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소] 당신을 찌르는 소통의 소리, '전시기획팀, 쿡쿡(COOK COOK)' - 2탄

청춘들이 들려주는 청춘이야기
글 입력 2015.10.0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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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움츠린 당신을 찌르는 소통의 소리
전시기획팀, 쿡쿡(COOK COOK)


[겨울에 푸른봄 展] 전시포스터.jpg
 

-2부-
쿡쿡의 첫번째 전시
겨울에, 푸른봄展





겨울에, 푸른봄展
청춘들이 들려주는 청춘이야기


- 일시 : 2015.02.03.~2015.02.08.
- 장소 : 삼청동 블루웍스 멀티스퀘어
- 작가 : 김홍범, 남서연, 박혜미, 윤재현, 전여진, 전원경, 한서주
- 관람료 : 무료

: 사람의 인생에도 계절이 있다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순간은 분명 봄입니다. 만물이 소생하고 온 세상이 푸르게 빛나는 계절, 봄. 인생에 있어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로 여겨지는 청춘. 그렇기에 청춘을 이미 겪어낸 사람들은 늘 우리에게 치열하게 청춘을 즐길 것을 조언하곤 합니다. 청춘만의 열정과 패기로 삭막한 사회에 도전하고, 혹시 실패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당차게 일어나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정작 청춘인 우리가 보기에, 오늘날의 청춘은 결코 그렇게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의 현실은, 남들의 눈치를 살피며 쩔쩔매고, 스마트폰을 쥔 채 침대 위에서 하루를 다 보내곤 하며, 어떻게 하면 취업난을 뚫고 먹고 살 수나 있을지 전전긍긍하는 모습에 더 가깝습니다.

<겨울에, 푸른 봄 展>은 이런 청춘의 시선으로 바라본 청춘의 모습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기획되었습니다. 애써 청춘은 이런 것이라고 정의하거나, 청춘들에게 위로와 응원의 말을 건네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7명의 청춘들이 들려주는 다양한 이야기에 대해 공감하고, 또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전시를 찾아주신 분들에게 뜻 깊은 순간이 되길 바랍니다.


ㅎㅎㅎ.png▲ 겨울에, 푸른봄展 전경.
 




전시 작품 소개


[겨울에 푸른 봄 展] 작가-김홍범, 나를 뽑아주세요, oil on canvas, 53.0 x 45.5 cm, 2015.png
김홍범 [나를 뽑아주세요], oil on canvas, 53.0 x 45.5 cm.

 '88만원 세대'를 쓴 우석훈 교수는 이 책이 청년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투쟁과 운동의 이론적 토대와 시발점이 되기를 원했따. 그러나 우리 시대의 청년들은 '88만원의 개인'이 되지 않기 위한 스펙 경쟁에 몰두하게 되었다. 작가는 이 시대의 청춘들이 각자의 고유하고 다양한 방향성을 상실하게 된 것이 개인보다는 사회의 책임이라고 보고 그들을 마냥 비판하려 하지는 않는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이 존재하며 그런 획일적인 잣대로 사람을 판단하는 사회, 이 사회는 그들의 가치 다양성과 꿈을 잃어버리게 만들었따. 이 작품은 청년 열두 명의 이력서 속 증명사진이다. 청년들은 머리에 천을 뒤집어쓰고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수용자의 모습으로 표현되었는데, 이는 이 시대의 청년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지 못한 채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좋은 길, 즉 수용소로 비유된 '사회적 감옥'을 향해 걸어가는 것을 나타낸 것이다.


[겨울에 푸른 봄 展] 작가-남서연, Finally we are, mixed media, 53 x 76 cm, 2015.jpg
남서연 [Finally we are], mixed media, 53 x 76 cm.

 작가는 청춘의 모습을 수도꼭지와 컵, 조개껍데기로 나타내었다. 수도꼭지에는 물이 멈추는 날이 없었다. 그것을 잠그는 사람도 없었고, 수도꼭지 스스로도 흐르는 물을 잠그지 못했다. 결국 수도꼭지는 자신이 흘려보낸 물에 자기 자신까지 잠기게 했다. 컵은 비워지는 날이 없었다. 그것을 비우는 사람도 없었고, 컵 자신도 스스로 비우지 못했다. 결국 컵은 깨져버려 아무것도 담지 못하게 되었다. 조개껍데기는 시간이 갈수록 따개비같은 것들을 겉에 붙여가며 더 크고 딱딱한 껍데기가 되었다. 하지만 조개껍데기의 속은 텅 비어 있었다. 작가는 이 일상에서 볼 법한 사물을 통해 자기 자신과 청춘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멈춰있고 싶었따.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죄가 된 것만 같았다. 나는 점점 더 부서져 가고, 내가 가지고 있던 것마저 잃어가고 있을 뿐이다. 왜 항상 우리는 무언가를 하고 있어야만 하는 걸까, 멈춰있는 게 나쁜 걸까?'
 

[겨울에 푸른 봄 展] 작가-박혜미, 0028, c-print, 72 x 45 cm.jpg
박혜미 [0028], c-print, 72 x 45 cm.

 '나는 진심으로 세상이 20대를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것을 멈추기 바란다'며 작가는 청춘에 대한 사회의 통념에 정면으로 맞서고자 한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청춘은 푸를 청(靑)에 봄 춘(春) 자를 쓴다. 우리는 푸르지도 않고 봄처럼 빛나지도 않으니 어디 하나 맞는 것이 없다.' 즉, 학점을 따고 스펙을 쌓으며 취업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우리의 모습은 청춘이라는 단어로 포장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사회가 우리에게 걸어 놓은 목줄이지,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작가는 이런 상황에서 비롯되는 우리의 우울과 고통을 합리화하지 않을 것을 강조한다. '우울과 고통이 반드시 교훈과 경험으로 도출되는 공식은 본디 존재하지 않았다. 우울은 우울이고, 고통은 고통이다. 그 뿐이다. 우리는 쉽게 잠들지 못하는 청춘의 밤들을 지새고 있다.' 

 
[겨울에 푸른 봄 展] 작가-윤재현, 두 낙원, painting on Korean paper, 130.6 x 97 cm.jpg
윤재현 [두 낙원], painting on Korean paper, 130.6 x 97 cm.

 현대인들은 이 시대를 직접 겪어내면서 그 속에서 살아나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깨닫게 된다. 우리 삶에는 즐거운 일보단 고뇌할 일이 더 많고, 웃기보단 울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지는 순간이 훨씬 더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러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이상향을 꿈꾸며 현실을 벗어난 도피처를 찾게 되었다. 그렇지만 이는 완전히 현실과 동떨어진 공간이 아니며, 오히려 작가가 평소에 좋아하는 자연물의 여러 모습을 재구성해서 그려낸 또다른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이를 통해 현실과 꿈이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어보고자 했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원하는 유토피아가 먼 곳에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우리의 주변에 있따는 작가의 생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너무 익숙해서 무심하게 지나쳐버리곤 하는 소박한 대상들. 우리는 여기에서 자신이 찾고자 하는 행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작가는 이러한 관점에서 나아가 최근에는 '정원'에 초점을 맞추어 이상세계를 그려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겨울에 푸른 봄 展] 작가-전여진, 내념, acrylic on canvas, 140 x 900 cm.jpg
전여진 [내념], acrylic on canvas, 140 x 900 cm.

 16세기, 영국의 위대한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이 세상은 무대이며 모든 사람은 배우이다. 그들은 각자의 배역에 따라 등장했다가 퇴장하지만 사람은 평생 동안 여러 가지 배역을 맡는다.'고 말했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배역을 맡고 연기하며 살아간다. 무대의 배우처럼 우리는 인생에서 나의 역할에 따라 모습을 바꾸어야 한다. 결국 우리에게 가면을 쓰지 않은 '본모습'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작가는 이러한 우리의 상황을 어떠한 잣대로도 판단하고 규정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 모두가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작가는 작품을 통해 '우리는 어떤 가면을 쓰고 살아왔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관객들이 작품 앞에 다가설 때 작품은 관객이 스스로의 가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이 된다.
 

[겨울에 푸른 봄 展] 작가-전원경, 우주 속 매개체, digital printing, 80 x 120 cm.jpg
전원경 [우주 속 매개체], digital printing, 80 x 120 cm.
 
 지금 청춘인 우리의 현실은 너무나도 어둡고 복잡해보인다. 우리의 눈 앞은 수많은 문제들로 뒤덮여 캄캄한데, 매일 그 위에 새로운 문제가 쌓여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하지만 작가는 이런 암담한 현실 속에서 넓고 반짝이는 세상을 꿈꾼다. 작가가 꿈꾸는 세상은 섬세한 빛이 모여 극명한 색을 보여주는, 알 수 없는 우주 같은 곳이다. 이 세상 속에서 작가는 자신에게 분명하고 강하게 와닿는 그 무언가를 찾는다. 작가가 찾아 헤매고, 찾아낸 그 무언가는 그의 삶에 있어 엄청난 원동력이자 매개체가 된다. 작가는 어둡다고 생각하는 현실 속에 갇힌 청춘들에게 삶에 있어 희망과 같은 찬란한 미래로 갈 수 있는 길의 방향을 제시하려 한다. '당신에게 그 매개체는 무엇인가?'


[겨울에 푸른 봄 展] 작가-한서주, IMAGINE THE GREEN IS RED, lithograpic printing with crayon on paper, 42 x 29.7 cm.jpg
한서주 [IMAGINE THE GREEN IS RED], lithograpic printing with crayon on paper, 42 x 29.7 cm.
 
 이제 고작 이십 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종종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곤 한다. '청춘', 푸른 봄이라는 뜻으로, 너무나도 예쁘고 파릇파릇한, 시큼하고 반짝거리는 시기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토록 고민하고 또 힘들어해야 하는 걸까. '왜 이런 꽃샘추위에 자꾸만 흔들거리고 꺾일 것만 같은지, 왜 그리도 추위는 거센지'라고 말하며 작가는 하루하루가 힘에 겨운 청춘들을 안타까운 눈길로 바라본다. 그래서인지 작가의 작품들은 모두 어떠한 '결핍'을 보여주는 듯 하다. 작가의 말과는 대비되는 억눌러진 색채와 묘사는 어딘가 외롭고 공허해보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그리 우울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작가는 청춘이 정말 예쁜 시기임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다만 그 역시 청춘을 겪어내고 있는 상황이기에, 감히 다른 청춘들을 '힐링'해주려 하지 않을 뿐이다.





* 겨울에, 푸른봄展 리플렛

[겨울에 푸른봄 展] 리플렛1.jpg
 
[겨울에 푸른봄 展] 리플렛2.jpg
 

[최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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