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가 프란츠 리스트를 만난 날" - 리스트를 조금 더 알 수 있었던 시간

파스칼 아모옐(Pascal Amoyel)의 음악극, The Day I met Franz Liszt
글 입력 2015.10.15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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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8일, 파스칼 아모옐(Pascal Amoyel)의 음악극,
'내가 프란츠 리스트를 만난 날 (The Day I met Franz Liszt)'을
아트인사이트의 문화초대로 만나보고 왔다.
예술의전당에서 했던 공연은 여러 번 접해본 적이 있었지만,
세종문화회관에서의 공연은 처음이기에 더욱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공연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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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문화회관의 M씨어터는 마치 내가 외국의 어느 작은 공연장에 와있는 것만 같은 느낌을 주었다. 박수 소리와 함께 연주자 파스칼 아모엘(Pascal Amoyel)이 등장하였다. 피아노에는 커다란 천 같은 것이 둘러져 있었고, 그는 거듭 소리가 나는 메트로놈을 끄기를 반복하다, 손을 대지 않고 소리를 멈춤으로서 극을 시작했다. 어렸을 적 마술사가 되기를 소망했다라는 말과 함께 리스트라는 작곡가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어린 리스트를 연기함과 동시에 주변 인물들의 대사, 그 상황이 일어나는 해설, 리스트가 치던 피아노 곡까지 피아니스트 파스칼 아모옐이 혼자 모든 역을 맡아서 공연을 이끌어 갔다. 



음악극 [musical play, 音樂劇]


오늘날에는 주로 뮤지컬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으나 원래 음악극이라는 용어는 독일의 오페라 작곡가 바그너가 극시(劇詩) ·음악 ·무용을 종합 ·통일한 종합 ·예술을 제창하면서 이를 ‘뮤직드라마(樂劇)’라고 명명한 데서 비롯되었다. 이와 같은 개념에 입각한다면 음악극이란 연극과 음악, 그리고 무용이 가능한 한 밀접하게 결합된 연주형태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넓은 의미로는 오페라 ·오페레타 ·발레 ·뮤지컬 ·레뷰 등을 포괄적으로 이르는 말이라 하겠으며, 나아가서는 한국의 판소리나 개화기 이후의 창극 등도 음악극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음악극 [musical play, 音樂劇] (두산백과)





 사실 이러한 음악극의 형태는 처음 접해보았다. 공연을 보기 전 내가 생각했던 음악극의 형태와는 조금 달랐다고 할까? 위의 영상은 지난 2013년,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제 2차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의 유대인 수용소에서 음악으로 삶을 향한 의지의 끈을 놓지 않은 두 음악가의 실화를 보여준 음악극 'Block 15'이다. 영상에서 연기하는 방식과 같이 이번 음악극에서도 피아니스트 아모옐은 무언가 속삭이듯 대사를 하고 연기를 했다. 공연에서 아쉬웠던 점은 음악극이기에 음악만큼이나 극 또한 공연의 일부를 차지해야했다는 것이다. 난 사실 리스트의 음악을 좀 더 집중해서 듣고싶은 마음이 컸다. 그의 명곡들, 특히나 피아노곡들을 직접적으로 들을 수 있는 기회가 흔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음악과 동시에 피아니스트의 말이 들려서 음악에 더 집중할 수 없었던 점이 무척이나 아쉬웠다. 물론 대사 없이 연주되는 피아노 곡도 두~세 곡 있었지만. 조금 더 계속해서 듣고싶었던 음악이 연주되다가도 금방 짧게 스쳐지나가는 듯해서 아쉬움이 더 배가 되었다고나 할까. 그리고 언어가 다르기에 그가 하는 말은 자막으로 접할 수 밖에 없었는데, 무대의 양 옆 화면에 자막이 나왔다. 지난 베세토 페스티벌 때도 다른 나라의 작품을 보며 느꼈던 바인데, 자막을 읽는 동안에는 공연에 집중을 잘 할 수가 없다. 이번에는 게다가 피아니스트가 내뱉는 말의 속도가 좀 빨라서, 자막마저 빠르게 지나갔다. 자막의 순서마저도 약간의 실수가 있었던 듯 했다. 그래서 어리둥절하게 넘어가는 경우도 많았다. 잘 알지 못하는 정보를 접할 때, 사람들은 더 집중해서 보거나 읽는 경향이 있다. 자막도 마찬가지. 나 개인적으로 읽기의 속도가 느려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놓치는 부분이 많아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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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 1811~1886), 그의 수많은 명곡을 들으면서 그가 어떤 작곡가이고 어떤 사람이었는가에 대해 그의 음악만큼이나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던 것 같다. 처음엔 짧게 짧게 연주되는 음악에 아쉬움을 느꼈다면, 극이 점정 진행될 수록 한 명의 예술가, 리스트라는 사람에 대하여 조금 더 알아가고 그의 인생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신선했다. 일반적으로 연주회를 여는 예술가들이 곡을 해석하고, 곡을 만든 사람에 대해 이해하고, 그것을 연주로 보여주어 관객들이 단순히 그 음악을 즐기기만 하였다면, 이런 음악극을 통해 관객들은 연주자와 같이 작곡가를 그리고 곡을 더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나는 이 공연 이후 리스트라는 작곡가를 다시금 바라보고, 그의 곡들을 여러 번 찾아 들었으니 말이다. 

 언젠가 피아노를 배울 때 '노래를 하면서 피아노를 하면 멋지겠다' 라는 생각에 그 두 가지를 동시에 연습을 해본 적이 있다.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악보를 읽는 것과 음을 지키며 피아노를 침과 동시에 노래도 해야하니까. 동시에 3가지 일을 하려니까 더군다나 악기를 잘 다루지 못하는 나에게는 당연히 더더욱 어려운 일일 수 밖에. 피아니스트 파스칼 아모엘은 음악극을 열기 위해, 피아노 연주와 더불어 각 인물들의 연기, 대사 암기, 그리고 그가 보여주었던 잠깐 잠깐의 마술까지 모두 무척이나 많이 연습했을 것이다. 단순히 피아노만 잘 치고 연주만 잘 해내는 피아니스트를 보여주었던 게 아니라 그가 가진 프란츠 리스트라는 음악가에 대한 애정과 피아노라는 악기에 대한 마음까지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그런 공연이었다. 그가 말했다. 리스트가 없었더라면 라흐마니노프는 없었다고. 그리고 수많은 훌륭한 예술가들, 음악가들 또한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만약 피아니스트 파스칼 아모옐의 이러한 음악에 있어 다양한 노력, 공연이든 연습이든 그리고 그의 연주든, 이를 보고 또 다른 꿈을 꾸는 미래의 멋진 예술가가 생겨날 수도 있다고 말이다. 나는 덕분에 내가 좋아하는 피아노 곡들을 만든 작곡가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게 되었으니, 이 또한 감사할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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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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