 수 있었다. '예술가와의 대화' 시간에 한 관객이 시작할 때의 음악이 좋았다면서 음원으로 구매할 수 있냐고 질문했는데, 그 질문에 공감할 정도로 음악이 정말 좋았다. 무용에서 음악은 필수적이지만 '배경'에 머무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조연 정도의 위치를 하고 있었다.


선 사이에서, 사이의 선

Line Between은 사이의 선도 의미하며, Hot과 Cold의 Grey Area에도 주목했다고 했다. 선의 사이라고 하면 경계의 이미지가 강한데 사이의 선이라고 하면 인상이 조금 희미하다. 극의 키워드를 사이의 선과 Grey Area라고 하면 인상이 조금 달라진다. 뭐든 이것 아니면 저것으로 구분되지 않으니 회색지대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내 눈에 들지 않아 기억에 남지 않은 어느 장면은 내가 구분지은 것에 들어가지 못하는 회색지대의 장면이었는지 모른다. 작품을 더 이해하고 싶어서 '예술가의 대화'시간에 앉아있었는데, 내가 본 것 보다 더 많은 것이 담겨있었던 것 같아서 다시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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