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개도 없고, 고양이도 없다. 애완동물만이 있을 뿐. '올가 호리즈 무용단- 애완동물'

인간관계의 양면의 모습, 모순
글 입력 2015.10.11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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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있는 나는, ‘현대무용이라는 장르의 공연을 실제로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 공연에 큰 기대감을 안고 있었다. 특히나 나는 현대무용이라는 장르가 몸으로 표현해내는 아름다움이 정말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기대가 되었다. 사실 나는 현대무용이라는 장르가 어떠한 움직임을 보이는 장르인지에 대해서 무지의 상태였다. 그러다 우연히 한 TV프로그램을 통해 현대무용의 아름다움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었고, 이 장르에 대한 어마어마한 존경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포르투갈의 대표적인 무용단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온 것 만 으로도 정말 흥분이 되고 설레는 마음이 가득했다. 본 공연을 통해서 현대무용의 가치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기를 바랐다.




애완동물은 현대무용 공연을 처음 접하던 나에게는 조금은 어려울 수 있었던 공연이었다. 초보자가 공연을 즐기기에는 상당히 수준이 높았던 공연이라는 개인적인 생각이 든다. 공연을 보면서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도 존재했고, 상당히 난해했던 장면들도 존재했기에 아마도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겠다. 하지만 나는 난해하고 어렵긴 했지만, 그래도 굉장히 멋진 공연을 보았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여자 무용수들과 남자 무용수들의 몸짓이 눈앞에서 잊혀 지질 않는다. 단순한 하나의 팔 동작, 다리 동작을 넘어서서 마치 그들은 온 몸으로 자신이 표현하고자하는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몸짓으로서 전달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 역동적인 몸짓에 더욱 더 집중하게 되었다.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나는 분명히 이 무용수들이 수천, 수만 가지의 몸짓으로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 지를 전달받을 수 있었다.
 
우선 가장 먼저 내가 인상 깊게 보았던 점은, 무대에 널브러져 있는 수가지의 물건들이었다. 각각의 물건들은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온 무대의 구석구석에 놓여져 있었고, 한마디로 무대는 마치 청소하지 않은 더렵혀진 넓은 방과 같이 보였다. 온갖 잡동사니들이 모두 모여져 있는 형국이었으니까. 이 널브러진 물건들 사이로 무용수들이 등장을 하고, 각자의 모션을 취한다. 개구리 자세로 앉아있는 남자, 여자를 조련시키는 것처럼 보이는 남자와, 순종적인 여자, 널브러져 있는 물건들을 더욱 파괴시키고 있는 여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계속해서 다른 무용수들을 조련시키려고 드는 여자. 이렇게 첫 등장이 시작된다

나는 공연이 끝날 때 까지 이 널브러진 물건들은 도대체 무엇을 상징하는 것인가? 에 대한 혼자만의 질문을 계속해서 되뇌었다. 분명히 이 물건들은 무대의 배경이자 중심 소재이기에 명확한 의미가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공연에서는 갑자기 무용수들이 널브러져 있던 물건들을 다시 제자리로 정리하는 장면들을 보여주고, 그 뒤에는 갑자기 한 남성이 여성의 몸 위에 모든 물건들을 쌓아올리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 남성과 여성은 첫 장면부터 공연의 마지막까지 계속해서 쌍을 이루었었다. 남성은 여성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자 강압적이고 억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 남성이 여성의 몸 위에 모든 물건들을 가지각색의 방법으로 쌓아올리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이 널브러져 있던 물건들은 어쩌면 사람의 마음일 수 있겠다 생각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누군갈 자신의 애완동물로 삼고자 하는 마음같은 것. 나는 한 여성을 계속해서 갈구하고 지배하고자 하는 남성의 모습에서 나만의 이러한 해답을 생각해낼 수 있었다.
 
무용수들은 동시다발적으로 서로 다른 모습을 무대의 곳곳에서 표현한다. 한 사람이 온 무대를 뛰어다닐 때, 다른 한 사람은 중앙에 서서 역동적으로 춤을 추기도 하며, 또 다른 사람은 끝임 없이 물건을 주우러 다니는 등 반복적인 행동 패턴을 보이기도 한다. 이렇듯 함께, 혹은 따로 표현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어렵기도 하면서 매우 흥미로웠다. ‘애완동물에서는 총 다섯 명의 무용수들이 복잡하고, 다양한 인간관계를 그려내고 있다. 앞서 말한 한 쌍의 남녀는, 남자는 다소 폭력적이고 강압적으로 여성을 가지려 하고 여성은 남성에게 반항적이지 않고 오히려 쉽게 길들여지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그 내면에는 그 억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다른 남녀들도 서로 구애를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며 다른 사람들은 마구 분노하기도 하며 자신을 자학하기도 하고, 누군가를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조련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서로를 지배하고, 소유하고자 하는 모습이 나에겐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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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공연을 통해 인간관계라는 것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서로를 지배하고, 소유하고자 했던 다섯 사람의 모습을 통해 마치 인간관계의 숨겨진 본질을 훔쳐 본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칭하는 인간관계를 통해 우리는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서로를 지배하고자 하고 소유하고자 하는 욕심이 강해지면, 때로는 우리에게 불행을 안겨주기도 한다. 이러한 인간관계의 양면의 모습, 모순을 본 공연에서는 핵심적으로 짚어내고 있다.
 
나는 앞서 이 공연이 정말 현대무용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그리고 공연을 보고 난 지금 나는 단언컨대 이 공연은 현대무용의 달콤한 참맛, 그리고 쓴맛까지도 모두 안겨주었던 그야 말로 진정한 현대무용이란 무엇인지를 전달해주었던 멋진 공연이었다. 무용수들의 감탄이 나오는 몸짓들과 함께 공연의 내용적인 측면 또한 나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어서 더할 나위 없이 감사했던 공연이다. 다음에는 또 다른 나라의, 기회가 되면 우리나라의 현대무용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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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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